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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경쟁력 관련 국제통계보다 더 우리의 상황을 설득력 있게 알려주는 것은 노벨상 수상자, 학생자살률, 대학입시 진학률, 직업계 학생들의 현장실습 중 당하는 재해실태 등이다. 이러한 영역에서의 결과는 우리를 우울하게 만든다. 하지만 코로나19를 잘 이겨내고 있는 우리의 공권력과 시민의식은 이제 교육개혁으로 그 동력이 확산하였으면 하는 희망을 품어본다.

최근에 <오마이뉴스>를 통해 교권 확립을 위해 몇 가지 대안을 모색하였는데 이번에는 교육력을 주로 살피되 학생인권 및 교권도 추가로 곁들여 논하기로 한다. 사실 교육력이 높게 구현되려면 학생인권과 교권이 확립된 상태를 전제로 해야 한다.  그래서 이 세 영역은 서로 긴밀히 맞물려 있다. 다음과 같은 대책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관련 기사] 교권을 회복시킬 수 있는 '근본처방' 4가지 http://omn.kr/1nojq
   
교육력이 높게 구현되려면 학생인권과 교권이 확립된 상태를 전제로 해야 한다.
 교육력이 높게 구현되려면 학생인권과 교권이 확립된 상태를 전제로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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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력이 높게 구현되려면

첫째, 교원양성과정이 현실적으로 변화될 필요가 있다. 한국은 교수들이 과도하게 이론적이고 추상적인 개념 중심의 교육을 하고 있어 현장 대응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여기서 독일의 교원양성 과정은 우리에게 참고가 되기에 부족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시사주간 <뉴스위크>에 따르면, 독일의 교사 교육은 대학원 석사과정, 복수전공이 필수이며 교생실습이 무려 2년이다. 한국은 2달이 채 안되어 4~6주면 끝이다. 독일은 교생실습을 하는 동안 현장에 밝은 장학사가 학교를 방문하여 교생과 교육에 대해 약 25차례 상담을 한다. 교사들에게는 사회보장세의 면세 혜택 등이 주어진다. 

둘째, 교장임용제도를 전면 교장공모제로 하여 민주적인 교장상을 구현해야 한다. 나아가 교장의 역할을 교사를 지원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 민주적인 리더쉽을 발휘하도록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이제는 한국에서도 교장이 가장 먼저 부적응아를 상담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미 1995년 홍세화의 교육에세이 <나는 빠리의 택시 운전사>에서 강조했듯이 교감제는 폐지하는 것도 고려할 가치가 있다. 교감제를 폐지하면 결재라인이 줄어들어 교사의 재량권이 더 늘어날 여지가 생김과 동시에 교사들을 더 충원하여 교원 1인당 학생 수를 줄여 수업을 보다 질적으로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현재 캐나다에 거주하면서 아내와 함께 교육에세이 <캐나다 교육 이야기 - 아는 것 같지만, 사실은 잘 모르는>을 쓴 박진동 저자는, 교권 하락의 주원인을 교사에게 교과 지도 뿐만 아니라 인성 지도까지 맡기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는 주로 스승이 사표가 되어 제자의 전인격적 교육에 크나큰 책임을 진다는 의미에서 한국의 유교적 풍습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본다. 그는 최근에 이렇게 말한다.

"현재 캐나다에서는 학교에서 품행과 태도를 지도할 담당자는 주로 교감입니다. 학생들이 교실에서 잡담이나 장난이 심해 수업을 방해하는 경우 한두 차례 경고를 하고 말을 듣지 않으면 수업에서 배제해 훈육 담당 교사에게 보냅니다. 훈육 담당 교사는 별도로 학생에 훈계하고 역시 말을 듣지 않으면 부모 호출 또는 정학으로 징계를 하는 것이죠. 조금은 냉랭해 보이지만 훈육 업무를 분리해 내면 교권 유지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때문에 캐나다의 상황은 한국보다는 여유롭다. 한국은 교장이 교실 한 칸 정도의 넓은 공간에 앉아 주로 결재만 하고 나머지 대부분은 학교를 감독한다. 이러한 권위주의적인 교장상을 유지하는 것은 교육이 그만큼 뒤처져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한국도 교육청에서 학생폭력 등 민원을 일괄 처리하고 있어 교권침해 가능성이 좀 줄어드는 효과는 있다. 하지만 문제는 교장들이 수업에 상시로 지장을 주는 교실 속 어려움에 방관자로 남아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한국도 교사 개인에게 많은 것을 짐 지우지 말고 수업에만 전념하도록 지원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셋째, 이에 따라 학기 초에 학생인권 및 교권과 관련하여 직접적으로 구체적인 안내문으로 홍보하고 이를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래서 학생인권과 교권이란 무엇인가, 이것을 지키지 않았을 때 공적으로 타 학생들에게 어떤 피해를 주는가, 어떻게 교육력이 떨어지는가, 또 어떤 처벌을 받게 되는가 등에 대해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충분히 알려야 한다. 

한편 한국의 교사들이 행정업무에 과도하게 노출되어 있다는 것도 문제다. 이는 교육 내부에서 교육력을 떨어뜨리는 자체 모순을 안고 있음을 의미한다. 행정업무를 처리할 시간에 학생들이 이해하고 감동할 수 있는 자료를 준비하여 제공하면 교육력의 향상은 물론 아이들의 교사에 대한 신뢰는 더욱 높아지지 않겠는가? 우리는 이런 상식에서 멀어져 있다.

넷째, 국·영·수 교과목 중심의 수업을 시급히 탈피하고 탐구학습으로 대전환을 시작해야 한다. 일부 혁신학교에 대한 투자보다는 일반고를 포함한 전체를 대상으로 교육력을 높이기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 우리의 학교 현장은 여전히 결과적인 지식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강의식 수업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것이 교과서를 성전(聖典)처럼 중시하는 풍토를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다. 

발견과 감동의 기쁨이 배제된 이런 수업환경은 성적과 상급학교 진학을 과하게 중시하는 문화 그리고 심한 사회적 불평등에서 기인한다. 따라서 학력 차별·직업차별·대학 서열화의 차별 등을 반드시 시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교과목 중심의 수업환경에서 벗어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한국의 고교에서 학생들이 얼마나 인내의 한계상황을 견디어 왔는지는 수능 끝나고 미련 없이 교과서와 참고서를 모두 내다 버리는 것으로 알 수 있다. 그러면 대형 포크레인 차가 와서 산더미처럼 쌓인 책들을 실어 가는데 이것이 매년 반복되고 있다. 외국에서 교과서가 비싸게 잘 만들어져 후배들에게 물려주는 것과 사뭇 대조적인 풍경이다.

또한 교과목 중심의 수업을 벗어나려면 교과서의 내용, 연간 과목당 수업시수 및 수업일수를 축소할 필요가 있으며 교사들이 교과서를 참고서 정도로 여기며 자료를 찾을 수 있는 시간과 자유재량을 허용해야 한다. 교과 진도를 떼는 것이 최우선이 되는 상황에서는 토론·발표·탐방학습 등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현재 초등학교를 명퇴한 김광일 전직 교사는 별도 아파트를 세를 얻어 연구실을 차린 후 초등 및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기체실험, 전도실험 등 다양한 과학실험을 하고 있는데 학생 및 학부모들로부터 찬사를 받고 있다. 그 주된 이유가 발견의 기쁨이 살아있는 과정 중심의 수업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깨달음과 감동이 있는 수업이야말로 교육력을 높이는 것이 아닌가? 교권은 이때 자연스럽게 얻어지는 부산물이다.

다섯째, 유급제를 부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유급제는 실력이 안 되면 보상받을 수 없다는 정직의 가치를 심는 효과가 있을 뿐만 아니라 긍정적 의미에서 교사의 권위를 담보하는 기능을 한다. 비록 유급제가 외적인 제재라서 학생들에게 달갑지는 않기 때문에 사전에 충분히 알리고 또 유급 이전에 보충수업의 기회를 줘야 할 것이다. 최근 이탈리아에 있는 김두홍 음악 전직 교사는 이렇게 말한다.

"교권 회복은 기본적으로 학부모의 가정교육이 제 기능을 다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가정에서부터 기초질서 의식과 바른 예법을 익히고 그것이 몸에 배어 있어야 학교라는 공동체에서 잘 생활할 능력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여기에다 이탈리아는 중학교에서부터 유급제가 엄격하게 적용되고 있어 한국만큼 교권을 염려하지는 않는다고 봅니다. 아울러 교사의 질적인 역량이 우선되어야 학생들로 하여금 따르게 하는 힘이 생긴다고 봅니다."

(하편에서 계속)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인천광역시 교육청 학생생활 자문관입니다. 프레시안에도 송고하였습니다.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 - 개정판

홍세화 지음, 창비(2006)


캐나다 교육 이야기 - 아는 것 같지만, 사실은 잘 모르는

박진동.김수정 지음, 양철북(2013)


태그:#교육력, #학생인권, #교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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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의소리'에 교육평론 45편 정도 기고했으며, 현재 인천교육청 공립 대안교육 자문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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