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맛집선언의 '냉전 가고 냉면 오라' 공연모습.

남북맛집선언의 '냉전 가고 냉면 오라' 공연모습. ⓒ 전형근



이것은 통일 기사이다. 2020년 6월 25일, 알 수 없는 이끌림으로 새벽에 깨어 이 글을 쓴다.

어제부터 불현듯 이 글을 위하여 내 입에서는 이런 말이 터져나왔다. "얼른 통일기사 써야 하는데..."라고. 열흘 전 바로 서울 마포 공덕동 경의선 공유지(이북으로 가는 옛 철길 흔적)에서 무관중 야외공연된 <냉전 가고 냉면 오라>의 리뷰기사를 아직도 다  못썼기 때문이다.

공연 <냉전 가고 냉면 오라>는 코로나19라는 희대의 유행병이 지구를 뒤바꾸는 극한의 상황 속에 통일을 염원하며 냉면을 먹고자 하는 평화의 공연이었다.

대한민국 최고의 1세대 마임이스트 유진규, 그리고 그의 동반자이면서 키다리아저씨처럼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대변하는 중견마임이스트 이정훈과 흥겨운 디제잉 속에 저버릴 수 없는 진실을 일깨워주는 음악가 한받이 함께 공연한 <냉전 가고 냉면 오라>는 2년 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함께 냉면을 먹는 모습에서 모티브를 따온 작품이다. 

이들은 2년 전 '남북맛집선언'이란 팀명을 만든 후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라는 공연명으로 의정부음악극축제, 목포세계마당페스티벌 등에서 공연했다. 이 덥고 습한 코로나 시기, 지긋지긋한 냉전에서 벗어나 평양이나 어디에서든 시원한 냉면 한그릇 함께 먹고픈 마음을 담아 <냉전 가고 냉면 오라>라는 이번 공연명을 다시 지었다.

북을 상징하는 유진규, 남을 상징하는 이정훈이 정상회담을 마임으로 표현한다. 남북 각측의 조건이 쉽사리 좁혀지지 않음을 손짓 발짓으로 나타낸다. 문재인 대통령 목소리, 김정은 위원장 목소리, 트럼프 대통령 목소리가 들린다. 폐기물을 멀리 버린다. 마지막에 DJ 한받이 처절하게 '상호방위조약'을 외친다. 

신나는 '냉~면' 음악에 맞추어 냉면을 먹는다. 붉음은 붉음으로, 푸름은 푸름으로 자신의 손으로 얼굴을 물들이며 자신의 냉면을 먹는다. 하지만 결국 발정난 고양이마냥 자신의 냉면을 상대에게 먹이며 물들인다. DJ 한받이 싸이키한 음악을 틀며 "시민 여러분! 한반도 평화를 위해, 한민족의 피와 땀과 눈물이 냉전의 시대는 가고, 냉면의 시대가 왔습니다"라며 훌륭한 냉면을 위한 노란색 겨자소스를 이미 파란색 빨간색으로 뒤범벅된 유진규와 이정훈에게 건넨다. 의미심장하다.

공연 중반부에 나오는 '잘했군 잘했어'라는 흥겨운 노랫가락 속에 노랫말을 음미해보자. "영감~"하고 아내가 먼저 부르니 영감이 "왜 불러"하고 응답한다. "뒤뜰에 뛰어놀던 병아리 한쌍을 보았소"하고 물으니 "보았소"라고 시인한다. 그래서 아내가 "어쨌냐?"고 자초지종을 묻는다. 그러니 이어진 남편의 실토가 "이 몸이 늙어서 몸보신 하려고 먹었지"란다. 이거 어찌할까? 그런데 아내의 응답과 남편의 합창은 어째 "잘했군, 잘했어"로 이어지고 이후 아내가 "그러게 내 영감이라지"라고 감싼다.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날며, 이미 하나이다.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날며, 이미 하나이다. ⓒ 유진규


 

이후 가사에는 마누라가 황소를 친정집 오라비 밑천으로 주는, 어찌보면 남편보다 더한 짓을 했는데도 이제 남편은 다 이해한다. "잘했군, 잘했어. 그러니 내 마누라지." 

응답 그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제 때 응답했는가, 그리고 제대로 응답했는가. 우리는 서로의 행동에 대해 노래처럼 '잘했군, 잘했어'라며 응원해줄 수 있나. 각자의 쓰임대로 사용한 일에 대해 인정해주고 보듬어 줄 수 있는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원전봉쇄, 폐기 등은 요구하면서 우리는 무엇을 해주었나. 돈 그런 거 말고. 깊이 생각해봐야 한다. 우리는 영감마누라, 하나가 될 수 있는가. 

깊이 반성해야 한다. 뼈저린 반성 없이는 우리가 열망하는 그 무엇은 오지 않는다.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면서 원리와 원칙을 준수하고 약속을 이행하고 실천하자. 우리에게 필요한 겨자소스는 과연 무엇일까. 꼭  이북식 한 평양냉면만이 아니다. 해답으로 내게 떠오르는 것은 이번 6월 사이 나는 단골 냉면집에서 하도 냉면을 먹어서, 대신에 저번주부터는 시원한 냉면육수로 목을 축이며 비빔밥을 먹고 있다는 것이다. 그냥 그렇다고. 끝. 그래도 어제 북한이 대남 확성기를 철거했다니 다행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플레이뉴스에도 함께 송고됩니다. 오마이뉴스는 본인이 작성산 기사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냉전 가고 냉면 오라 유진규 이정훈 한받 야마가타 트윅스터 경의선 철길 남북맛집선언 남북공동선언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음악을 전공하고 작곡과 사운드아트 미디어 아트 분야에서 대학강의 및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