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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후 2시 한국전쟁 70년 대전산내학사건 제 21차 희생자 합동추모제가 열리고 있다. 합동추모제는 코로나19 확산으로 별도의 행사나 외빈 참여 없이 대전지역 유족 대표들이 제를 올리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27일 오후 2시 한국전쟁 70년 대전산내학사건 제 21차 희생자 합동추모제가 열리고 있다. 합동추모제는 코로나19 확산으로 별도의 행사나 외빈 참여 없이 대전지역 유족 대표들이 제를 올리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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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숙자 대전산내사건 희생자유족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유가족들이 힘을 모아 미신고 유족들이 명예회복의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진실규명을 돕겠다"고 말하고 있다.
 전숙자 대전산내사건 희생자유족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유가족들이 힘을 모아 미신고 유족들이 명예회복의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진실규명을 돕겠다"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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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 전 군인과 경찰에 의해 민간인 7000명이 희생된 곳으로 알려진 대전 산내 골령골.

27일 오후 2시, 희생자 원혼과 유가족의 아픔을 위로하는 희생자 합동추모제(한국전쟁 70년 대전산내학살사건 희생자 합동추모제)가 골령골 현장에서 개최됐다. 이곳은 애초 '곤룡재'였지만 6·25당시 민간인들이 집단학살돼 사람의 뼈가 산처럼 쌓인 뒤부터 골령골(骨嶺, 뼈 골짜기)로 불리고 있다.

이승만 정부는 1950년 6월 28일부터 이듬해 1월까지 북한군에 동조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대전충남지역 보도연맹원 가입자와 대전형무소 수감 정치범, 부역 혐의자 등 7000명의 민간인을 이곳에서 집단 살해해 암매장했다.

 '곤룡재'가 '골령골(骨嶺, 뼈 골짜기)'로 불리는 이유

추진위원회 주최로 열린 합동추모제는 코로나19 확산으로 별도의 행사나 외빈 참여 없이 대전지역 유족 대표들이 제를 올리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추도사와 추모 공연 등 나머지 일정은 영상으로 대체하기로 했다.

 
27일 오후 3시. 극단 우금치 단원들이 '한국전쟁 70년 대전산내사건 제 21차 희생자합동추모제' 행사장에서 추모공연을 하고 있다. 이날 추모공연은 코로나19로 추모객없이 영상으로 제작됐다.
 27일 오후 3시. 극단 우금치 단원들이 "한국전쟁 70년 대전산내사건 제 21차 희생자합동추모제" 행사장에서 추모공연을 하고 있다. 이날 추모공연은 코로나19로 추모객없이 영상으로 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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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후 2시 한국전쟁 70년 대전산내학사건 제 21차 희생자 합동추모제가 열리고 있다. 합동추모제는 코로나19 확산으로 별도의 행사나 외빈 참여 없이 대전지역 유족 대표들이 제를 올리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27일 오후 2시 한국전쟁 70년 대전산내학사건 제 21차 희생자 합동추모제가 열리고 있다. 합동추모제는 코로나19 확산으로 별도의 행사나 외빈 참여 없이 대전지역 유족 대표들이 제를 올리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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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유가족들은 준비한 제물을 무덤 앞에 차렸다.  8곳의 유해매장추정지 중 1매장지에 조성한 골령골 임시무덤은 약 20m에 달한다. 암매장 당시 수십 미터의 구덩이를 파고 시신을 배추포기 쌓듯 켜켜이 묻었다.  8곳의 매장 추정지를 하나로 이을 경우 수백 미터로 추정돼 '세상에서 가장 긴 무덤'이라는 수식어도 붙었다.

제상 앞에 위패 대신 검은 천에 희생자 이름을 새겼는데 600여 명에 달했다. 지금까지 밝혀진 희생자들로 명단에는 대전형무소에 수감돼 있던 제주 4.3과 여수·순천 사건 관련 휘생자가 포함돼 있다.

전숙자 유족회장 "올 가을에 골령골 유해발굴 본격화"

추모식 장 주변엔 100여 장 가까운 만장이 걸렸다. 지역 문인들이 형형색색 천에 골령골 희생자의 넋을 달래는 글을 새겼다. 한 만장에는 이런 글이 담겼다.
민들레가 꽃피워 몸흔들며 울었다
나싱개가 꽃피어 몸비틀며 울었다
진달래가 꽃피워 몸날리며 울었다
군인과 경찰의 민간인 불법 살해와 겁에 질린 희생자의 고통과 아픔을 고스란히 담은 회화 작품도 전시됐다.

극단 우금치의 추모 공연은 학살의 과정과 이후 유가족의 삶을 형상화했다.

이날 (사)대전산내사건 희생자유족회는 조치연 유족회 감사가 대독한 축문을 통해 영혼들의 해원 안식을 축원했다.

대전시장 "평화공원 준공 노력"- 대전 동구청장 "감사패 의미 새기겠다"

 
27일 오후 2시, '한국전쟁 70년 대전산내사건 제 21차 희생자합동추모제'에 참석한 한 휘생자 유가족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27일 오후 2시, "한국전쟁 70년 대전산내사건 제 21차 희생자합동추모제"에 참석한 한 휘생자 유가족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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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숙자 대전산내사건 희생자유족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사건의 진상규명과 관련 올해 큰 진전이 있었다"며 "10년을 기다린 끝에 지난 5월에 과거사 법이 개정돼 진상규명의 길이 열렸고, 올 가을에는 골령골 유해발굴이 본격화된다"고 밝혔다. 이어 "골령골에 조성하기로 한 전국민간인희생자 추모 평화공원 조성 움직임도 본격화되고 있다"며 "유가족들이 힘을 모아 미신고 유족들이 명예회복의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진실규명을 돕겠다"고 강조했다.

대전지역 자치단체장들은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 의지를 밝혔다. 허태정 대전시장은 이날 공개된 추도사를 통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사안의 중요성을 인식해 지원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골령골 평화공원이 2024년 준공될 수 있도록 한층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또 "모든 진상이 밝혀져 희생자와 유족들의 명예가 회복되길 진심으로 바란다"며 "대전시도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황인호 대전동구청장은 "산내평화공원이 평화, 인권, 생명의 소중함을 깨우치고 공간이 되도록 17년 전 주신 감사패의 의미를 되새기며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황 동구청장은 지난 2003년 대전산내사건 희생자유족회로부터 진상규명을 위해 애쓴 공로로 감사패를 수여 했다.

이상민-박범계-황운하-장철민 의원 "골령골을 평화의 성지로..."

 
27일 오후 3시. 극단 우금치 단원들이 '한국전쟁 70년 대전산내사건 제 21차 희생자합동추모제' 행사장에서 추모공연을 하고 있다. 이날 추모공연은 코로나19로 추모객없이 영상으로 제작됐다.
 27일 오후 3시. 극단 우금치 단원들이 "한국전쟁 70년 대전산내사건 제 21차 희생자합동추모제" 행사장에서 추모공연을 하고 있다. 이날 추모공연은 코로나19로 추모객없이 영상으로 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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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정치인들은 성찰과 해원을 위한 다짐을 밝혔다.

김종천 대전광역시의회 의장은 "인권과 평화에 대해 깊이 성찰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추도했다. 이상민(대전 서구을) 국회의원은 "합동 추모제는 국가 공권력의 직무유기와 후손들의 무관심에 대해 반성하고 문제해결을 위해 힘을 모으는 자리"라며 "골령골이 평화의 성지가 되길 바란다"고 위로했다.

박범계 의원(대전 서을)은 "2024년 완공될 골령골 평화공원을 통해 국가권력에 의해 자행된 학살사건의 진실이 사실 그대로 전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황운하 의원(대전 중구)은 "(진상규명을 통해) 지금까지의 6월이 눈물의 서곡이었다면 앞으로는 희망의 서곡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철민 의원(대전 동구)은 "평화와 인권의 소중함을 더욱 기억하고 민주주의 기본 원칙인 국민주권을 지켜나가야 한다"고 위로했다.

김용태 신부 "학살자의 목에서 훈장을 회수하고 현충원에서 치워야"

 
추모식 장 주변엔 100여 장 가까운 만장이 걸렸다. 지역 문인들이 형형색색 천에 골령골 희생자의 넋을 달래는 글을 새겼다.
 추모식 장 주변엔 100여 장 가까운 만장이 걸렸다. 지역 문인들이 형형색색 천에 골령골 희생자의 넋을 달래는 글을 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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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와 종교계는 전쟁범죄의 실상을 낱낱이 밝히라고 요구했다.

이대식 대전민중의 힘 상임대표(민주노총 대전본부장)는 "추모만으로 억울한 원한을 풀 수 없다"며 "전 세계 자살률 1위, 산재 사망률 1위와 같은 억울한 죽음의 행렬을 막아야 생명의 존엄성이 실현되는 세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태 신부(천주교대전교구 정의평화위원장)는 "골령골 학살의 실상을 낱낱이 밝혀야 진상규명과 희생자 명예회복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김 신부는 "학살자의 목에서 훈장을 회수하고 그들의 누운 자리를 현충원에서 치워버려야 한다"며 "그때 비로소 평화와 화합의 길이 열리게 된다"고  강조했다.

오은도 원불교 대전·충남 교구장도 "더는 이념의 분열과 전쟁이 슬픔은 없어야 함을 마음에 깊이 간직하겠다"라며 희생자의 해탈 천도를 염원했다.

합동추모제추진위원회에는 (사)대전산내사건희생자유족회, 제주4.3희생자유족회대전위원회, 대전산내사건희생자유족회 전남지회,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대전본부, 대전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세상을바꾸는대전민중의힘이 참여했다. 이날 행사는 대전광역시, 대전광역시 동구청, 제주4.3희생자유족회, (사)한국전쟁전후민간인희생자전국유족회가 후원했다.

태그:#대전형무소, #대전 골령골, #합동추모제, #산내사건희생자유족회, #대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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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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