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영화제는 유엔이 정한 세계 난민의 날을 기념하여, 한국 난민인권단체들의 연대체인 난민인권네트워크가 시민들에게 다가가고 난민과 연대하기 위해 개최하는 공식적인 연례 행사입니다.?제6회 난민영화제는 6월 13일부터 27일까지 난민영화제 공식홈페이지(www.koreff.org)를 통해 온라인으로 개최되며, 공식홈페이지에서 티켓 펀딩을 통해 난민 영화 7편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편집자말]
올해 여섯 번째 개최를 맞이한 난민영화제에서는 국내 난민 영화 3편과 더불어 <실향민>, <안식처>, <호다>, <경계에서> 등 유엔난민기구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4편이 온라인으로 상영 중이다.
 
유엔난민기구의 다큐멘터리는 다양한 삶의 서사를 통해 난민에 대한 관객의 관심을 환기한다. 그 서사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면 난민의 이야기는 단순히 타인의 이야기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안식처>는 본국의 분쟁을 피해 2018년도 제주도에 도착한 500여 명의 예멘 난민의 긴 여정을 좇아간다. 예멘에서 지부티로, 지부티에서 말레이시아를 거쳐 한국으로 오기까지, 영화는 본인의 선택권 밖에서 한국으로 올 수밖에 없었던 이들을 조명한다. 나아가 예멘의 위기상황에 대해 국제사회의 일원인 우리 모두가 공동의 책무를 져야 한다는 메시지 또한 던진다.
 
<안식처> 스틸컷 안전한 삶을 찾기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고 떠나야 했던 로자 씨와 정우성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 <안식처>는 난민영화제 공식홈페이지에서 티켓 펀딩 후 관람 가능하다.

▲ <안식처> 스틸컷 안전한 삶을 찾기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고 떠나야 했던 로자 씨와 정우성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 <안식처>는 난민영화제 공식홈페이지에서 티켓 펀딩 후 관람 가능하다. ⓒ 폴 우(Paul Wu)

 
<실향민>은 이라크와 시리아 지역의 소수민족인 야지디 공동체가 무장단체에 공격 당해 국내 실향민이 되어 이라크 전역을 떠돌았던 사건을 배경으로 한다. 폭력과 분쟁으로 고향에 모든 걸 남기고 온 이들은 여전히 자신의 삶을 단단하게 견인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유엔난민기구 보호담당관 김하영 씨는 6.25 전쟁에서 발생한 실향민들을 반추하며 비슷한 역사의 반복에 안타까움을 토로한다. 실향민을 논할 때에 '우리'라는 감각을 잃지 않아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더욱이 야지디 공동체의 여성들은 납치와 성폭력, 인신매매의 위협에 시달렸다. 이는 난민과 실향민의 서사에서 다양한 정체성의 고려가 필수적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실향이라는 위기를 맞았을 때 사회적 소수자는 더욱 취약한 위기에 놓인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에 현존하는 교차성의 문제를 들여다보지 않을 수 없다.
 
<실향민> 스틸컷 고향을 떠나 난민촌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밖에 없었던 이라크 국내실향민 자밀라 씨. <실향민>은 난민영화제 공식홈페이지에서 티켓 펀딩 후 관람 가능하다.

▲ <실향민> 스틸컷 고향을 떠나 난민촌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밖에 없었던 이라크 국내실향민 자밀라 씨. <실향민>은 난민영화제 공식홈페이지에서 티켓 펀딩 후 관람 가능하다. ⓒ 폴 우(Paul Wu)

 
<호다>와 <경계에서> 또한 이라크와 시리아의 인도주의적 위기가 우리의 공동의 책무를 요청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영화와 다큐멘터리는 '우리'라는 외연을 확장하기 위한 강력한 매개체임이 분명하다.
 
'우리'를 확장하기, '그들'을 좁혀가기, '거리'를 뛰어넘기
 
하지만 '우리'라는 감각은 실로 모순적이다. '나'를 초월한다는 점에서 너그럽지만 또 다른 '그들'을 구분을 짓는다는 점에서 배타적이다. 타인의 차이점을 이해하고,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의 연대와 지지를 보내줄 수 있는 연결된 '우리'는 가능할까?
 
코로나19는 역설적이게도 우리가 국경을 넘어 얼마나 강력하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증명했다. 국경과 국적에 관계없이 모든 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다닥다닥 붙어 살아야만 하는 난민캠프의 난민들에겐 사회적 거리두기 조차 허용되지 않았다. 우리의 적은 우리를 묶어 놓은 가장 취약한 연결고리를 타격한다. 난민과 실향민 등 사회적 소수자를 단순히 '우리'로서 인식하는 것을 넘어선, 그들의 다름과 낯선 이야기를 포괄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차이라는 거리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낯선 당신과 얼마나 연결될 수 있을지. 우리는 거리를 좁히는 것을 넘어서서, 그 거리를 함께 걷다가 비로소 뛰어넘고 재구성하는 상상을 해본다.
 
올해 난민영화제는 이 즐거운 상상에 한 몫을 보태고자 한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 난민보호팀 소속 직원, 난민영화제 기획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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