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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8년 산업재해로 사망한 고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정의당 1호 법안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발의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발의 기자회견 참석한 고 김용균 씨의 어머니  지난 2018년 산업재해로 사망한 고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정의당 1호 법안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발의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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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처럼 살고 있는 이가 얼마나 많을까. 한 해 2400명이 사망하고 그 2400명의 가족들이 파탄난다. 피해자들은 따져 묻고 싶다. 그 수많은 사고에서 안전을 책임졌어야 할 기업과 공무원의 역할은 뭐였는지."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석탄 운반시설 점검중 사망한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이 11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아들 용균이가 사고당한 지 1년 반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용균이 동료들의 처우는 개선되지 않았다. 원·하청 대표이사를 고소고발했지만 하청 말단직원에게만 사고 책임을 묻겠다고 한다"면서 한 말이다. 그의 앞엔 "중대재해기업처벌법(기업살인법) 발의 기자회견"이라고 적힌 현수막이 펼쳐져 있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법률안 제목은 "중대재해에 대한 기업 및 책임자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이다. 정의당의 21대 국회 1호 법안으로, 강은미 의원(비례대표)이 이날 대표 발의했다. 그러나 세상에 처음 등장하는 법은 아니다.

2017년 4월 같은 취지의 법안이 제출된 바 있다. 바로 고 노회찬 의원의 "재해에 대한 기업 및 정부책임자 처벌에 관한 특별법"이다. 그 이후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 태안화력발전소 김용균 사망사고 등이 발생했지만 해당 법안은 20대 국회에서 임기만료 폐기됐다.

21대 국회에서 다시 부활했다.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는 다음과 같이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고 노회찬 의원이 대표발의했던 이 법안은 3년 2개월 동안 국회에서 논의 한 번 제대로 못하고 폐기됐다. 그리고 이 법안을 국회가 유기하는 동안, 최근 이천화재참사를 비롯하여 너무나 많은 국민의 생명을 국회는 지키지 못했다."

사람 죽어도 450만 원 벌금 내면 그만인 현실 바꿔야... 노회찬 때보다 처벌 강화
  
정의당 강은미 의원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정의당 1호 법안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발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강은미 의원이 발의한 정의당 1호 법안은? 정의당 강은미 의원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정의당 1호 법안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발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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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 취지를 거칠게 설명하자면, "사람이 죽어도 사업주가 지난 10년 간 징역 및 금고형에 처한 비율이 0.56% 밖에 안 되는 현실, 벌금을 내더라도 평균 450만 원에 불과한 현실, 이러한 현실 탓에 노동자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려는 노력을 이윤 추구보다 등한시하는 기업과 사회문화를 바꾸자는 것(권영국 정의당 노동본부장)"이다.

특히 "중대재해가 개인의 실수에 의한 사고가 아니라 위험을 제대로 예방하고 관리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기업범죄'임을 인식하게 하고, 기업이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부담해야 할 사고처리비용이 예방을 위한 투자비용을 압도하도록 해 기업이 철저히 안전관리를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목표다.

이에 대해 강은미 의원은 "작년 한 해에만 재해자 수는 11만여 명이고 사망자 수는 2020명에 이른다. 하루에 300여 명이 산업재해를 입고, 하루에 6명 가까운 노동자가 사망했다"면서 "대형 인명사고와 반복되는 중대재해를 해결하려는 우리 사회의 의지는 단순한 경각심 타령이나 시늉에 그친 양형 기준이 아닌 엄격한 입법으로 완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론, 사업주가 유해·위험 방지의무를 위반해 노동자를 사망케 할 경우 3년 이상 유기징역 또는 5천만 원 이상 10억 원 이하 벌금형(하한형)에 처하도록 했다. 법인에 대한 처벌과 관련해서도 기존 산업안전보건법보다 강화해 1억 원 이상 20억 원 이하 벌금형(하한형)을 부과하도록 했다. 아울러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인 경우 손해액의 3배 이상 10배 이하의 범위에서 손해배상(하한형)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을 제도화하고, 그 입증 책임을 사업주, 법인 또는 기관이 부담하도록 했다.

고 노회찬 의원이 발의했던 법보다 더 강화된 내용이다. 당시엔 사업주의 유해·위험 방지의무 위반으로 노동자가 사망했을 때 3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5억 이하 벌금형(하한형)에 처하도록 했다. 또 법인에 대한 처벌 없이 하한형을 두지 않고 "10억 원 이하 벌금형 부과"로만 규정한 바 있다.

"김용균법 시행됐지만 여전히 사업주의 꼬리자르기 가능해"
  
정의당 강은미 의원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정의당 1호 법안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발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지난 2018년 산업재해로 사망한 고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
▲ 고 김용균 씨의 어머니와 나란히 한 강은미 의원 정의당 강은미 의원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정의당 1호 법안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발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지난 2018년 산업재해로 사망한 고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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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안이 3년 2개월 전보다 더 강화된 만큼 재계의 반발도 더 거세져 통과가 어려운 것 아니냐"는 취지의 질문이 나왔다. 특히 "올해부터 시행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일명 '김용균법'의 효과를 좀 더 지켜봐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도 나왔다.

이에 대해 강 의원은 "이 법의 목적을 처벌로만 보는 분들이 계시지만 예방의 효과가 더 클 것"이라고 답했다. '김용균법'의 시행효과 관련 질문엔 "산재 사망률은 올 상반기에 좀 더 높았다. 여전히 그 효과가 미흡하다고 본다"면서 최근 38명이 사망한 이천 물류창고 화재참사도 원청과 시공사가 무리하게 공사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여러 공정을 동시에 진행하면서 발생한 '인재(人災)'임을 주지시켰다.

그러면서 "시민 1명이 살해됐을 때 온 국민이 분노하고 강력한 처벌을 요청하는 데 몇 십 명이 죽어가는 문제에 왜 이리 관대한지 생각해 봤다"며 "이 문제를 개선하지 않는 한 1년에 2천 명 이상 노동자가 죽어나가는 걸 막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권영국 정의당 노동본부장은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이 원청의 책임을 넓힌 것은 맞지만 결국엔 안전관리인의 책임으로 간다. 대표이사는 '나는 열심히 안전 지키라고 했다'는 말 한마디로 꼬리자르기가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라며 "경영 책임자가 현장의 안전문제를 스스로 책임지지 않는다면 늘 이윤을 앞세우게 돼 있다"고 주장했다.

태그:#노회찬,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강은미, #정의당, #이천 물류창고 화재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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