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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후 부산 해운대 모 초등학교 스쿨존(어린이보호구역) 교통사고 현장에 추모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한 시민이 놓아 둔 편지의 글귀.
▲ "아이야 미안해" 16일 오후 부산 해운대 모 초등학교 스쿨존(어린이보호구역) 교통사고 현장에 추모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한 시민이 놓아 둔 편지의 글귀.
ⓒ 김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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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후 부산 해운대 모 초등학교 스쿨존(어린이보호구역) 교통사고 현장에서 한 학부모가 아이의 어깨를 잡고 한참 동안 울먹이고 있다.
▲ "아이야 미안해" 16일 오후 부산 해운대 모 초등학교 스쿨존(어린이보호구역) 교통사고 현장에서 한 학부모가 아이의 어깨를 잡고 한참 동안 울먹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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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어째..."
"정말 슬퍼요. 어쩌다가..."

6살 어린이가 허망하게 세상을 떠난 자리에 국화와 우유, 젤리, 사탕 등이 놓였다. 어른들은 "정말 미안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16일 오후 부산 해운대 모 초등학교 스쿨존(어린이보호구역) 사망사고 현장에는 6살 A양을 추모하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접근을 차단한 경찰 통제선 밑으로 시민들이 가져다 놓은 추모 꽃과 편지가 쌓였다. [관련 기사 : 민식이법에도 스쿨존 돌진한 승용차... 6세 어린이 숨져]

대신 사과하는 어른들

사고 현장을 찾은 시민들은 먼저 온 이들이 남긴 추모글을 보며 쉽사리 자리를 뜨지 못했다.
 
"어른들의 부주의로 아직 피어보지도 못한 꽃이... 하늘나라로 가게 되어 마음이 아픕니다. 미안하다 아이야."

"아가야, 아프게 해서 미안하다. 이 세상에서 꽃을 피우기도 전에 하늘나라로 떠난 아가야. 좋은 곳에서 편히 쉬길 바랄게. 이곳에 남은 엄마, 아빠, 언니가 슬픔을 이겨낼 수 있도록, 아가야 좋은 곳에서 편히 쉬어."
 
또 다른 편지에는 "이런 비극적인 일이 생기다니 마음이 아픕니다. 어른으로서 미안한 마음뿐입니다"라며 가해자를 대신해 아이에게 사과하는 내용이 담겼다.

사고가 난 순간을 목격했다는 박아무개(63)씨는 기자 앞에서 울먹이며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한참 마음을 진정시킨 그는 "충격에 나도 밤새도록 잠을 못 잤다. 불쌍해서 못 보겠다. 애가 무슨 죄냐"고 말하다가 결국 울음을 터트렸다. 그는 "너무 안 됐어. 엄마는 어떻게 해"라며 남은 가족들을 걱정했다.

아이와 현장을 지나며 사건을 설명하는 시민의 모습도 취재진의 카메라에 잡혔다. 손녀의 손을 꽉 잡은 조아무개(57)씨는 "하루아침에 저런 일을 당했다니 너무 황당하다"며 "이번 사고는 남의 일이 아니라 언제든 우리도 당할 수 있는 사건"이라고 우려했다.

손자와 함께한 김아무개(70)씨도 "다시는 이런 사고가 나면 안 된다. 제발 운전을 조심해 달라"고 당부했다. 사고 현장 바로 뒤 학교에 자녀들을 보내고 있다는 이아무개(49)씨는 아이와 함께 한참 동안 눈을 감고 서 있었다. 그는 기자를 붙잡으며 "우리 아이들이 안전하게 커나갈 수 있는 환경부터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는 하루 전인 15일 오후 3시 30분 발생했다. 유치원생인 A양은 엄마, 언니와 함께 스쿨존 보행로를 걸어가다 갑자기 난간을 뚫고 돌진한 승용차에 치여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엄마는 골절 등 경상을 입었고, 언니는 다행히 화를 면했다.

당시 사고 차량은 20여 미터 떨어진 곳에서 직진 중이었다. 그러나 중앙선을 넘어 좌회전하던 SUV 차량과 충돌로 방향을 잃고 바로 내리막길로 가속해 사고 지점을 덮쳤다. 경찰은 두 차량 운전자를 조사하고 블랙박스 영상 등 현장에서 확보한 영상자료를 국과수에 보내 감정을 의뢰했다.

또한 스쿨존 내 자동차 관련 규제를 강화한 일명 '민식이법' 시행 이후 부산에서 발생한 첫 스쿨존 사망사고인 만큼 관련 법규 적용 여부도 신중히 검토 중이다.
 
16일 오후 부산 해운대 모 초등학교 스쿨존(어린이보호구역) 교통사고 현장에서 경찰 통제선이 출입을 막고 있다. 그 아래로 시민들이 가져다 놓은 국화와 편지 등이 보인다.
▲ "아이야 미안해" 16일 오후 부산 해운대 모 초등학교 스쿨존(어린이보호구역) 교통사고 현장에서 경찰 통제선이 출입을 막고 있다. 그 아래로 시민들이 가져다 놓은 국화와 편지 등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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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후 부산 해운대 모 초등학교 스쿨존(어린이보호구역) 교통사고 현장에 놓인 국화와 편지, 그리고 젤리, 우유.
▲ "아이야 미안해" 16일 오후 부산 해운대 모 초등학교 스쿨존(어린이보호구역) 교통사고 현장에 놓인 국화와 편지, 그리고 젤리, 우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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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고 미안하다는 어른들은 자신의 일처럼 숨진 아이에게 대신 사과했다.  16일 오후 부산 해운대 모 초등학교 스쿨존(어린이보호구역) 교통사고 현장의 모습.
▲ "아이야 미안해" 미안하고 미안하다는 어른들은 자신의 일처럼 숨진 아이에게 대신 사과했다. 16일 오후 부산 해운대 모 초등학교 스쿨존(어린이보호구역) 교통사고 현장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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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후 부산 해운대 모 초등학교 스쿨존(어린이보호구역) 교통사고 현장을 지나던 시민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추모편지 등을 읽어보고 있다.
▲ "아이야 미안해" 16일 오후 부산 해운대 모 초등학교 스쿨존(어린이보호구역) 교통사고 현장을 지나던 시민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추모편지 등을 읽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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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해운대 스쿨존, #부산 스쿨존, #사고, #6살 어린이, #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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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보성 기자입니다. kimbsv1@gmail.com/ kimbsv1@ohmynews.com 제보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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