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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업병 진단에서 '업무상 신체부담'을 입증하는 책임은 오로지 노동자 본인 몫이다. 신체부담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사업주 협조가 필수다.
 직업병 진단에서 "업무상 신체부담"을 입증하는 책임은 오로지 노동자 본인 몫이다. 신체부담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사업주 협조가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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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말하는 '산업재해'(산재)라 하면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일반인이 흔히 떠올리게 되는 사고성 재해(업무상 사고)가 있는데 높은 곳에서 추락하거나, 부딪히고, 넘어져서 생기는 부상을 의미한다.

다른 하나는 흔히 직업병(업무상 질병)이라 칭하는 것이다. 고전적으로는 납중독이나 폐병(진폐증), 화학물질 중독을 의미했지만, 최근에는 허리디스크나 어깨, 손목에 생기는 근골격계 질환, 흔히 과로사라 일컫는 뇌심혈관계질환, 정신질환까지 개념이 확대되었다.

일반인에게는 산재 발생이 많은 사업장은 위험한 곳, 그렇지 않은 곳은 관리가 잘되고 있거나 안전한 곳으로 생각하기 쉽다. 실제로도 그러할까? 천만의 말씀이다.

직업병의 진단은 '의학적 진단'뿐 아니라 '업무상 신체부담'이 병존해야 하는데 '업무상 신체부담'을 입증하는 책임은 오로지 노동자 본인 몫이다. '내가 하는 일이 이토록 힘들고 해로운 일이다'라는 것을 증명해야 하는데 이는 사업주의 협조가 없으면 이루어지기 매우 힘들다. 사실상 직업병 인정의 열쇠를 사업주가 들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직업병 여부를 결정하는 회의에도, 굳이 올 필요도 없는 사업장 관계자가 참석하여 진술할 때가 종종 있다. 해당 노동자가 '직업병이 아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자료를 매우 구체적이고 짜임새 있게 준비해온다.

이는 산재급여 부정수급을 막아 산재보험 재정 건전성 악화를 막기 위한 대의(大義) 때문일까? 그보다는 산재 통계로 잡히면서 사업장에서 얻게 될 유무형의 불이익을 우려하기 때문이라는 느낌이 짙다.

작년부터 직업병 인정 시에 해당 사업장의 산재보험료율이 할증되는 것도 사라졌지만, 직업병 발생 '숫자'를 줄이기 위한 사업주의 노력은 별반 달라진 것 같지 않다. 하지만 이와 대조적으로, 노동자의 산재 승인을 해달라 간청하는 사업주의 의견도 종종 볼 수 있다. 본인이 고용했던 노동자의 생계를 걱정해주는 것이다.

노동자 눈물이 모여 만들어진 통계

질병뿐 아니라 사고성 재해의 경우도 그렇다. 우리나라의 산재사고 건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낮은 그룹에 속하지만 사고사망 건수는 1등인 매우 기괴한 통계를 나타낸다. 이는 사망사고와 같은 중대재해는 숨길 수 없어도 부상 사고는 숨길 수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공상'을 비롯해 전문가인 필자도 잘 모르는 절차를 통해 물 밑에서 끝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사고성 재해의 통계 역시 사업주에 의해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산재가 많은 사업장이라 하여 노동자의 건강 보호나 예방조치에 소홀하다고 섣불리 생각해선 안 된다. 사업주가 적극적으로 노동자의 산재 신청을 돕는 사업장일 수 있어서다. 다만 사고사망이나 중대 재해가 많은 사업장은 위험한 곳이 맞는데 이는 거의 전수가 보고될 수밖에 없어 은폐되거나 왜곡될 여지가 적기 때문이다.

이와는 반대로 산재가 적은 사업장이라 하여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신중해야 한다. 많은 노동자의 눈물이 모여 만들어진 통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치 취업률 뻥튀기를 일삼는 일부 대학교처럼, 통계 수치에 목맨 사업장일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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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 일터건강을 지키는 직업환경의학과 의사회 청소년 고용노동교육(노동인권)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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