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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 지식인, 혹은 스타들의 목소리만 넘쳐나는 속에서 진짜 이 사회의 주인인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살려내고자 합니다. 노동자 개인의 삶을 인터뷰하면서, 어릴 적 꿈과 직장을 구하는 과정, 일터에서의 보람, 힘든 점, 그리고 노동자의 권리에 대한 의식의 변화 등을 중심으로 진솔한 삶을 기록합니다.[편집자말]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사무처장 유성욱  작년 7월 22일, 서울 광화문 우체국 앞 '여름휴가 택배사 촉구, 인터넷 쇼핑몰 동참 및 국민청원 제안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유성욱씨.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택배기사들이 여름휴가를 갈 수 있도록 8월 16일과 17일을 '택배없는 날'로 정하자는 청원에 대해 시민들은 ‘택배 없는 날 국민행동’을 제안하는 것으로 화답했다.시민과 노조의 노력으로 작년에  CJ대한통운 소속 조합원과 비조합원 1천여명이 업무협조를 통해 최초로 여름휴가를 진행하게 되었다.
▲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사무처장 유성욱  작년 7월 22일, 서울 광화문 우체국 앞 "여름휴가 택배사 촉구, 인터넷 쇼핑몰 동참 및 국민청원 제안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유성욱씨.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택배기사들이 여름휴가를 갈 수 있도록 8월 16일과 17일을 "택배없는 날"로 정하자는 청원에 대해 시민들은 ‘택배 없는 날 국민행동’을 제안하는 것으로 화답했다.시민과 노조의 노력으로 작년에 CJ대한통운 소속 조합원과 비조합원 1천여명이 업무협조를 통해 최초로 여름휴가를 진행하게 되었다.
ⓒ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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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3일, 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사무실에서 만난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사무처장 유성욱씨는 택배 노동자들에게 위협이 되는 코로나19 상황을 걱정했다.

"택배 현장은 많은 노동자가 집결해 있는 곳이라 발병이나 전염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거기다 하루에 250명에서 300명 정도 되는 고객을 대면해야 하잖아요?"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은 그동안 끊임없이 회사와 국토부에 노동자들의 방역 대책을 요구했다. 그러나 회사와 정부는 한 달 가까이 무대책으로 일관하다가 한 달이 지나는 시점부터 지금까지 일주일에 마스크 한 장 남짓을 지급하는 것 외에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택배 노동자는 '특수고용노동자'라는 신분 때문에 자가 격리에 들어가도 생계에 대한 보상이 없어요. 그래서 코로나에 감염되어 죽으나 굶어 죽으나 똑같다는 얘기를 합니다. 저희 회사에서도 다섯 분 정도 자가 격리됐는데, 어떤 보상도 없었어요. 그러니 감염 위험에 처해도 자발적으로 자가격리에 응하는 것을 꺼리지 않겠습니까?"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택배 물량이 꾸준히 늘고 있는 것도 택배 기사들을 '과로'라는 위험에 노출시키고 있다.

"정확한 통계는 안 내봤지만, 물량이 10%에서 20%는 늘어난 것으로 체감하고 있습니다. 같은 회사 동료로 저와 같은 지역에서 일했던 42세 노동자가 한 달 전에 과로사했는데요. 말할 수 없이 가슴 아팠습니다.

택배 노동자들은 열악한 복지, 긴 노동시간, 강한 노동 강도에 시달리면서도, '특수고용노동자'이기에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어느 것 하나 보장받지 못하고 있어요. '죽음에 내몰려 있다'고 해도 과장된 표현이 아닙니다."


2017년 한국노동사회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택배기사의 하루 평균 노동시간은 13시간 22분이고, 연간 평균 노동시간은 OECD 평균의 2배가 넘는다. 여기에 코로나19 상황이 겹치면서 과로로 인한 위험이 증폭되고 있다. (관련기사: 3월 이달의 기업살인, 노동자 58명의 죽음 http://omn.kr/1n6fw)

오물통과 쓰레기통 사이에서 근무
'사람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보자' 결심하다


개인 사업에 실패한 뒤 40대에 노동자의 길을 걷기 시작한 유성욱씨는 2013년에 택배 일을 시작했다. 처음 택배 현장에서 일했을 때 그는 '21세기의 노동현장이... 과연 이런 곳이 있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오전 6시에 출근하면 7시부터 레일이 돌아가요. 그러면 내 앞에 할당된 짐을 받아 분류작업을 합니다. 분류작업이 끝나면 대충 오후 한두 시 정도 되죠. 점심요? 일주일에 절반 정도는 못 먹고 일했어요.

주변이 너무 더러워서 식사 생각이 안 나기도 하고요. 오물통, 쓰레기통 사이에서 일했으니 말이죠. 식당은 따로 없고, 개인적으로 시켜 먹는데, 밥을 시켜도 풀밭에 쪼그리고 앉아 먹으니 밥맛이 날 리 없죠. 100명에서 120명 정도 일하는 현장에 화장실이 없었어요. 200m 거리를 걸어갔다 와야 했죠.

오전에 하는 분류작업에 대해서는 임금이 지급되지 않고, 택배 건당 수수료를 받습니다. 그런데 오후 세 시에나 첫 번째 배달이 시작되었어요. 하루 평균 200개에서 250개를 배송하니 저녁 10시에 일이 끝났고요. 자고 일하면 바로 나가서 일하고, 일하고 나면 들어가서 바로 잠드는 게 그냥 사는 거였죠."

  
비인간적인 노동조건 앞에서 그는 '이 일을 정말 해야 하나? 그냥 그만두고 다른 곳을 알아봐야 하는 것 아닌가? 아니면 이곳을 사람답게 일할 수 있는 현장으로 고쳐야 되나?'를 고민했다. 그는 택배 일을 하기 전에 얼마간 조선소에서 일했는데, 그곳 환경도 열악했다.

그러나 하청의 하청 노동자이다 보니 상사나 사장에게 현장의 어려움을 이야기해봤자 개선은 안 되고, '왜 이렇게 불평불만이 많냐?'며 말한 사람을 매도하고 압박했다. 그때를 생각하니 열악하다고 자꾸 그만두는 것은 해결책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그는 어느 직장이든, 자신이 있는 곳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것만이 답이란 결론에 이르렀다.

'한 번 현장을 바꿔보자. 사람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보자.'

택배 기사는 고용계약을 맺지 않고 개인사업자처럼 일하기 때문에 '특수고용노동자'로 분류되어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해왔다. 실제로 그들을 지휘 감독하는 원청은 택배회사지만, 구 단위, 동 단위 대리점이 기사와 계약을 맺는 구조로 되어 있기에, 노동법에서 규정하는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보장받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지정된 구역에서 택배회사가 정한 절차와 요금에 따라 사측으로부터 배정받은 화물을 배송하며 회사가 작성한 매뉴얼에 따라 일한다.

또 근무시간이 사실상 정해져 있고, 사용자 허가 없이 다른 배송업무를 개인적으로 할 수 없다. 즉 원청과 대리점에 예속되어 지휘 감독을 받으며 업무지시에 따르고 있는 명백한 '노동자'인 것이다.

'노동자성'을 인정받았지만
  
택배 노동자들이 처한 열악한 현실을 바꿀 수 있는 길은 '단결'뿐이었다. 회사 측의 부당함에 맞서 단결했던 몇 번의 경험 속에서 2017년 1월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이 탄생했다. 그리고 2017년 11월 3일, 드디어 정부로부터 합법적인 노동조합으로 인정받고, 노동조합필증을 받았다.

이날 500여 명의 조합원 중 울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택배 노동의 특성상 노조를 설립하고 필증을 받기까지의 과정은 지난했다. 같은 해 8월 31일에 노동조합 설립 신고를 했지만, 노동청은 5차례나 신고서의 보완 수정을 요구하며 필증 발부를 미뤘다. 그러는 동안 노조 위원장이 추석 연휴도 반납하고 두 달 가까이 고용노동청 앞에서 노숙농성을 하는 등 우여곡절 끝에 공식적으로 노조가 출범한 것이다.

정부로부터 노동조합 필증을 받았지만, 사측은 노사협의를 거부했다. 노조활동을 한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주거나 계약해지를 통보하기도 했다. 또 위탁대리점을 폐업하는 일까지 발생했고, 부당노동행위로 고발해서 법적 다툼에 있는 가운데 일자리를 잃은 조합원도 있었다.

택배는 대리점구조로 되어 있고, 한 대리점은 적게는 5명, 많게는 15명 정도로 운영된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의 대리점 소장은 자신과 계약한 기사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다 파악할 수 있다. 그리고 대리점 내에 소장의 친인척이나 학연 관계가 있는 사람들이 일정 부분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그 속에서 노동조합을 설립하고 노조 활동을 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2018년 1월, 전국택배연대노조는 장시간 노동 문제 해결을 위해 국내 1위 택배 업체인 CJ대한통운에 교섭을 요구했다. 그러나 회사는 이를 계속 무시하는 한편 노동조합 설립필증을 내준 고용노동부의 판단에 반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그리고 2년간의 소송 끝에 2019년 11월 법원은 택배기사의 노동자성을 인정했다.

노조 설립 필증을 내어준 고용노동부의 판단이 옳고, 따라서 전국택배연대 노동조합의 설립은 합법적이라는 판결이었다. 최종 판결까지는 시간이 좀 더 걸리겠지만, 노조는 무리 없이 승소하리라고 내다보고 있다. (관련기사: 법원 "택배 기사들 노동자 맞다" 첫 판결 http://omn.kr/1lmwu)
 
전국택배연대노조 교섭 현황 상황판 앞에선 유성욱 사무처장 "2020년 단체교섭 성사는 모든 조합원들의 꿈입니다." 유성욱씨는 노조사무실 화이트보드의 교섭현황판을 보며, 설명을 이어갔다. "보시는 대로 지금 교섭 공고문을 사측에서 붙인 곳이 몇 군데 있고요. 그러나 사측이 동의한 곳은 한군데도 없어요. 동의하면 상견례하고 정식 교섭을 하게 될 텐데 갈 길이 멉니다."
▲ 전국택배연대노조 교섭 현황 상황판 앞에선 유성욱 사무처장 "2020년 단체교섭 성사는 모든 조합원들의 꿈입니다." 유성욱씨는 노조사무실 화이트보드의 교섭현황판을 보며, 설명을 이어갔다. "보시는 대로 지금 교섭 공고문을 사측에서 붙인 곳이 몇 군데 있고요. 그러나 사측이 동의한 곳은 한군데도 없어요. 동의하면 상견례하고 정식 교섭을 하게 될 텐데 갈 길이 멉니다."
ⓒ 정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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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단체교섭 성사는 모든 조합원의 꿈입니다."


유성욱씨는 노조사무실 화이트보드의 교섭현황판을 보며, 설명을 이어갔다.

"보시는 대로 지금 교섭 공고문을 사측에서 붙인 곳이 몇 군데 있고요. 그러나 사측이 동의한 곳은 한 군데도 없어요. 동의하면 상견례하고 정식 교섭을 하게 될 텐데 갈 길이 멉니다."
  
교섭을 통해 해결해야 할 사항은 코로나19와 관련해서 매일 마스크를 지급해 주고, 현장 방역을 철저히 해달라는 것, 자가격리에 들어갈 경우 수입을 보전해 달라는 것, 배송에 전념할 수 있게 분류작업 인원 직원을 투입해 줄 것, 장시간 과노동 문제를 해결할 것 등 많은 문제가 쌓여 있다.

문학청년에서 노조 간부로

유성욱씨는 학창 시절 책읽기를 좋아하고 시인과 소설가를 꿈꾸던 문학청년이었다. 외대 중문과 84학번인 그는 은퇴하면 시골에서 글을 쓰고 싶다는 작은 꿈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노동과 노조 활동을 지지하고 위로해주는 가족들이 있어 행복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대리점과 계약 관계라지만, 대리점으로부터 끌어낼 수 있는 합의는 없어요. 택배산업을 관장하고 있는 시설 설비의 소유자인 원청이 해결해야 할 문제이지요. 법적 관계는 차치하고라도, 원청이 사회적 책임을 지는 기업이라면 전향적인 자세로 대화를 통해서 해결해야 합니다.

5만여 택배 노동자들, 3800명의 노조 조합원들은 다름 아닌 바로 회사의 구성원이고, 소비자이며 고객이고, 국민이기도 하니까요. 진솔한 대화를 통해 상생의 길을 열어가며, 국가에 이바지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롯데택배는 지난 1일, 울산지역 신정대리점과 서울주대리점을 폐점했다. 이로 인해 해당 업체에서 일하던 25명의 롯데택배 노동자들도 전원 직장을 잃었다. 수수료 삭감에 대한 항의가 위장폐업으로 이어진 것에 맞서는 롯데 택배 노동자들은 현재 상경투쟁을 이어가고 있다.(관련기사: 울산에 뿌려진 롯데택배 '코로나 허위 문자', 왜? http://omn.kr/1nyvm)

택배 노동자들은 국민 모두가 코로나19의 공포로 외출조차 꺼리던 때 배달을 했고, 그 결과 영업이익이 택배사별로 작게는 20%에서 30%를 넘나들 정도로 늘었다. 그러나 그들은 여전히 하루 한 개의 마스크조차 지급받지 못한 채 일하고 있으며, 거기에 더해 임금 삭감을 당하고 해고 통보를 받고 거리로 내몰리고 있기도 하다.
  
국내 택배시장 매출액 추이(국가물류통합정보센터, 2019) 2012년 3조 5천 2백억 원이던 택배 매출액은 해마다 늘어서 2019년에는 6조 3천 3백억으로 두 배가량 성장했다. 반면 택배서비스 건당 평균 단가는 2001년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해서 2001년 4600원 수준이던 것이 2019년 2229원이었고, 올해 28년만에 35원이 인상되어 평균 2206원이라고 한다. 이에 따라 택배 수수료도 계속 하락했다. 사실상 회사로부터 지급되는 임금 없이 건당 수수료가 수입의 전부인 택배 기사들은 기업의 이익과 성장에 결정적으로 기여했으나, 결과는 나눠 갖지 못했다.
▲ 국내 택배시장 매출액 추이(국가물류통합정보센터, 2019) 2012년 3조 5천 2백억 원이던 택배 매출액은 해마다 늘어서 2019년에는 6조 3천 3백억으로 두 배가량 성장했다. 반면 택배서비스 건당 평균 단가는 2001년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해서 2001년 4600원 수준이던 것이 2019년 2229원이었고, 올해 28년만에 35원이 인상되어 평균 2206원이라고 한다. 이에 따라 택배 수수료도 계속 하락했다. 사실상 회사로부터 지급되는 임금 없이 건당 수수료가 수입의 전부인 택배 기사들은 기업의 이익과 성장에 결정적으로 기여했으나, 결과는 나눠 갖지 못했다.
ⓒ 한국통합물류협회(KI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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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3조 5200억 원이던 택배 매출액은 해마다 늘어서 2019년에는 6조 3300억 원으로 두 배가량 성장했다. 반면 택배서비스 건당 평균 단가는 2001년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2001년 4600원 수준이던 것이 2019년 2229원이 되었고, 올해는 28년만에 35원이 인상되어 평균 2206원이라고 한다.

이에 따라 택배 수수료도 하락했다. 사실상 회사로부터 지급되는 임금 없이 건당 수수료가 수입의 전부인 택배 기사들은 기업의 이익과 성장에 결정적으로 기여했으나, 결과는 나눠 갖지 못했다.

현장 설비 투자로 노동시간이 과거보다 더 늘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택배 노동자들은 주당 평균 74시간 하루 13시간씩 일하고 있다. 택배 기사들의 피와 땀에 의해 굴지의 기업으로 성장한 택배회사들이, 그럼에도 여전히 '당신들은 노동자가 아니라 개인 사업자'라며 노동자들을 쥐어짜고 몰아세우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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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여 년의 교직 생활 경험을 바탕으로 구체적 절망과 섬세한 고민, 대안을 담은<경쟁의 늪에서 학교를 인양하라(지식과감성)>를 썼으며, 노동 인권, 공교육, 미혼부모, 입양 등의 관심사에 대한 기사를 주로 쓰고자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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