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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2 아이들의 올해 첫 등교 모습 정부의 방역 지침을 잘 숙지하고 있어, 마스크 차림으로 간격을 유지한 채 열화상 감지기가 있는 건물 내로 들어서고 있다.
▲ 고2 아이들의 올해 첫 등교 모습 정부의 방역 지침을 잘 숙지하고 있어, 마스크 차림으로 간격을 유지한 채 열화상 감지기가 있는 건물 내로 들어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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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교 개학 이후 출근 시간은 7시 10분으로, 평소에 견줘 한 시간 남짓 당겨졌다. 올해 업무가 학생부장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내가 등교 시간 방역 담당자로 지정되었다. 사실 일과 중 모든 교사가 방역에 총동원되고 있는 상황이라 특별한 업무라고 할 것도 없다.

효율적인 방역을 위해 교문 개방 시간을 오전 7시 30분으로 정했다. 학년별 등교 시간에 차등을 두되, 교사의 출근 시간까지 나름 배려한 것이다. 아이들의 등교 권장 시간은 8시로, 가급적 고3부터 10여 분 간격으로 순차적으로 등교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하지만 일찌감치 등교하는 아이들이 적지 않다. 부모님의 출근 시간에 맞춰 등교할 수밖에 없다는데, 아이들더러 교문 개방 시간에 맞춰 오라고 다그칠 수도 없다. 방역이 급선무인 상황에서 그들보다 더 늦게 출근할 수도 없어, 출근 시간은 시나브로 빨라지고 있다.

지난밤에는 잠도 오지 않았다. 오늘(27일) 드디어 두 개 학년이 한꺼번에 등교하는 날이어서다. 지난주 수요일 고3만 등교했던 때는 교문으로부터 열화상 감지기가 설치된 건물 내 복도까지 우려했던 만큼 혼잡하진 않았다. 고3 재학생 수는 채 250명이 안 된다.

오늘은 그 두 배인 500명이다. 더욱이 같은 교문을 사용하는 병설 중학교 3학년 130여 명이 함께 등교하는 날이라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등교 시간에 차등을 둔다고 해도, 아이들끼리 2m 거리의 간격을 유지하기가 여간 쉽지 않을 거라 여겼다.

대견한 아이들, 경각심 느슨해지지 않아
 
교문에서의 뒤늦은 자가진단 등교 전 자가 진단하는 걸 깜빡한 아이들이 교문에서 스마트폰을 켜고 있다. 스마트폰을 켜는 중에도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고 있는 모습이다.
▲ 교문에서의 뒤늦은 자가진단 등교 전 자가 진단하는 걸 깜빡한 아이들이 교문에서 스마트폰을 켜고 있다. 스마트폰을 켜는 중에도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고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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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시도 되기 전에 출근했는데, 이미 교문에는 몇몇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며 등교를 기다리고 있다. 동선을 따라 서둘러 러버콘(고깔 모양의 표식)을 세우고, 열화상 감지기의 작동을 확인한 뒤 7시 20분에 교문을 열었다. 한 아이는 30분도 넘게 기다렸다고 한다.

미안했지만, 한편으론 그들이 대견했다. 마음만 먹으면 학교에 쉽게 들어올 수 있다. 그 시간 급식을 납품하는 차량이 수시로 교문을 오가는 관계로 차로 쪽 교문을 통해 들어오면 된다. 그럼에도 교문에서 개방 시간까지 기다리는 모습이 놀라웠다.

8시가 가까워지자 2m 간격을 유지하기가 사실상 힘들 만큼 아이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교육부에서는 자가용 등하교를 권장하고 있지만, 여전히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학교가 여러 노선의 시내버스 종점에 자리하고 있어서 편리한 점이 있다.

"일렬로, 양팔 간격 유지!"

교문을 들어서는 아이들에게 매일 아침 팔 벌리는 동작을 취하며 반복적으로 외치는 구호다. 오랜만에 만나는 반가운 얼굴에 대고 고함치는 현실이 안타깝지만, 아이들은 이해한다는 듯 알아서 간격을 유지한 채 걸어온다. 외려 교사가 삭막한 등교 풍경에 어리둥절한 모습이다.

등교할 때 마스크를 안 쓴 아이는 거의 없다. 당장 마스크의 끈이 끊어져서 못 썼다는 경우를 빼면 아예 없다시피 하다. 마스크 없이는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없을뿐더러 아예 교문에 들어설 수조차 없다는 걸 모르는 아이는 없다. 아직 아이들의 경각심은 느슨해지지 않았다.

"일어나서 자가 진단 앱 체크했니?"

오늘 첫 등교 개학하는 고2 아이들에게 일일이 물어야 했다. 이 또한 깜빡했다는 아이들이 거의 없다. 늦잠을 잤다는 한 아이는 바로 스마트폰을 꺼내 앱을 켰다. 지방정부가 보내는 안전안내문자와 학교가 e-알리미를 통해 전달한 방역 지침에 대해 대부분 숙지하고 있었다.

다행히도 발열 등 의심 증상자는 없었다. 건물 내에서도 일렬 우측통행은 크게 흐트러지지 않았다. 미리 바닥에 붙여놓은 등교 동선을 따라 새 교실로 들어갔다. 아이들은 짝꿍이 없는 교실의 성긴 책상 배열이 낯설었는지 연신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방역, 또 방역...
 
등교 개학 준비 고2 등교 개학 하루 전인 26일 오후 복도 바닥 곳곳에 동선과 주의사항을 적은 안내판을 붙였다.
▲ 등교 개학 준비 고2 등교 개학 하루 전인 26일 오후 복도 바닥 곳곳에 동선과 주의사항을 적은 안내판을 붙였다.
ⓒ 서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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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교실과 복도 곳곳에 도배하듯 나붙은 코로나 예방 수칙 포스터에도 어색해했다. 교탁 위에는 손 소독제와 거즈, 비닐장갑, 의료용 마스크 등을 담은 상자가 놓여있고, 교내 방송 역시 방역에 대한 내용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답답하다고 마스크를 벗는 아이가 나올 리 없다.

수업 시간 교사들도 마스크를 벗을 수 없다. 강의 도중 침방울이 튈 우려가 크므로, 마스크를 쓴 채 수업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너무 힘이 든다. 지침이 완화되기 전인 지난주엔 KF-94 마스크를 쓰고 수업을 했는데, 이러다 질식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얇은 덴탈 마스크를 낀 채 수업하는 것도 보통 일은 아니다. 한 시간 수업을 마치고 교실을 나오면 콧등과 입 주변이 땀과 침으로 흥건하다. 그래도 참고 견뎌야 한다. 어떻든 지금은 수업보다 건강이, 교육과정보다 중앙방역대책본부가 내놓는 방역 지침을 지키는 것이 몇 배 더 중요하다.

수업과 수업 사이 쉬는 시간의 방역은 담임교사의 몫이다. 각 학급 담임교사들이 복도를 돌아다니며, 교실 내에서 아이들이 뭉치지 않고 간격을 유지하도록 지도한다. 혹시나 답답하다며 마스크를 벗는 아이들이 있는지 면밀하게 관찰하는 것도 중요한 업무다.

화장실 이용도 담임교사가 신경 써야 할 부분이다. 같은 시간 한꺼번에 몰려가지 않도록 적절히 배분하고, 그때도 마스크를 벗지 않도록 재차 강조한다. 사용 후 반드시 손을 씻도록 유도하고, 세면대에 함부로 침을 뱉지 않도록 지도하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된다.

점심시간엔 사실상 모든 교사가 급식소에 대기해야 한다. 우선 학년별로 급식 시간이 달라, 수업이 끝난 뒤에도 교실에 남아 순서를 기다려야 한다. 또 모든 아이들이 등교 때처럼 한 번 더 열화상 감지기를 통해 발열 체크를 해야 하니 동선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식사할 때 대화도 못 해... 삭막해진 학교
 
칸막이를 설치하고 스티커까지 붙여놓은 급식소 칸막이 설치만으로도 부족하다고 여겨, 아이들이 띄엄띄엄 앉을 수 있도록 별도의 스티커를 붙여놓았다. 스티커가 붙어있는 자리에만 앉아서 식사할 수 있다.
▲ 칸막이를 설치하고 스티커까지 붙여놓은 급식소 칸막이 설치만으로도 부족하다고 여겨, 아이들이 띄엄띄엄 앉을 수 있도록 별도의 스티커를 붙여놓았다. 스티커가 붙어있는 자리에만 앉아서 식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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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식소에 한꺼번에 몰려가지 않도록 하고, 배식 대기 줄을 세워야 하며, 퇴식구 앞에서도 간격을 유지해야 한다. 식탁에 띄엄띄엄 앉도록 지도해야 하고, 식사할 때 옆 친구와 대화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식사 후 곧장 마스크를 다시 쓰게 하는 것조차 쉽지않은 일이다.

안타깝게도 식사 후 양치질도 가급적 자제하라고 말한다. 얼마 전 양치질 도중 침방울이 튀기면 감염 우려가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한 아이는 "어차피 종일 마스크를 써야 하는 상황이라 구취를 (마스크가) 막아줄 테니, 점심 식사 후 양치질 정도는 참아낼 수 있다"고 어른스럽게 말했다.

점심을 먹은 뒤 오후 수업 땐 아이들이 죄다 '좀비'로 변했다. 마스크가 식사 후의 나른함을 배가시키는 데다, 종일 움직이지 못하고 교실의 자기 책상에만 머물러있어야 하는 일상이 '임계점'으로 치닫게 하는 셈이다. 코로나는 체육 수업조차 교실에서 하도록 만들어버렸다.

"종일 마스크를 쓴 채 모둠 활동도 토의와 토론도 할 수 없는 일방적인 강의식 수업이라면, 온라인 클래스를 통한 비대면 원격수업과 무슨 차이가 있을까요?"

등교 개학만 손꼽아 기다렸다는 아이들조차 삭막해진 학교의 분위기에 당황스러워했다. 운동장에서 친구들과 어울려 뛰어놀 수도 없고, 하다못해 교실에서 삼삼오오 모여 수다를 떨 수도 없는 상황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마치 학교가 군대 같다고 푸념하는 아이도 있다.

아이들의 불만은 곧 교사들의 불만이기도 하다. 정부의 방역 지침을 철저히 준수할수록, 한 아이의 말마따나, 학교는 군대가 되어갈 수밖에 없다. 만에 하나 발생할지도 모르는 감염을 막기 위해 얼마간 기꺼이 '학교이기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다.

솔직히 등교개학 후 하루하루가 조마조마하다. 지난주 고3이 등교했을 때보다 고2까지 나온 오늘이 더 그렇고, 다음 주 고1까지 모두 등교하게 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두렵고 막막하다. 개인적으로 다음 주 수요일에는 얼마나 더 일찍 출근해야 하는지 답답하다.

1분 1초도 게을리할 수 없는 교사들의 피로감도 그렇지만, 코로나에 대한 아이들의 경각심이 얼마나 더 갈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등교할 때 아이들의 옷차림은 이미 반바지에 반소매 차림이다. 하루가 다르게 더워지고 있는 요즘, 온종일 마스크를 쓴 채 버텨낼 수 있을까.

점심시간 뒤 급식소에서는 식탁과 칸막이를 일일이 소독하느라 땀을 쏟는다. 하교 후 담임교사들은 아이들의 책상과 교탁, 교실 문의 손잡이 등을 소독하느라 경황이 없다. 평소 하지 않던 일이라 서툴고, 서툴다 보니 더 힘들다. 오후 4시 40분, 다사다난했던 일과가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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