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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공공보건청장, 코로나19 대응 기자회견 스웨덴 '집단면역' 책임자인 안데르스 테그넬 공공보건청장이 3일(현지시간) 스톡홀름에서 코로나19 대응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스웨덴 공공보건청장, 코로나19 대응 기자회견 스웨덴 "집단면역" 책임자인 안데르스 테그넬 공공보건청장이 지난 3일(현지시간) 스톡홀름에서 코로나19 대응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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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의 복지국가라는 스웨덴에서 코로나바이러스(covid19)로 인한 사망자 수가 예상 외로 높아 일부 외신이나 이 외신을 토대로 하거나 다른 어설픈 경험, 제보에 기초한 기사에서 스웨덴 공공의료체계의 붕괴를 언급하고 있다.

스웨덴에서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사망자 수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6월 26일 현재 스웨덴 코로나19 사망자는 100만 명당 514명으로, 벨기에 851명, 영국 650명, 스페인 606명, 이탈리아 574명 다음으로 세계에서 5번째로 많다. 북유럽 이웃국가들인 덴마크(104명), 핀란드(59명), 그리고 노르웨이(47명)에 비해서도 터무니없이 높다. 세계 최고의 복지국가로서 당연히 불명예스런 성적표다.

그러나 스웨덴의 공공 의료체계나 보편복지 시스템이 붕괴한 것은 결코 아니다.

공공의료 중심의 스웨덴 의료체계

필자는 지난 7~8년간 한국에서 살았다. 당시 내시경 검사를 포함한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하는 한국 의료 시스템을 보며 스웨덴 의료체계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과연 그런가?

스웨덴 의료체계는 사설 병원이 많은 한국과 크게 다르다. 공공 의료체계로 공립, 국립 병원 시스템이고 사설 병원의 존재는 미미하다. 병원체계는 지역의 기초병원과 도/광역시 또는 국가 차원의 종합병원과 대학병원 체계로 나눠져 있다. 한국과 또 다른 큰 차이점 하나는 스웨덴에는 한국과 같은 형태의 전 국민 대상 건강검진 제도가 없다. 물론 유방암 등 일부 질병에 대해서는 전 국민 대상 정기 검진을 실시하고 있다.

전 국민 대상 건강 검진이 없는 대신 직장에서 정기검진을 하기도 한다. 병원과 연계해 실시되는 직장에서의 정기검진은 직원 복지차원에서 이뤄지며 주로 신체검사, 피검사, 체력검사 등 간단한 검사를 한다. 건강과 체력, 식생활을 체크하는 수준이고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검사는 하지 않는다.

직장 정기검진에서 문제가 있으면 당연히 공공의료 체계로 넘어간다. 물론 직원에게 정기검진을 제공하지 않는 직장도 있다. 한국에서 하는 전 국민 대상 정기검진 제도는 그런 점에서 야심찬 제도이며 질병을 최대한 빨리 찾아 치료를 할 수 있는 큰 장점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 정기검진이 과잉진료와 과잉 의약품 복용으로 귀결되지는 않는지 조심할 필요가 있다. 또 다른 문제는 이 정기검진으로 인해 스웨덴처럼 장기적이고 심각한 질병에까지 의료혜택을 제공하지 못하는 것이 아닌지 하는 점이다. 즉, 이 문제는 전 국민 대상 의료복지에서 어디에 우선 순위를 둘 것인지 문제다.

특히 과잉진료와 과잉 의약품 복용 문제는 감기에 대한 의료 당국의 대처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한국에서 감기에 걸리면 병원에서 영양제를 맞거나 항생제가 포함된 처방을 받아 약을 복용하며 직장을 다닌다. 반면 스웨덴에서는 감기에 걸려 병원에 가면 호흡기 등에 염증이 없는 한 의사는 어떤 처방도 내리지 않고 집에서 쉬라고 한다. '약을 먹으면 1주일 만에 낫고 약을 먹지 않으면 7일 만에 완쾌된다'는 말이 여기서 나왔다. 감기는 집에서 그냥 쉬는 게 최고라는 것을 한국 사람들도 알고 있다. 그러나 과다 업무나 직장에 대한 충성심 때문에 쉬지 못한다.

기초병원의 주치의 제도

스웨덴에서는 전 국민 대상 정기검진 제도 대신 자신이 속한 지역의 기초병원에서 몸에 이상이 있다고 느끼면 언제든지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지역의 기초병원은 '주치의제도'로 운영되고 있으며 모든 시민에게 주치의가 지정되어 있다. 주치의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든지 다른 주치의로 바꿀 수 있다. 간단한 질병은 주치의가 바로 처방을 내리지만, 심각하다고 판단되거나 CT, MRI, 내시경 등의 특수 장비의 도움으로 진찰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인근 전문병원, 종합병원 또는 대학병원에 소견서(remiss)를 보내 받게 한다.

필자는 최근 오른쪽 갈비뼈 밑이 좀 무겁게 느껴져 주치의를 만나 진료를 받았다. 한국에서 받은 최근 건강검진 소견서도 보여줬다. 주치의가 음주, 흡연, 운동, 그리고 가족 질병력 등에 관해 질문하며 불편한 부위를 진찰했다.

그리고 검사 결과를 보고 필요하면 앞으로 여기서도 정기 검진을 하자며 우선 피검사, 초음파검사, 24시간 고혈압 검사를 하자고 했다. 피검사는 10시간 금식 후 언제든지 다시 와서 하라고 하고 다른 두 검사는 필자와 시간을 조정하여 방문 날짜를 정했다. 종합병원이나 대학병원으로 소견서를 낼 단계는 아닌 모양이었다. 진료시간은 30분 정도 소요됐다. 무엇보다 시간에 쫓기지 않고 마음 편하게 상담하고 싶은 것을 상담할 수 있어 좋았다.

이렇게 의사를 한 번 만나 진료를 받는 데 드는 비용은 200크로나(한화 약 2만5000원)이다. 이마저도 상한선 제도가 있어 아무리 병원을 자주 들락거려도 1년 의료비는 1150크로나(한화 약 15만원)을 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암 등의 심각한 질병이나 장기 치료를 요하는 질병도 1년 치료비 상한선 내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다.

뇌종양 치료해도 연간 15만원 안 넘어

또 다른 예를 들어보자. 필자는 2010년 왼쪽 팔이 저리는 증상이 있어 종합병원에서 CT 촬영으로 뇌졸중 진단을 받고 약을 잠시 복용했으나 경과가 좋지 않아 다시 MRI 검사를 받았다. MRI 검사 결과, 종합병원 의사는 뇌종양으로 의심된다며 나를 의견서와 함께 카롤린스카 대학병원으로 보냈다. 대학병원은 뇌종양 주치의와 다른 몇 명의 전문의로 팀을 구성하여 나를 진찰했다.

우선 내 머리에 구멍을 뚫어 종양으로 의심되는 부분을 추출해 배양검사로 뇌종양의 종류와 심각성을 분석했다. 다행히 성장이 아주 느린 종양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치의는 영국 등 국제 뇌종양 전문가들과 회의를 통한 자문을 거쳐 최종적으로 방사능 치료만으로도 완쾌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3개월 동안 집에서 통원하며 엄청 큰 방사선 치료실에서 360도로 빙빙 돌아가는 방사선 기기로 치료를 받았다. 직장에는 1년 병가를 냈다.

이 모든 절차가 순조롭고 신속하게 이뤄졌다. 진찰에서부터 수술, 방사선 치료, 그리고 요양, 이 모든 과정에 든 비용은 당시 1년 의료비 상한선인 한화로 약 10만 원 정도 밖에 들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일주일에 한 번씩 있는 내원 치료를 위한 택시비도 일정 기초 비용 이상은 국가가 부담했다. 치료와 요양을 위해 직장에 1년 동안의 병가를 냈지만 국가보험청으로부터 봉급의 80%를 받았다. 큰 질병 치료 때문에 소득이 상실되고 가산이 탕진되는 일은 없었다.

불친절한 스웨덴 의사?

스웨덴의 의료시스템은 그 때나 지금이나 큰 변화가 없다. 연구나 의료기기 및 의료기술 면에서 더 진전했으면 했지 후퇴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노벨의학상을 수여하는 나라로 최신의 연구와 최첨단의 의료기술이 계속 스웨덴으로 유입된다고 알고 있다. 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의 질병은 국가가 책임을 진다는 공공의료 철학이 굳건하다. 돈이 없어 병원을 못 가거나 병원에서 쫓겨나는 일은 없다. 부자나 가난한 자나 똑 같이 공공의료시스템에서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세계 최고의 보편 복지국가의 공공의료체계다.

위에서 언급한, 스웨덴 의료시스템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언론은 대체로 보수 성향의 언론매체다. 이들은 어디에 근거를 두는지 모르겠지만 다음과 같은 주장들을 편다.
 
스웨덴 의사들은 공무원이라 동기부여가 되어 있지 않으며 이들은 후한 연금을 받으려고 서둘러 은퇴한다. 또 스웨덴은 만성적 의사 부족에다 입원 서비스의 질이 낮다. 병상 수가 적어 코로나가 닥쳤을 때 속수무책이었다.

이러한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필자는 30년 가까이 스웨덴에서 살면서 한 번도 스웨덴 의사가 동기부여가 되어 있지 않다든지 불친절하다든지 권위적으로 환자를 대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이번 코로나 사태만 해도 군대의 야전병원까지 동원해 준비한 집중치료실이 남아돌았다고 한다.

물론 일부 병원에서는 병실이 부족해 환자를 돌려보낸 경우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위 언론들이 폄훼하는 정도가 절대 아니다. 보수 성향 언론 매체의 이러한 보도는 근본적으로 보편적 복지제도에 흠집을 내기 위해서라는 것이 분명하게 느껴진다. 

스웨덴 방역당국이 놓친 것
 
 스웨덴 예테보리에 있는 오스트라 슈쿠셋 병원 구내에 24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를 수용할 야전 병원이 구축되고 있다.
 스웨덴 예테보리에 있는 오스트라 슈쿠셋 병원 구내에 24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를 수용할 야전 병원이 구축되고 있다.
ⓒ 연합뉴스/E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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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코로나19 대응에서 스웨덴 방역 당국이 잘못한 점은 분명히 있다. 그동안 논의되어온 분석과 연구들을 종합하면 그 잘못을 다음 몇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코로나바이러스가 알려진 것보다 더 일찍 그리고 여러 경로로 스웨덴에 들어온 정황이 있는데 방역당국은 이를 놓쳤다. 앞서 코로나바이러스는 이탈리아, 오스트리아의 알프스 스키장에서 시작해 스웨덴으로 들어왔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더 여러 경로로, 이른 시기에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 방역당국은 이를 파악하지 못했고 그래서 초기 방역에 실패했다.  

둘째, 노인 요양시설의 감염을 차단하지 못해 노인 사망자가 많이 발생했다. 이는 스웨덴 방역당국의 가장 큰 잘못으로 보인다. 스웨덴 전역의 거의 모든 노인 요양시설에서 사망자가 발생했고 70세 이상 노인이 사망자의 90%에 육박한다.

이 치명적 실수는 스웨덴 요양시설이 폐쇄된 공간이 아니라 자녀들이나 요양사 그리고 다른 외부인들이 언제나 드나들 수 있는 열린 공간이라는 특징과도 연관되어 있다. 또 교육 부족과 비정규직 신분 때문에 일부 요양사들이 코로나 증상이 있는데도 출근한 것이 요양시설 감염의 큰 원인이었다. 

셋째 방역장비와 대량 검사 역량 부족이다. 스웨덴의 위기법이나 감염방지법은 시민의 건강을 시민과 가장 가까운 기관의 책임으로 규정하고, 코로나같은 감염병은 시민들의 개인위생, 사회적 거리두기 등 시민의 자발성과 책임성을 크게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코로나 사태로 시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지자체의 기초병원이나 광역시·도의 종합병원의 방역장비 구비 능력에 한계가 있음을 드러냈다.

즉, 지자체와 광역시·도 차원에서 위기대응 역량의 부족이 노정되었고 국가가 지자체와 광역시·도의 방역장비 수급 문제를 조정·공급하지 못한 것도 크게 문제였다. 특히 방역장비가 요양시설 요양사들에게 충분히 지급되지 않아 요양사가 감염 매개체가 되기도 했다. 또 시민들의 자발성과 책임성에도 한계가 있었다. 이런 문제로 인해 스웨덴 노인 코로나 사망자가 무척 많아진 것이다.

현재 스웨덴은 인구의 상당수(15~20%)가 면역이 된 상태이고 집중치료실에서 치료 받는 환자 수와 사망자 수도 계속 줄어들고 있다. 물론 면역 기간이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부 다른 나라에서 보여주는 제2의 코로나 대유행은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노인 요양시설의 감염 차단 실패와 국가 차원에서 방역 및 대량 검사 장비를 구비하지 못한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현재 스웨덴은 코로나대응에 관한 국가위원회(Kommission)를 구성해 앞으로 1년 반 동안 조사·연구를 할 예정이다. 국가위원회가 코로나 대응의 문제점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분석을 통해 향후 위기대응 역량을 보강, 세계 최고의 보편적 복지국가로서의 위상을 다시 회복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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