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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9일, 금오름나그네가 오름 올라가는 날이다. 이번에는 표선면 성읍2리에 있는 개오름을 오르기로 했다. 한 명이 빠져 모두 7명이 모였다. 성읍2리에 사는 나그네가 등반 후 저녁 식사에 초대했다. 오후 3시 번영로 성읍2리 로타리에서 만났다.
 
성읍2리 마을을 관통하여 북쪽으로 조금 가면 정자가 나타나는데, 그 곳이 개오름 입구다.
▲ 개오름 입구 성읍2리 마을을 관통하여 북쪽으로 조금 가면 정자가 나타나는데, 그 곳이 개오름 입구다.
ⓒ 신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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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오름은 성읍2리를 관통하여 북쪽으로 틀어 농경지를 조금 지나가면 나타난다. 멋들어진 정자가 입구에 서 있다. 오름과 입구 사이는 말을 방목하고 있다. 오름은 나무로 덮혀 있다. 집과 가까워서 몇 번이나 올라가 본 회원이 길 안내를 맡았다. 
 
방목장에 풀을 뜯고 있는 말 모녀. 어미는 백마고 몽생이는 갈색이다.
▲ 개오름 방목장의 말 모녀 방목장에 풀을 뜯고 있는 말 모녀. 어미는 백마고 몽생이는 갈색이다.
ⓒ 신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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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간다. 말들이 풀을 뜯고 있다. 사람들을 별로 개의치 않는다. 덩치가 보통이 아니다. 들은 말로는 큰 말은 600kg이 넘는단다. 망아지, 제주말로는 몽생이가 옆에서 까불락거리고 있다. 몽생이는 우리를 보고 멈칫멈칫한다. 귀엽고 이쁘다.
 
개오름은 둘레길을 잘 정비해 놓았다.
▲ 개오름 둘레길 개오름은 둘레길을 잘 정비해 놓았다.
ⓒ 신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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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으로 들어갔다. 둘레길 양 갈래 길이 나타났다. 길잡이가 물어보지도 않고 왼쪽으로 돈다. 나머지도 아무말 없이 뒤따른다. 둘레길은 좌우 아무데로 가도 상관없다. 둘레길은 숲, 들판으로 다양하다. 일단 삼나무 숲길이다. 바쁠 것 없는 나그네들은 쉬엄쉬엄 걷는다.
 
길가에 노루발이 꽃을 피우기 위해 몽우리를 짓고 있다.
▲ 노루발 몽우리 길가에 노루발이 꽃을 피우기 위해 몽우리를 짓고 있다.
ⓒ 신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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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으면서 둘레둘레 살핀다. 그냥 걸으면 그냥 길이고 둘레둘레 살피면서 걸어야 둘레길이 된다. 내 맘대로 세운 이론이다. 노루발이 꽃을 피우려 몽우리를 짓고 있다. 이름이 왜 노루발일까? 꽃이, 아니면 잎이 노루발을 닮았을까? 어떤 꽃일지 궁금해진다. 
 
떼죽나무 꽃이 아래로 내려다 보고 있다.
▲ 떼죽나무 꽃 떼죽나무 꽃이 아래로 내려다 보고 있다.
ⓒ 신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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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도 마찬가지겠지만, 오름 탐방은 식물 탐방이기도 하다. 만발했다가 지기 시작하는 떼죽나무 꽃이 내려다 보면서 지나가는 사람들 구경하고 있다. 누군가 저 나무 열매를 짓찧어서 물에 풀면 물고기가 뒤집어진다고 한다. 어릴 적 시골에서 자란 사람들은 모두 한 경험이다.
 
둘레길을 다 돌았다. 입구의 정자가 보인다.
▲ 개오름 둘레길 둘레길을 다 돌았다. 입구의 정자가 보인다.
ⓒ 신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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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을 지나니 들판이 나타났고, 또 숲이 나타나더니 이내 입구의 정자가 나타났다. 말무리가 띠각띠각 뛰어 다닌다. 한 놈이 '히히히힝' 울어댄다. 넓은 들판을 맘껏 뛰어다니는 모습이 자유롭다. 그래서인지 말소리도 기분좋은 경쾌한 소리다. 자유로운 우리도 더 자유로워졌다.
 
둘레길에서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
▲ 개오름 둘레길에서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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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오름나그네는 보통 때는 금요일 오후에 오름 2~3개를 오른다. 이번에는 개오름 하나다. 집 부근 오름 등반을 기념한다면서 저녁 식사에 초대했기 때문이다. 대신 개오름을 샅샅이 다니기로 했다. 한 바퀴 돌았으니 이젠 오른쪽 위로 올라간다. 올라가는 길이 섬유질 깔개로 잘 단장돼 있다.
 
정상 바로 밑에 편백나무가 우거져 숲을 이루고 있다.
▲ 편백나무 숲 정상 바로 밑에 편백나무가 우거져 숲을 이루고 있다.
ⓒ 신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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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 올라가는 길은 숲길이다. 개오름은 비고가 130m로 제법 높은 편이다. 땀을 좀 흘리며 숨을 헐떡인다 싶을 때쯤이면 꼭대기에 도달한다. 정상 바로 밑에 편백나무 숲이 우거져 있다. 삼나무보다 편백나무 숲을 만나면 기분이 더 좋아진다. 피톤치드가 더 많이 뿜어져 나온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개오름에서 보이는 성읍의 영주산
▲ 영주산 개오름에서 보이는 성읍의 영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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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대기에 도달했다. 개오름은 분화구가 없다. 정상이 봉긋하게 솟아 있다. 전망이 좋다. 저 멀리 성읍의 영주산이 보인다. 제주 오름이 봉긋하지 않고 펑퍼짐하게 퍼져 있는 것은 분화구가 있기 때문이다. 영주산 앞에 큰 저수지가 있다. 아래 사는 한 나그네의 자전거 운동장이란다. 둘레가 2km가 넘는데, 아침에 네 바퀴씩 돈단다. 저보다 더 좋은 자전거 운동장은 있을 수가 없다고 한다. 모두 공감한다.
 
개오름 정상에서 인증샷을 날렸다.
▲ 개오름 개오름 정상에서 인증샷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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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오름 정상에 올랐으니 인증샷을 찍지 않을 수 없다. 다른 오름과 달리 분화구가 없고 봉긋한 오름이라 그 모양이 솥두껑 같다고 본 모양이다. 그래서 덮을 개(蓋)오름이 되었다는 유래가 있다. 개를 닮았다 해서 붙인 이름이란 유래도 있다. 개오름을 어디서 보아도 개를 닮은 모습을 볼 수 없으니, 나는 앞의 유래를 옳다고 생각한다.

초대한 안주인은 준비 차 내려갔다. 땀도 식힐 겸 두런 두런 이야기가 끝이 없다. 늙으막에 운 좋게 제주 내려와서 살게 된 것을 다행 중 다행이라 생각한다. 그런 사람끼리 어울려 처음에는 아지도 못했던 오름을 올라다니는 것을 또 다른 하나의 행운이라고들 말한다. 나도 그렇다.
 
늦봄에 제주 산야를 희게 만드는 꽃 중에 하나다.
▲ 가막살 나무 늦봄에 제주 산야를 희게 만드는 꽃 중에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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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왔으니 반대편 남쪽으로 내려간다. 신록을 갓 벗어난 농푸른 나뭇잎 위에 흰꽃이 잔뜩 피었다. 가막살나무꽃이다. 늦봄 초여름 제주 산야를 희게 덧씌우는 꽃 중 하나다. 가막살나무꽃, 산딸나무꽃, 떼죽나무꽃. 가막살나무는 봄에는 꽃으로 눈을 즐겁게 하고 가을에는 빨간 열매로 그렇게 한다. 저 흰꽃이 모두 빨간 열매로 변한다.
 
내려오니 둘레길을 다시 만났다.
▲ 개오름 둘레길 내려오니 둘레길을 다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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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가기는 금방이다. 둘레길을 다시 만났다. 길잡이는 또 아무말없이 왼쪽으로 돌아간다. 한참을 갔다. 뒤쳐진 한 나그네가 보이지 않는다. 순간 전화가 왔다. 오른쪽으로 돌았다가 안 보여 다시 되돌아 오고 있단다. 그냥 계속 가도 입구가 나타나는데 라며 생각하지만 말할 필요가 없다.

통상 오름과 마찬가지로 개오름 둘레길은 방향이 잘못 되어도 괜찮다. 어떻게 돌아도 입구가 나타나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왜냐면 둘레길이 둥글기 때문이다. 지구도 그렇다. 그걸 처음 해 본 사람이 마젤란이고, 개오름의 경우는 금오름나그네라 우기고 싶어진다.
 
개오름 자락에 옥녀꽃대가 막 꽃을 피우려하고 있다.
▲ 옥녀꽃대 개오름 자락에 옥녀꽃대가 막 꽃을 피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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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내려오니 옥녀꽃대가 막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그런데 꽃도 별로 이쁘지 않고 풀 모습도 이쁘지 않은 저것이 왜 옥녀꽃대일까? 모습과 이름이 어울리지 않으면 궁금해진다.

초대한 나그네 집에서 엄청난 환대를 받았다. "개오름 말고 소오름이나 말오름 같은 거 주변에 또 없나?" 누군가 너스레를 떤다.

이야기가 이래저래 이어진다. 살아온 이야기들이다. 300년이 걸려야 이룰 수 있는 일을 30년으로 단축시킨 사람들의 이야기다. 우여곡절 없었던 사람은 없다. 

제주에 수많은 오름이 있어 제주가 참 좋다.

태그:#개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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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서 살고 있습니다. 낚시도 하고 목공도 하고 오름도 올라가고 귤농사도 짓고 있습니다. 아참 닭도 수십마리 키우고 있습니다. 사실은 지들이 함께 살고 있습니다. 개도 두마리 함께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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