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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온라인 강의를 듣게 된 지 넉 달째다. 3월과 4월은 집에서 2주마다 학교 갈 가방을 쌌다가 풀어놓는 걸 반복하는 과정이었다. 일주일 단위로 학교 공지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멀리 살고 있는 친구들은 기숙사에 들어갔다가 나왔고, 사람이 살지 않지만 이미 계약되어버린 자취방이 속출했다. 매뉴얼이 소용없는 세상에서 대학은 갈팡질팡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모두 모여서 수업을 듣는 전통적인 방식이 충돌한 것이다.

경남에 위치한 내가 다니는 학교는 한 학년 간호학과만 300명이다. 매번 빽빽하게 채워가던 통학버스와 강의실은 당연한 학교의 풍경이다. 그렇지만, 간호학과 특성상 교내 실습도 해야 하고, 함께 머리를 맞대서 해결해야 하는 조별 과제도 필수적이다. 그리하여 코로나19가 괜찮아진다 싶으면 '일주일 뒤 학교에 나오세요'라는 공지가 온다.

이 상황이 불안한 학생들은 커뮤니티와 전화를 통해 반발한다. 그때쯤 코로나바이러스가 알 수 없게 움직인다. 학생들이 통학하는 길목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면 갑작스럽게 '모두 다 취소'라는 공지가 내려온다. 이런 일이 3월부터 5월까지 다섯 번 있었다. 중간고사도 일주일 전에 급하게 과제로 대체됐다. 갈팡질팡하는 학교 때문에 '대기조'가 됐다. 언제 학교를 갈지 몰라서 집에 박혀있는 생활이 이어졌다.

일주일씩 결정을 미루는 게 왜 문제냐 하면, 학교와 학생 모두 장기적인 계획을 세울 수가 없게 되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언제 학교를 갈지 몰라서 아르바이트부터 자취방 계약까지 손 놓고 있는 상황이 된다. 학교도 2주 뒤에 대면 수업을 할 거라고 생각하면 온라인 강의에 대한 장기적인 계획을 세울 수 없다.

그렇게 되면, 온라인 강의 질을 올리기 위한 노력과 공정한 평가 기준에 대한 고민이 얕아진다. 교육부 기준에 따라 겨우 만들어놓은 이클래스 서버는 터지기 일쑤였고, 업로드됐다고 생각한 과제는 올라가지 않았다. 1학기 내내 전체 화면이 오류가 나서 작은 화면으로 강의를 들었다. 영화 볼 때 사용하는 영상 플레이어보다 못한 강의 플레이어를 가지고 힘겹게 수업을 따라가야 했다. 역시 온라인 수업이 익숙하지 않은 교수님들은 종종 음소거된 강의를 가지고 오시기도 했다.
     
온라인으로 발표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온라인으로 발표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 김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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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코로나19는 우리가 처음 겪어보는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불편한 부분을 서로 이해하고 양보하면서 이겨내야 한다. 그렇지만, 대학과 학생들의 2020년 1학기가 이렇게 좌충우돌이 된 데에는 온라인 수업이 대면 수업보다 못하다는 잘못된 전제가 자리 잡고 있지 않을까?

첫째 주 온라인 수업을 할 때만 하더라도, 대면 수업 시간에 온라인으로 수업한 내용을 한 번 더 리뷰해 주시겠다던 교수님들이 많았다. 심지어 보강을 잡아 대면 수업으로 다시 해주시겠다는 교수님도 계셨다. 학창 시절에 대면 수업을 듣고, EBS 강의를 선택적으로 활용한 것처럼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온라인 수업을 학생들이 제대로 들을지 알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한 수업당 과제가 한 개씩 나왔다. 일주일에 수업이 10개라고 생각하면, 매주 10개의 과제를 해야 했다. 과제는 공부를 위한 것보다는 강의를 들었는지 확인하기 위한 무의미한 과제들이 대다수였다. 예를 들면, 수업 시간에 알려준 문구를 수기로 적어서 스캔을 떠서 제출하라는 식이었다.

할 거면 '제대로' 해봅시다
 
1020 세대는 대면 수업 못지않게 온라인 수업이 익숙한 세대다. 고등학교 때부터 학교 수업 못지않게 온라인 수업을 열심히 들어왔다. 토익이나 공무원 시험까지 학원을 가기보다는, 온라인 수업을 택한다. 듣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대면 수업보다 큰 성과를 얻은 지도 오래됐다. 언젠가부터 수능, 토익, 공무원 합격 수기에서 '집 근처 독서실에서 사이버 강의를 꾸준히 들었어요'라는 말이 놀랍지 않은 시대다.

이번 코로나19와 교육부의 공지사항을 보면서 온라인 강의가 대면 수업을 대체할 수 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어한다고 생각했다. 물론 교육격차가 나타난다는 사실은 인정한다. 컴퓨터가 귀한 집은 아직도 많다. 또 맞벌이 가정에서는 아이들을 돌봐줄 사람 또한 없다. 또한 유튜브 앞에서 아이들의 제어력이 바닥난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대면 수업도 완벽했던 것은 아니다. 대면 수업 시간에도 자거나 수업을 듣지 않는 학생들은 있었고, 커닝 문제도 있었다.

대면 수업이 온라인 수업보다 더 안정적이라고 느끼는 이유는, 우리가 대면 수업의 한계와 문제점을 꾸준히 인식하고 그에 맞는 해결 방법을 찾아왔기 때문이다. 제대일 방법을 오랜 시간 찾고 실행해왔다.로 된 평가 기준을 고민하고, 커닝에 맞서 감독관을 늘리고, 수업 시간 집중도를 높일 방법을 오랜 시간 찾고 실행해왔다.

바이러스로 인한 사이버 시대를 맞아 우리는 온라인 강의의 문제점을 보완해나갈 필요가 있다. 통학시간이 사라지면서 수업을 한 번 듣고, 두 번 듣고, 세 번 들어도 시간이 있다. 인강으로 들으니 이해가 안 될 때 멈춰놓고 들을 수 있어 수업 때 놓치는 부분이 적어진다. 또 이해가 안 돼서 어려운 부분은 쪽지를 통해 교수님께 질문할 수도 있다.

이번 학기에는 SNS를 이용해 조별 과제도 했다. 집에서도 얼굴을 보고 이야기할 수 있는 어플이 많이 나와 있다. 발전된 기술을 활용해서 온라인으로 모여 발표 수업도 했다. 발표는 집에서 혼자 발표 영상을 찍어서 교수님께 보내면, 교수님이 같은 반 학우들의 발표 영상을 모아 한 번에 올려주신다. 그럼 온라인 강의를 들으면서도 대면 수업을 듣는 것처럼 효과적인 발표 수업이 가능했다.
    
대면 수업 전에 한시적으로 온라인 강의를 활용한다는 생각보다, 온라인 강의에 대해 조금 더 진지하게 접근해보면 어떨까?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파악하고, 해결 방법에 대해 같이 이야기해보고, 실행해서 매뉴얼을 만들 차례다. 대면보다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는 강의가 온라인 강의일지도 모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 브런치(https://brunch.co.kr/@chhieut/167)에도 실립니다.


태그:#코로나19, #대학생, #온라인수업, #사이버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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