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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광하기 5년 전(1988.10) 연화광산과 주변 모습. 선광장 건물과 광미적치장이 선명하고 송정리천을 따라 사택(원 안)이 들어서 있다.
 휴광하기 5년 전(1988.10) 연화광산과 주변 모습. 선광장 건물과 광미적치장이 선명하고 송정리천을 따라 사택(원 안)이 들어서 있다.
ⓒ 국토지리정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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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그룹의 뿌리인 영풍광업 연화광업소가 있었던 봉화군 석포면 대현리(大峴里). 지금은 150가구 300명의 주민이 하천과 계곡 주변에 흩어져 사는 작은 산촌이지만, 한때는 800여 가구 4천 명이 넘는 주민이 살던 큰 광산촌이었다.

연화광산이 한창 개발될 당시 대현리에는 슈퍼, 식당, 술집들이 늘어서 있었고 광산 주변은 전국에서 온 노동자들로 흥청거렸다고 한다. 1998년 연화광산이 폐광되고, 광산 노동자들이 떠나면서 대현리는 광산 개발 전의 작은 마을로 되돌아갔다.
 
폐광 20년 후(2018.10) 연화광산과 주변 모습. 사택은 사라졌고 선광장과 광미적치장 자리는 숲으로 덮였다.
 폐광 20년 후(2018.10) 연화광산과 주변 모습. 사택은 사라졌고 선광장과 광미적치장 자리는 숲으로 덮였다.
ⓒ 구글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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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연화광업소 터에는 사무실, 식당, 창고 등으로 사용되던 일부 건물이 남아 있다. 주변의 사택은 대부분 사라졌고 선광장과 광미적치장도 숲으로 덮여 있다. 개발이 멈추고 산업화의 깃발이 내려진 이후 연화광업소의 예전 모습은 잊혀져가고 있다.

연화광업소는 봉화~태백 간 31번 국도의 대현교차로에서 석포제련소로 가는 길인 청옥로 변에 있었다. 송정리천과 나란히 이어지는 청옥로를 따라가면 청산과 옥계수가 어우러진 산골 풍경이 펼쳐진다. 하지만 광산으로 가는 길목인 드르네교를 건너 연화산 숲으로 들어가면 개발이 남긴 깊은 상흔을 만나게 된다.

휴·폐광 시 오염예방조치 하지 않아
 
2019년 2월의 연화광업소. 사무실, 식당 등으로 사용되던 일부 건물이 남아 있다. 왼쪽에 보이는 드르네교 아래로 송정리천이 흐른다.
 2019년 2월의 연화광업소. 사무실, 식당 등으로 사용되던 일부 건물이 남아 있다. 왼쪽에 보이는 드르네교 아래로 송정리천이 흐른다.
ⓒ 손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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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 후, 특히 박정희 정부 하에서 급속한 산업화 정책이 추진되면서 광산 개발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졌다. 하지만 개발 과정에서뿐만 아니라 휴·폐광 과정에서 오염예방조치가 제대로 취해지지 않으면서 1990년대 들어 광해가 심각한 문제로 제기되기 시작했다. 연화광산이 휴광하고 2년 뒤인 1995년 9월 21일 <연합뉴스>는 다음과 같이 보도했다.
  
"경북도내 휴·폐업한 광산의 상당수가 갱구나 폐광석을 그대로 방치하는 등 원상복구가 되지 않아 중금속이 섞인 광산 폐수의 유출 등으로 수질 및 토양 오염은 물론 주변 환경까지 훼손시키고 있다.

이들 휴·폐 광산의 상당수가 갱내 구조물이나 시약으로 쓰던 청산가리 등 독극물이 함유된 폐기물을 방치한 채 갱 입구만 가리는 형식적인 사후조치에 그쳐 갱도나 광재의 퇴적장 등에서 중금속이 섞인 산성 갱내수가 유출되고 있는 실정이다."
 

영풍은 30여 년 간(1961~1993) 연화광산을 개발하면서 엄청난 이윤을 남겼지만 개발가치가 사라지자 오염예방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철수했다. 연합뉴스는 연화광산에 대해서도 다음과 같이 보도했다.

"석포면 대현리 연화광업소도 지난 1993년 9월 1일 휴광한 뒤 갱도를 막고 나무를 심는 등 복구 중에 있으나 아연찌꺼기가 곳곳에 남아 있어 비가 올 경우 인근 하천과 농경지를 오염시킬 우려가 높다."

오염을 방지하려면 폐광할 때 조치를 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대구지방환경청 관계자는 "광산업주들이 폐광 때 갱도 안을 석회석으로 채우거나 침전장치를 설치하는 등 완벽한 오염예방 조치를 해야 하는 데도 비용 등을 이유로 이를 회피하고 있다"고 말했다.(연합뉴스 1995.09.21)

연화광산 선광장 중금속에 오염된 채 방치
 
2019년 10월의 연화광업소 선광장. 상부 건물은 사라지고 하부 콘크리트 구조물만 남아 있다.
 2019년 10월의 연화광업소 선광장. 상부 건물은 사라지고 하부 콘크리트 구조물만 남아 있다.
ⓒ 손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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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으로 가려진 선광장 터에는 산등성이를 따라 계단 모양으로 만들어진 콘크리트 구조물이 흉한 모습으로 방치되어 있다.
 숲으로 가려진 선광장 터에는 산등성이를 따라 계단 모양으로 만들어진 콘크리트 구조물이 흉한 모습으로 방치되어 있다.
ⓒ 손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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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산개발은 지하 환경에서 안정된 상태로 있던 중금속을 지표 환경에 노출시켜 환경오염을 유발한다. 2019년 10월 연화광산 선광장을 방문했을 때 상부 건물은 사라지고 하부 콘크리트 구조물이 남아 있었는데 육안으로도 오염이 심한 상태로 보였다.

환경부의 <폐금속광산 토양오염 개황조사>(2005.12)에 따르면, 연화광산 선광장 인근 토양을 조사한 결과 수소이온농도(pH)가 2.26(강산성)으로 나타났으며, 토양오염 우려기준(300㎎/㎏)을 초과한 아연(380.40)이 검출되었다.

이후 실시된 정밀조사(2009년)에서는 갱구로부터 4km 이내의 농지, 임야 등에서 우려기준(300)을 56배 초과한 아연(1만6732)과 우려기준(100)을 58배 초과한 납(5820)이 검출되었다. 오염 지점이 어디인지, 선광장이 포함되었는지 여부는 밝혀져 있지 않지만 연화광산 주변의 토양오염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2018년 한국광해관리공단 통계연보를 보면, 2013년과 2014년에 연화광산 토양개량복원 사업이 실시되었지만, 선광장 콘크리트 구조물과 주변이 흉한 모습으로 방치되어 있는 것으로 봐서 선광장 터에 대한 조사나 복원사업은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폐갱도에서 갱내수 쉼 없이 흘러 나와
 
1965년 연화광산 대절갱에서 광석을 실은 광차가 나오고 있다. 운전자가 탄 축전차(축전기식 전기기관차)가 광차를 끌고 있다.
 1965년 연화광산 대절갱에서 광석을 실은 광차가 나오고 있다. 운전자가 탄 축전차(축전기식 전기기관차)가 광차를 끌고 있다.
ⓒ 국가기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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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화광산의 수없이 얽힌 갱 중에서 지상으로 통하는 갱은 대절갱과 중앙갱 두 개다. 1970년대 중반까지 채굴된 광석은 수직갱을 통해 운반된 뒤 두 갱을 통해 선광장으로 옮겨졌다('갱'은 '항'으로도 불리는데, '구덩이 갱(坑)'이 '구들 항'으로도 읽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후 채굴 심도가 - 600m 레벨까지 내려가면서 지하에서 선광장까지 광석을 바로 운반하는 벨트 컨베이어 사갱 시설이 설치되었다. 연화산의 광석이 고갈되어가자 연화산 너머 태백시 동점동과 장성동 두 곳이 추가로 개발되었지만 매장량의 한계가 드러나면서 1993년 채굴이 중단되었다.
 
2019년 4월의 연화광산 대절갱. 수풀에 가려진 대절갱 입구가 콘크리트와 철문으로 막혀 있고 그 아래로 갱내수가 흘러나오고 있다. 이상식 영풍제련소봉화군대책위원회 대표가 안내하고 있다.
 2019년 4월의 연화광산 대절갱. 수풀에 가려진 대절갱 입구가 콘크리트와 철문으로 막혀 있고 그 아래로 갱내수가 흘러나오고 있다. 이상식 영풍제련소봉화군대책위원회 대표가 안내하고 있다.
ⓒ 손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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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화광산 중앙갱. 대절갱 왼쪽에 있다. 대절갱과 마찬가지로 갱 입구가 막혀 있고 그 아래로 갱내수가 흘러나오고 있다.
 연화광산 중앙갱. 대절갱 왼쪽에 있다. 대절갱과 마찬가지로 갱 입구가 막혀 있고 그 아래로 갱내수가 흘러나오고 있다.
ⓒ 손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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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화광산이 폐광되면서 대절갱과 중앙갱 입구는 콘크리트와 철문으로 막혔다. 2019년 4월 방문했을 때 수풀에 가려진 갱 입구 아래로 갱내수가 쉼 없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두 갱의 해발 높이보다 낮은 하부 갱도에 물이 차면서 갱내수가 흘러나오는 것이다.

주변에 갱내수(침출수) 수질 검사 지점을 알리는 한국광해관리공단의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었지만 갱이 언제 어떤 용도로 만들어진 것이고 갱 내부가 어떤 상태인지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기는 어려웠다.

현재 연화광산의 지하 갱은 주변 지하수와 연결되었고 갱내수는 지하수맥을 따라 흐를 것으로 짐작된다. 그리고 갱내수 일부는 대절갱과 중앙갱을 통해 지상으로 나와 송정리천을 거쳐 낙동강으로 흘러들고 있다.

광산시설 땅 속에 묻은 채 폐광
 
대절갱 내부. 바닥에 폐석이 깔려 있고 레일, 철근 등이 묻혀 있다.
 대절갱 내부. 바닥에 폐석이 깔려 있고 레일, 철근 등이 묻혀 있다.
ⓒ 손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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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절갱 내부. 갱내수가 흘러나오고 내부 구조도 알 수 없어서 안으로 들어가기가 어려웠다.
 대절갱 내부. 갱내수가 흘러나오고 내부 구조도 알 수 없어서 안으로 들어가기가 어려웠다.
ⓒ 손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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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절갱 내부 바닥에는 폐석이 깔려 있고 레일과 철근 등이 묻혀 있다. 이상식 영풍제련소봉화군대책위원회 대표는 영풍이 폐광을 하면서 갱내 시설을 처리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광산을 철수할 때, 독일 같으면 갱내에 들어 있던 물자들을 다 끄집어내잖아요. (영풍은) 하나도 안 끄집어냈어요. 심지어 들리는 이야기에 의하면 청산가리를 드럼통 째 구입한 거를 거기다가 들이 부어버렸다고 해요. 그게 지하수맥에 어떤 영향을 줄지 아무도 몰라요."

이상식 대표는 갱내에서 사용되던 벨트 컨베이어, 배터리, 모터 등이 갱 안에 그대로 묻혔고, 모두 철 성분이어서 지하수와 접촉하면 부식과 같은 화학반응이 일어나 지하수가 오염될 것이라고 한다.
 
연화광산 시설명세의 일부. 9kg과 15kg짜리 레일이 기록되어 있다.
 연화광산 시설명세의 일부. 9kg과 15kg짜리 레일이 기록되어 있다.
ⓒ 한국광업진흥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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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화광산이 폐광되면서 갱내 시설이 어떻게 처리되었는지, 갱내에 얼마나 많은 시설이 묻혔는지 구체적으로 알 수는 없다. 다만 연화광산 시설명세를 통해 갱내에서 사용된 시설 규모를 짐작해 볼 수 있다.

시설명세 중 채광 부문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벨트 컨베이어 2448m, 레일 1761톤(9kg, 15kg), 파이프 7만4513미터(3~12인치), 광차 537대(철제 1톤), 록카쇼벨(Rocker Shovel, 굴진 중 폐석을 광차에 싣는 적재기) 53대, 축전차 29대(3~5.5톤), 권양기 8대(30~500마력), 공기압축기 16대, 시추기 29대, 선풍기 23대 등등.(한국광업진흥공사, <광산평가조서>, 1977)

연화광산이 우리나라 최대의 납·아연 광산이었던 만큼 광산시설도 큰 규모였던 것으로 보인다. 만약 영풍이 대규모의 갱내 시설을 처리하지 않고 땅속에 둔 채 폐광했다면, 갱내에 물이 찬 현재 금속 성분의 부식과 그로 인한 갱내수 오염이 진행되고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갱내수 오염 제대로 조사하고 대책 세워야

일반적으로 광산 개발이 끝난 후 지하수나 지표수가 폐갱도에 유입되면 중금속이 용해될 수 있다. 광범위하게 분포되어 있는 황철석(FeS₂)과 같은 황화광물이 산소나 물과 반응하면 산성 갱내수가 만들어지는데, 그로 인해 중금속이 용해되어 주변 지하수와 지표수, 토양 등을 오염시킨다.

2005년 환경부의 개황조사에 따르면, 연화광산 갱내수를 두 차례 검사한 결과 오염물질 배출허용기준(청정지역)을 2.7배와 3.1배 초과한 아연이 검출되었다. 납이나 카드뮴 같은 다른 중금속은 검출되지 않았고 수소이온농도(pH)도 7.34로 기준 이내였다.

하지만 당시 채수 위치(경도, 위도)를 보면 대절갱과 중앙갱 입구가 아니라 그곳에서 600m 가량 떨어진 선광장 부근의 숲이다. 그곳은 갱내수가 지나는 곳도 아니다. 갱내수의 수량이 하루 1.2㎥로 매우 적게 기록되어 있는 것으로 봐서 선광장 인근에 고여 있거나 느리게 흐르는 작은 개울을 조사한 것으로 보인다.

이후 실시된 폐금속광산 주변 토양·수질 정밀조사(2009년)에서 연화광산은 시급히 복원이 필요한 1등급 판정을 받았다. 수질 조사항목은 수소이온농도(pH)와 납, 아연, 카드뮴, 비소, 6가크롬, 시안 등의 중금속이었다.

세부조사결과가 공개되지 않아 연화광산 갱내수의 오염도를 구체적으로 알 수는 없지만, 1등급 판정 기준이 '폐석, 광미, 갱내수 등의 다양한 오염원이 존재하고, 토양·수질·저질토 등에서 복합오염을 나타내고 있으며 고농도'인 것으로 봐서 연화광산 갱내수의 오염도 심각할 것으로 짐작된다.
  
한 가지 의문이 드는 것은 2009년 정밀조사에서도 갱내수 양이 개황조사에서와 같이 하루 1.2㎥로 되어 있다는 점이다. 정밀조사에서도 대절갱과 중앙갱의 갱내수가 제대로 조사되지 않았을지 모르겠다.

현재 연화광산의 경우 갱내에 노출된 암석으로 인한 오염에다 광산시설로 인한 오염이 더해져 주변 지하수와 낙동강에 영향을 끼치고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연화광산 갱내수가 어떤 상태이고 주변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에 대해 면밀한 조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연화광산의 오염관행, 영풍 석포제련소에서 재현돼
 
연화산 정상부에서 남쪽으로 바라본 모습. 연화광산의 갱내수가 송정리천을 거쳐 낙동강으로 유입되어 영풍 석포제련소 앞을 지난다.
 연화산 정상부에서 남쪽으로 바라본 모습. 연화광산의 갱내수가 송정리천을 거쳐 낙동강으로 유입되어 영풍 석포제련소 앞을 지난다.
ⓒ 구글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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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화광산이 문을 닫은 지 20여 년이 지난 현재 영풍그룹의 주력 기업인 영풍 석포제련소에서 지하수의 중금속 오염이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2019년 4월 환경부의 점검 결과 석포제련소 공장 내부에서 52곳의 무허가 지하수 관정이 적발되었다. 그중 33곳의 지하수를 분석한 결과 공업용수 기준(0.02mg/L)을 최대 3만7650배 초과한 카드뮴이 검출되었다. 

대구지방환경청의 조치명령이 내려졌지만 2019년 11월부터 네 차례 실시된 석포제련소의 자체 조사 결과 지하수의 카드뮴 오염이 더욱 심각하게 나타났다. 공장부지 내에서 지하수 생활용수 기준(0.01mg/L)을 최대 33만2650배 초과한 카드뮴이 검출되었고 인근 하천변에서도 최대 1만6870배 초과한 카드뮴이 검출되었다. 

환경부는 석포제련소 내부의 중금속 지하수가 낙동강에 유출되는 것으로 판단했다. 영풍에서는 보도자료를 통해 정화명령을 성실히 이행하고 있다고 했지만 지하수에서 고농도의 카드뮴이 계속 검출되는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20여 년 전에 폐광된 연화광산의 갱내수가 석포제련소의 카드뮴 지하수와 합쳐져 낙동강으로흐르고 있다. 청산하지 못한 역사가 되풀이되듯 연화광산의 오염관행이 영풍 석포제련소에서 재현되고 있다. 영남인의 식수원 낙동강 최상류에서 일어나고 있는 영풍그룹의 환경오염은 언제 끝날 수 있을까.

덧붙이는 글 | 다음 연재는 '⑩ 연화광산 대현리 광미적치장'입니다.


태그:#영풍 석포제련소, #연화광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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