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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신문이 제기하는 비판기사는 지역의 의견이고 행정이 받아야 할 압박"
"경남에서는 계도지 사라진 지 오래, 지역역량 모아 지역신문 관련 정책 마련해야"


전국 최초로 계도지 예산을 없앤 경남에서는 지난 2010년도에 지역신문발전지원조례를 만들고 이듬해부터 지역신문 지원사업을 시작했다. 조례에 근거해 예산을 집행하며 지역발전을 위한 기획취재, 지역주민참여사업 등 언론사의 역량을 강화하고 지역성을 구현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다음은 경남도청 소통기획관실 김창환 사무관과 민병천 사무관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 내용이다. 
 
경남도청 소통기획관실 민병천 주무관과 공보행정담당 김창환 사무관 (사진 : 정민구 기자)
 경남도청 소통기획관실 민병천 주무관과 공보행정담당 김창환 사무관 (사진 : 정민구 기자)
ⓒ 은평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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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의 지역신문발전지원조례는 언제 만들어졌나?
"2010년도에 경남도의회에 조례를 처음 만들었고 관련 사업은 2011년부터 시작했다. 지역신문은 경제적 어려움이 많아서 행정에서는 1회성 지원이 아닌 지속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사업을 구상했다. 언론진흥재단에서 마련한 지역신문발전 지원사업이 있는데 그 틀을 많이 가져오면서 경남 지역에 맞게 다시 구성했다." 

- 조례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있는지. 
"지역신문이 경영상의 어려움 때문에 하지 못하는 일들, 경남 지역에 필요한 기획취재 등을 지원한다. 예를 들면 경남의 조선사업이 쇠퇴하고 어려움을 겪는 걸 보면서 다른 나라에서는 어떻게 극복했는지 사례를 취재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그리고 지역신문의 환경이 종이신문에서 온라인으로 바뀌고 있어서 지역신문도 디지털화하지 않으면 생존이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지역신문은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장비 하나 바꾸기 힘들어서 행정에서 이런 부분을 지원해주면 언론도 환경변화에 대응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이외에도 다양한 지원사업을 하고 있다."

- 어떤 언론사들이 지원대상이 되는가?
"일단 종이신문을 발행하는 언론사다. 경남에 현재 120여개의 지역 언론이 있는데 이 중 ABC협회 가입여부, 지방세, 국세 완납 등 기준에 충족하는 신문사들이 일단 공모사업의 대상사가 된다. 이 조건은 필수조건이다. 이렇게 해서 13~17개사 정도가 지원대상이 된다. 

지원사에 선정되기 위해 충족해야 할 조건이 여러 가지인데 제일 중요한 건 편집의 독립성이다. 경영 여건이나 신문 윤리를 잘 지키고 있는지 등도 살펴보지만 편집의 독립성이 배점이 가장 높다. 이외에 기자들에 대한 처우도 심사 항목인데 정당한 급여가 지급되지 않으면 좋은 기사가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 지역 언론은 행정을 비판하고 견제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데 행정에서 언론사를 지원해서 경남도에 비판기사를 쓸 수도 있지 않나? 부담될 거 같다. 
"비판할 게 있으면 기사를 쓰기도 하는데 그것 역시 지역의 의견이고 행정이 받아야 할 압박일 수 있다. 독립성이 잘 보장되는 기사가 기사의 수준이 높고 그런 부분을 행정에서 귀담아 들어야 할 부분이라고 본다. 그리고 편집의 독립성이 보장된 언론사가 쓰는 기사가 지역문제를 잘 드러내고 정책으로 반영할 수 있는 동기를 제공하는 게 많다." 

- 행정에서는 언론을 홍보수단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은데 의외다. 비판 기사를 많이 내는 신문사를 배척하지는 않는지?
"그렇지 않다. 지역신문 지원을 위해 심사할 때 행정에서는 발행부수나 매출액 등 정량평가만 한다. 정성평가는 위원회를 통해서 하고 공무원이 관여할 수 없다."

- 위원회는 어떻게 구성되어 있나?
"도의회, 언론학회, 기자협회, 언론중재위 등의 추천을 받아 9명 이내로 구성한다." 

- 행정의 지원이 시작되면서 달라진 점은?
"신문사 나름대로 사업 기틀을 잡아가는 거 같은데 지원을 못 받는 언론사는 경영도 어렵고 기사 수준도 떨어지고 지속적으로 악순환인거 같다. 모든 신문사를 지원하면 좋겠지만 우수한 신문사를 지원하는 게 그리고 지역의 대표적인 신문사를 지원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 언론사들 반응은 어떤지? 지원을 받는 곳과 못 받는 곳이 다를 거 같다.
"꾸준히 지원받는 언론사는 좋아하는데 힘든 부분도 있다고 한다. 매년 기준을 맞춰야 하고 보조금 정산도 해야 하니까. 하지만 경영에 도움이 되고 신문사 수준을 높일 수 있어서 좋아한다. 지원을 못 받는 신문사들은 지원금액을 1/n로 나눠서 광고로 주면 더 많은 언론사가 혜택을 받을 수 있지 않나 얘기하기도 한다. 

그래서 지원 받지 못하는 신문사도 일정 기준을 맞추면 광고비를 지원해주는 사업을 하고 있다. 해마다 17~20개 언론사 정도가 대상이 되는데 신문사들이 열심히 할 수 있게 동기부여를 하고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지원하는 지역신문발전 지원사업에 경남의 지역신문이 많이 선정된다. 언론사가 갖출 필수 조건을 맞추고 있어서 아무래도 선정되기 수월한 거 같다. 중앙의 지원과 경남의 지원을 받으니 타지역에 비하면 지역 언론 여건이 좀 나은 거 같다."

 
ⓒ 은평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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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정은 지역신문에 별 관심 없는 경우가 많다. 경남도청에서 지역신문에 관심을 갖고 지원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지역신문이 아니면 지역의 문제를 얘기할 곳이 없다. 경남의 조선사업이 어려워도 지역신문이 꾸준히 문제제기를 해야 행정도 관심 갖고 중앙언론도 관심 갖게 된다. 누군가는 이 문제를 제기해줘야 한다. 지금은 지역균형발전, 자치분권시대를 얘기하는데 지역신문을 죽게 내버려둬서는 균형발전은 어렵다.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지역은 지역 언론과 같이할 수밖에 없다."

- 지역 언론 지원예산은 한 해 어느 정도인가?
"10억 원 규모다.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사업이 7억5천만 원, 지역방송이 2억 5천만 원 규모다. 지역방송에는 프로그램 제작 지원만 한다."

- 예산은 해마다 늘어나는지?
"정치적 여건에 따라서 달라진다. 2011년도에 시작했을 때 10억이었는데 중간에 4~5억으로 줄었다가 김경수 도지사 이후에 다시 늘어났다. 내년엔 더 늘려보려고 한다. 지원 초창기엔 지원대상사가 10여 곳에 불과했는데 지금은 많이 늘었다. (신문사별 지원)금액은 줄었지만 지원대상사는 늘었다."

- 경남도청이 신문을 구독해서 시민들에게 보내는 계도지가 있나?
"이전에는 있었다고 들었는데 지금은 없다. 예전에 시군단위에서 산골짜기까지 소식을 전할 수 없으니 교통 오지에 지역신문을 보내주는 사업이 있다고 들었다. 그 때도 전체적으로 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해마다 조사를 하는데 경남에는 그런 계도지는 없고 그렇게 할 예산도 없다. 신문을 사서 공공기관이 읍면동 등에 뿌리는 건 없다." 

- 경남도를 홍보하고 언론사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좋은 기사 나가게 하려면 신문을 구입해서 시민들에게 보내면 홍보효과가 있지 않을까?
"그렇긴 하겠지만 바람직하지도 않을뿐더러 그렇게 보내진 신문에 시민들이 관심을 가질까?"

- 그럼 경남의 소식은 어떻게 전하나?
"매달 경남소식을 담은 잡지를 발행해 읍면동 사무소, 통리반장, 다중집합시설 등에 보낸다. 저희들이 경남소식 '언제부터 뭐한다. 불조심하세요' 등의 단순 정보를 담았는데 다 쓰레기통으로 간다. 경남의 관광지도 담고 맛집도 담고 주민들 이야기도 담아서 볼만한 잡지를 만들어야 한다. 64페이지 분량인데 정책소개가 1/3이고 이외 여행정보, 지역문화 소식 등을 담는다."
 
경남도청에서 제작하는 월간지 '경남공감'
 경남도청에서 제작하는 월간지 '경남공감'
ⓒ 은평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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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이신문 열독률은 낮고 미디어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데 행정의 홍보방식도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지금 부서에서는 예전과 달리 온라인 소통담당이 유튜브, SNS, 홈페이지 등을 망라해서 콘텐츠 단순 전달 이외에 지금은 온라인 콘텐츠를 제작하는 업무를 한다. 유튜브 들어가면 재밌게 만든 영상들도 많다."

- 경남도청에서 지역 언론 발전을 위한 좋은 의견을 많이 제시해 지역신문 기자로서 기운을 얻었다. 
"지역신문 관련 정책은 지자체장과 의회 의지가 중요하다. 우리는 공무원이다 보니 예산 만들고 집행하는 일을 하지만 단체장 의지가 없으면 이 정책은 시행되기도 어렵고 지속성을 갖기도 어렵다. 다른 지자체에서 지역신문 지원 관련해서 우리한테 문의를 많이 한다. 항상 말씀 드리는 게 지역의 시민단체, 지역신문, 의회와 단체장이 역량을 모아나가는 게 중요한 거 같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은평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지역신문, #계도지, #경남, #소통기획관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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