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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1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린 국민의당 토론회 '포스트 코로나19, 한국사회 변화전망과 정책과제' 모습.
 지난 5월 21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린 국민의당 토론회 "포스트 코로나19, 한국사회 변화전망과 정책과제" 모습.
ⓒ 정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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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이끄는 투자회사 버크셔 헤서웨이가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으로 항공 여행이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 여파로 1분기에 약 60조 원(497억 달러)에 달하는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버핏 회장은 델타·아메리칸·사우스웨스트·유나이티드항공 등 미국 4대 항공사 주식을 전량 매도했다. 버핏 회장에게조차 버림받은 미국 항공주들은 급락의 악몽을 맞고 있다.

국내 항공사도 타격을 받기는 마찬가지다. 세계적인 입국 제한의 확대 및 여행 수요의 급락이 지속되자 국제선 여객은 96% 급감했고, 국내선 여객도 60%까지 떨어져 '개점휴업' 상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1분기에 각각 6920억 원, 5490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낳았다.

코로나 사태가 전 세계로 확산된 2분기 실적은 1분기 참사를 넘어 사상 최악을 기록할 전망이다. 정부는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항공사들에 국책은행을 통해 총 2조9000억 원을 지원했으며, 국토교통부는 '아사 직전'의 항공사를 긴급 지원하기 위해 항공권 선(先)구매·결제까지 나섰다.

뿐만 아니다. 바다 위의 특급 호텔인 크루즈선들은 이미 바이러스 덩어리로 여겨지면서 정박하려는 도시마다 기피하는 신세가 되어 유령선처럼 바다 위를 떠돌고 있다. 거기 승무원만 10만 명이 갇혀 있는데, 그 70%가 동남아·인도 출신으로 감염 위험 우려해 자국은 물론 모든 국가가 수용을 거부해 일부는 극단적 선택까지 하는 실정이다.

심지어 자동차 수요마저 줄어들자 미국, 유럽, 일본 등에서 자동차업체들의 감산 규모가 500만 대에 이른다는 속보도 뜬다. 대륙과 대륙 사이, 국가와 국가 사이, 도시와 도시 사이를 이어주던 하늘길과 바닷길 등 모든 길이 시름시름 앓고 있는 것이다.

실크로드는 동서문명 교류의 대동맥인 동시에 전염병 전파경로

전염병으로 인해 '길'이 막히는 경우가 동서고금 인류사에선 그리 낯설지 않은 장면이다. 흑사병 같은 전염병이 '길'을 통해서만 옮겨지는 까닭이다. 동서 문명이 교류되는 대동맥인 실크로드는 상품만 오가는 것이 아니라, 동서양을 넘나들며 수차례 팬데믹을 일으켰던 전염병 전파경로이기도 했다.

새로운 문명과의 만남은 당연히 새로운 풍토와의 접촉을 불러 면역력 없는 지역을 치명적인 상황으로 몰고 갔다. 전염병이 전파될 때마다 실크로드 교역망도 큰 타격을 입으며 동서양간에는 작금의 상황처럼 일시적인 교역 단절까지 초래되었다.

교통수단의 발달로 지구촌 전체가 일일생활권이 된 지금 전염병 전파 속도는 코로나19 사태에서 볼 수 있듯 LTE급이다. 하늘길과 바닷길이 단숨에 급속 위축된 이유다. '세상의 모든 길은 열릴 땐 문이 되지만 닫힐 땐 벽이 된다'는 말 그대로다. 세계화라는 미명 하에 글로벌 시대를 구가하던 인류사회가 바이러스로 인해 잔뜩 움츠려들어, 국경은 폐쇄되고 시장은 축소되며 길마다 차단기가 설치되는 등 고립과 단절의 시대를 향해 치닫고 있다.

제국의 붕괴는 봉건사회의 부활로 나타난다. 팬데믹의 광풍이 지나갈 당분간 성채는 더욱 견고해지고, 성문은 자주 닫힐 것이다.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자마자 '아메리카 퍼스트'를 외치며 멕시코 접경 국경에다 거대한 장벽을 둘러친 것은 이러한 시대를 예감한 조치였을까. 바야흐로 국민국가의 각자도생 시대가 열리고 있다.

물론 우리는 신자유주의에 의한 세계화 시대의 부정적 측면은 익히 알고 있다. 국경 없는 세계를 표방했던 자유무역체제는 일종의 경제적 제국주의 행태를 보였다. 무역 불균형은 개발도상국들의 발전을 저해할 뿐더러 부채 급증을 부르고 자본시장이 국가 주권을 잠식토록 해 국민국가의 기능과 민주주의 기반을 약화시키고 사회 불안과 동요를 유발시켰고 그 결과 국가 사이의 빈부격차를 더욱 심화시켰다.

앤드로 쿠오모 뉴욕 주지사 "지금은 휴머니티를 연습할 때"

'앞으로의 시대는 코로나 전과 후 곧 BC(before corona)-AD(after disease)로 나눠야 한다'는데 포스트 팬데믹 시대가 비포 코로나 시대와 다르다는 것이 신자유주의 광풍의 세계화 시대로 되돌아갈 수 없다는 것이라면 그것을 반길만 하다. 하지만 이미 눈 앞에 펼쳐지고 있는 비대면 사회 현상은 우리 모두로 하여금 우려의 눈길을 거둘 수 없게 만든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자가격리가 일상화되면서 온라인 경제, 원격경제, 가상현실 경제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고, 하루에도 몇 차례씩 각종 모임을 웨비나(Webinar)로 대체한다는 문자가 온다. 온택트(ontact)이든 언택트(untact)이든 사람과 사람이 직접 만나는 즐거움을 앗아가는 삶은 아직 우리에겐 낯설기만 하다.

역사는 우연과 필연의 조화라고 했던가. "시장에선 모든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버핏이 예상 못했다는 것은 코로나 사태의 우연성을 말해준다. 하지만 지나고 나면 그것이 반드시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는 필연적인 사건이었음이 드러나게 된다. 사실 인류의 나아갈 길을 밝히는 등 인류문명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로 이미 인류의 구루로 등극한 듯한 빌 게이츠는 이미 수년 전 팬데믹을 예측했었다.

하지만 다가오는 포스트 팬데믹, 거기서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이미 일어나고 있다. 미국에서 두 달 새 실업자가 3860만 명이나 발생해 대공황 이후 최고라는데, 억만장자들의 재산은 코로나 팬데믹 속에서 오히려 537조 원이나 급증했다. IT산업, 제4차 산업혁명, 코로나19 사태, 비대면 사회, 마치 누군가 큰 그림을 그려놓고 미리 하나씩 준비한 듯이 이렇게나 모자이크가 잘 맞을 수 있을까.

하지만 그것을 뛰어넘어 우리들의 주체적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 기득권 카르텔이 맹위를 떨칠수록 약자들의 연대, 선한 사람들의 제휴는 더욱 필요하다. 어쩌면 사회가 위기에 처해 조금 느슨해지는 그 틈새야말로 민중들이 힘을 받고 일어설 때다.

길의 교류는 위축되어서도 안 된다. 더욱 확대되고 확산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왕지사 길을 새로 열어야 할 것이면 길의 정화 작업을 해보자. 제대로 된 길 닦기를 해보자. 위기는 기회다. 이제까지의 길이 침략과 침탈의 부정적인 것이었다면 새로운 길은 생명과 연대 그 착한 유통이 이뤄지는 탄탄대로가 되어야할 것이다.

바이러스에 의해 포스트 팬데믹이 열리도록 하는 수동적 자세가 아니라, 인문, 과학, 예술, 보건, 정치, 경제, 교육, 문화, 고용 등 모든 부분이 새로운 시각의 접근을 요구하는 시기에 인류 공동선을 실현시키는 새로운 문명을 주체적으로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그러기에 "지금은 휴머니티를 연습할 때입니다. 그러면서 더 나은 자신을 발견해 냅시다"라는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의 말이 더욱 가슴을 울리는 요즘이다. 인간답고 더 나은 세상을 향한 도전을 담대하게 시작할 때다.

태그:#팬데믹, #코로나19, #워런 버핏, #빌 게이츠, #쿠오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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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정권교체동행위원회 장애인복지특별위원장, 대구대학교 한국재활정보연구소 부소장,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맹 수석부회장, 지방분권운동대구경북본부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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