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골 청천리로 올라가는 길목의 '조덕선'씨 집에는 태극기가 휘날리고 있습니다. 특별한 날을 기려 태극기를 게양한 것이 아니라 사시사철 그 집에는 태극기가 바람에 휘날리고 있습니다.
청천골로 올라가는 길목에는 이곳이 고향이었던 분이 세워놓은 청천마을의 유례비가 있습니다.
'터 청천리 청천리는 1948년 이전에는 가구 수가 70호 정도이었다. 평화롭던 마을이 1948년 여수 14연대 반란 사건으로 인해 죄 없는 양민이 영문도 모르게 행방불명 되었고 마을 전체가 방화로 불타버리고 살아남은 주민은 뿔뿔이 흩어지고 마을은 폐허가 되었다. 행방불명된 영혼을 위로하고 옛 고향의 그리움을 달래고자 이 돌에 새깁니다.'
- 2004년 5월 이람식
쓴 이의 옛터에 대한 그리움과 심정이 이해가 갑니다. 옛 상처가 있던 곳, 영문도 모른 채 피를 흘린 곳이기에 그는 유례비를 새웠고 아직도 이곳에 살고있는 사람은 살아남은 죄스러움과 아물지 않은 두려움 때문에 태극기 높이 휘날리고 있는 것입니다.
여수 14연대 반란 사건이란 용어는 <여수, 순천 그리고 구례 민중항쟁>으로 바뀌어져야 합니다. 여수 14연대가 방화를 하고 인명을 해쳤습니까? 그건 사실이 아닙니다. 죄 없던 주민에게 총을 쏴라! 했던 상부의 명령에 반했을 뿐입니다.
그때의 공권력에 의한 인명 학살과 방화, 수많은 행방불명은 반드시 규명되어야 합니다. 억울한 이는 신원을 회복하고 권력을 남용한 자는 처벌받아야 마땅합니다. 그리하여 이 땅이 생명과 평화의 영역으로 새 출발 하는 역사의 초석이 되어야 합니다.
억울하게 죽은 영혼만큼이나 할 일도 많은 지리산 아래 구례입니다. 오늘도 지리산 청천 옛터에는 태극기가 바람에 휘날리고 있습니다. 청천 골에 작은 집 하나 짓고 살면서 억울한 영혼을 위해 기도하며 같이 살아가고 있는 이 땅의 많은 생명을 위해 또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