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롯데와의 주말 3연전을 위닝시리즈로 마치며 성공적인 한 주를 마무리했다.

이강철 감독이 이끄는 kt 위즈는 21일 수원 kt 위즈파크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의 홈경기에서 홈런 2방을 포함해 장단 6안타를 때려내며 9안타의 롯데에게 3-2로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전날 0-8 완패를 한 점 차 승리로 설욕하며 위닝시리즈를 완성한 kt는 주중 SK 와이번스전 스윕에 이어 한 주를 5승1패의 상승세로 마감했다(18승23패).

kt는 선발 윌리엄 쿠에바스가 7이닝5피안타 무사사구5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시즌 2승째를 챙겼고 9회 2점을 내주며 흔들린 마무리 김재윤도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책임졌다. 마운드에서는 쿠에바스, 주권, 김재윤이 이어서 등판했지만 타선에서는 여러 선수의 이름을 언급할 필요가 없다. kt가 자랑하는 '천재' 강백호가 멀티 홈런으로 이날 kt의 모든 득점을 혼자 책임졌기 때문이다.
 
 홈런 5개로 리그 공동 3위인 kt 강백호

kt 강백호 ⓒ KT 위즈

 
이정후 못지 않은 재능 가진 슈퍼루키

지난 2008년 삼성 라이온즈에서 활약한 최형우(KIA 타이거즈)가 신인왕에 선정됐을 때 방출과 입대, 재입단이라는 기구한(?) 사연으로 야구팬들의 많은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몇 년이 지난 후 최형우의 사연은 야구팬들에게 그리 놀라운 이야기가 되지 못했다. 2008년 최형우를 시작으로 2016년의 신재영(키움 히어로즈)까지 무려 9년 연속으로 프로 경력이 있는 '중고 신인왕'이 탄생했기 때문이다.

중고 신인왕이 쏟아지던 기간에도 고교 혹은 대학 무대를 평정하고 당당하게 프로 무대를 밟았던 '슈퍼루키'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학창시절의 혹사로 인한 부상이나 덜 다듬어진 기량 등으로 입단과 동시에 두각을 나타내는 선수는 거의 없었다. 따라서 2017년 키움의 이정후가 타율 .324 2홈런47타점111득점의 성적으로 10년 만에 '순수 신인왕'에 선정됐을 때 야구팬들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정후가 포문을 연 '순수 신인왕' 계보가 계속 이어질 거라 예상한 야구팬은 그리 많지 않았다. 이정후는 현역 시절 KBO리그를 평정했던 '바람의 아들' 이종범(주니치 드래곤즈 2군 연수코치)의 아들로 평범한 사람들이 갖지 못한 '특별한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난 선수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교 시절부터 장타력 만큼은 이정후를 능가한다던 강백호에 대한 평가 역시 반신반의인 경우가 많았다.

서울고 1학년 때 고척 스카이돔 개장 경기에서 홈런을 터트리며 '초고교급 유망주'로 주목 받은 강백호는 투수와 포수를 오가며 순조로운 성장 속도를 보였다. 특히 2017년 대통령배 대회에서는 투타에서 맹활약하며 서울고의 우승과 함께 대회 MVP를 휩쓸었다. 중학교 때 전학을 갔던 이력 때문에 1차 지명 대상에서 제외된 것이 kt에게는 대단한 행운이었다. 강백호를 2018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1순위로 지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kt구단은 고교 시절 투·타에서 모두 재능을 보인 강백호를 타자로 키우기로 결정했다. kt는 2013년 창단 후 아직 NC의 나성범이나 박민우 같은 자체 생산 간판타자를 키워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강백호에게 타자를 시키기로 한 kt의 결정은 매우 탁월했다. 스타일은 다르지만 이정후 못지 않은 엄청난 재능을 가진 또 한 명의 슈퍼 루키가 그라운드에서 마음껏 뛰어 놀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줬기 때문이다.

2020년 목표는 3할30홈런100타점

강백호는 프로 입단 첫 시즌 138경기에 출전해 타율 .290 29홈런84타점108득점의 성적으로 kt를 1군 참가 4년 만에 탈꼴찌로 이끌며 신인왕에 등극했다. 특히 29홈런은 좀처럼 깨지지 않을 거 같았던 박재홍(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의 신인 최다 홈런 기록(30개)에 단 하나가 부족한 기록이었다. 물론 김재현(SPOTV해설위원)의 고졸 신인 역대 최다 홈런 기록(21개)은 일찌감치 갈아 치우고 그 차이를 무려 8개나 벌렸다.

강백호는 2년 차 시즌 수비 도중 부산 사직야구장의 철그물에 손바닥이 찢어지는 부상을 당하며 28경기에 결장했고 13홈런65타점으로 성적도 대폭 하락했다. 하지만 강백호는 루키 시즌 .290이었던 타율을 작년 시즌 .336까지 끌어 올리며 타율 부문 5위에 올랐다. 루키 시즌 뛰어난 장타력으로 주목 받은 강백호는 2년 차 시즌 정확성까지 인정 받으면서 프로 입단 2년 만에 kt는 물론 리그 전체에서 알아주는 강타자로 성장했다.

프로 입단 후 좌익수와 우익수 수비를 번갈아 맡았던 강백호는 올 시즌부터 1루수로 포지션을 변경했다. 두 시즌 동안 중견수 수비를 도맡아 했던 외국인 선수 멜 로하스 주니어의 부담을 줄여주고 수비가 좋고 발이 빠른 외야수 배정대를 적극 활용하기 위함이었다. 결과적으로 kt의 수비이동은 배정대의 성장과 로하스의 맹타, 그리고 강백호의 순조로운 1루 적응으로 인해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강백호는 올 시즌 26경기에 출전해 타율 .350 10홈런24타점23득점OPS(출루율+장타율)1.147이라는 뛰어난 성적을 올리고 있다. 5월 말부터 6월 초까지 손목인대부상으로 15경기에 결장했던 것을 고려하면 더욱 놀라운 성적이다. 강백호는 21일 롯데전에서도 1회 투런 홈런, 6회 솔로 홈런을 작렬하며 팀의 3타점을 모두 책임지는 '원맨쇼'를 펼쳤다. 아직 규정타석은 채우지 못했지만 올 시즌 강백호의 장타율은 무려 .740에 달한다.

강백호는 올 시즌을 앞두고 3할30홈런100타점이라는 개인적인 목표를 이야기 한 바 있다. 다른 선수였다면 전 시즌 13홈런65타점 짜리 선수의 차기 시즌 목표로는 지나치게 높다는 비판을 들었겠지만 강백호의 목표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대부분의 야구팬들은 강백호의 목표달성에 가장 큰 걸림돌이 득점 기회를 제공해 줄 테이블 세터의 활약과 풀타임을 소화해야 할 강백호의 건강뿐이라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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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KT 위즈 강백호 멀티홈런 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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