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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공룡이모'라고 불러주는 올해 나이 12살 도민이를 인터뷰하기 위해 도민이네를 방문했다. 도민이가 나를 공룡이모라고 부르게 된 데에는 책이 한 몫을 했다. 우리 아이가 보던 공룡책을 도민이에게 주었고 그 후로 내 이름 김은아보다는 기억하기 쉬운 공룡이모가 도민이게는 내 이름이 됐다.

도민이는 어릴 때부터 예의가 바르고 인사를 잘해서 뭐든 좋은 게 있으면 주고 싶은 아이였다. 무엇보다도 나를 기쁘게 한 것은 도민이가 역사를 좋아한다는 것이다. 학교에서 우연히 보게 된 6.25책이 도민이를 역사덕후의 길로 인도해 주었다.

"도민아 6.25 책을 처음 봤을 때 어땠어?"
"책을 읽는데 전쟁이 무서웠어요. 많은 사람이 죽고 다치잖아요. 엄마아빠를 못 볼 수도 있고 동생들과 헤어질 수도 있다는 게 너무 슬펐어요.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도민이의 진심이 느껴지는 말이었다.

도민이가 역사를 좋아하고 재미있어 한다는 걸 알게 된 도민엄마는 아이의 지적 호기심을 채워주기 위해 체험 학습을 많이 다녔다. 엄마가 강권적으로 데리고 간 것이 아니라 도민이가 엄마에게 가고 싶은 장소를 이야기 하면 함께 여행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옮겼다.

6.25 책을 읽고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부산 임시수도정부청사'였다. 도민엄마는 "도민이가 이야기 해주지 않았으면 나는 이런 곳이 있는 줄도 모르고 살 뻔했어요. 아이에게도 배울 것이 있더군요. 내가 겸손하게 배울 자세가 되어 있다면 스승은 어디에든 있어요"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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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민이는 책에서 많은 위인을 만나고 그 위인들의 흔적을 찾아 다녔다. 부여에서 백제를 만나고 수원화성에서 다산을 만나고 독립기념관에서, 아우내장터에서 독립 만세를 외쳤다. 경주에서 신라 천년을 고령에서 철기가야를 만났다.

"와, 도민아 진짜 좋은 곳 많이 갔다 왔구나. 도민이가 가보지 않은 곳 중에서 제일 가고 싶은 곳이 어디야?"

"저는 중국 상해 임시정부가 너무 가고 싶어요. 코로나바이러스가 빨리 없어지고 우리 가족이 함께 상해임시정부 가는 게 소원이에요."

반짝반짝 눈을 나에게 맞추고 복식에서 올라오는 목소리로 말 하는 도민이.

"그래 도민아 코로나 바이러스가 빨리 없어지고 상해임시정부, 백두산 천지, 광개토대왕릉비, 장군총을 도민이가 꼭 가서 봤으면 좋겠다."

도민이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역사를 좋아하는 어떤 한 아이가 떠올랐다. 그 아이도 역사라면 24시간 잠을 자지 않고 이야기 하는데 그 아이랑 도민이를 만나게 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참 기대됐다(이날 인터뷰를 하던 중에 그 아이가 찾아 왔고 도민이와 대화를 나누었다. 이야기가 길어지자 도민이의 동생들이 엄마에게 귓속말로 "저 형 언제가"라고 물어봤다).

도민엄마는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함께 해 주었다. 아이가 한국사능력시험을 보고 싶다고 했을 때는 함께 공부를 하고 시험도 쳤다. 도민이는 5급, 엄마는 무려 1급 합격을 했다(한국사 1급 문제는 대학수학능력시험 역사문제보다 난이도가 더 높다고 했다).

학교 다닐 때는 역사가 그렇게 지루하더니 아이와 함께 공부하니 그렇게 재미가 있더란다.

그리고 2019년 천령문화제에서 개최하는 함양역사퀴즈대회 초등부에 참가했다. 아이가 참가하고 싶다고 말을 했는데 아뿔사, 그날이 마침 학교 체험학습을 가는 날이다.

학교 체험학습에서 돌아오는 시간이 퀴즈대회 하는 시각과 겹쳐 참가가 불가능할 수도 있는 상황인데도 아이와 함께 함양 역사를 공부했다. 대회출전을 하면 좋겠지만 참여하지 못하더라도 내가 사는 함양의 역사를 공부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엄마가 문제 내면 아이가 맞추고 아이가 문제를 내면 엄마가 맞추고 퀴즈대회의 리허설을 제대로 한 셈이다.

체험학습을 마치고 돌아오는 날 버스에서 내리는 아이를 바로 자가용차에 태워 행사 장소로 데려갔다. 큰 기대를 안 하고 참가했는데 도민이가 1등을 했다. 난이도가 있는 문제를 척척 잘 풀어낸 도민이가 얼마나 대견했을까?

어쩜 이렇게도 많이 닮았을까? 도민이는 예전의 어떤 아이를, 도민엄마는 예전의 어떤 엄마를.

엄마와 아빠가 바쁘다며 아이의 말을 허투루 듣고 넘겼다면 도민이가 지금처럼 역사와 사랑에 빠질 수 있었을까? 아이의 말을 경청하고 아이와 같은 곳을 보고 아이와 함께 걸었을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역사로드.

6.25전쟁 70주년이 되는 올해에 전투기조종사가 되고 싶은 도민이를 만나고 인터뷰를 했다는 게 참 감사하다. 도민이가 꿈을 키워 가듯이 공룡이모도 전투기조종사가 된 도민이를 생생하게 꿈꾸기로 했다.

"고맙다 김도민. 앞으로 너의 꿈을 응원할게."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김은아 시민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주간함양에도 실립니다.


태그:#공룡 이모 역사덕후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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