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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장실질심사 마친 이재용  불법 경영 승계 의혹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8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 영장실질심사 마친 이재용 불법 경영 승계 의혹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8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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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장고에 들어갔고, 여론은 달아올랐다. 검찰 수사심의위원회는 지난 2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회계 부정 등 불법 경영권 승계 의혹 수사를 중단하고 재판에 넘겨선 안 된다는 권고를 결정했다. 권고 사안이긴 했지만, 한 번도 검찰이 심의위 결정을 번복한 사례가 없다는 점에서 파급력은 어마어마했다. 

여론의 의구심은 두 가지로 응축됐다. 위원 명단부터 심의 내용까지 모두 비공개로 운영되는 수사심의위 운영 자체에 대한 의문부터, 하루 만에 1년 7개월여의 검찰 수사를 '중단해야 한다'고 정리한 결론의 정당성까지. 심의위원 일부가 이재용 부회장 등에 유리한 의견을 던질 가능성이 있는 이력이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쟁은 더 불이 붙는 모습이다.
 

이상훈 경제개혁연대 변호사는 '이재용 수사심의위' 이후를 우려했다. 이 변호사는 삼성과 한진 등 재벌 총수들의 승계 문제를 꾸준히 파헤쳐 온 바 있다. 이 변호사는 29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재벌 문제 중 하나는 자본권력화를 통한 인적 네트워크로 암묵적 교감이 이뤄진다는 것"이라면서 자칫 이번 사례가 비슷한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악용될 소지가 있다고 봤다.

일부 수사심의위원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이번 결정에서 고려됐다고 발언한 데 대해선 "그런 혼란기에 있을수록 법과 원칙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며 검찰이 기소 방침에 무게를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론의 사회적 파장이 큰 상황인 만큼 "위원 명단도 투명하게 공개해 정당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토론의 장으로 이끄는 게 맞다"고도 봤다. 

그는 더 나아가 이재용 부회장의 불법 경영권 승계 의혹의 배경이 되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관련 유죄 판결들을 제시했다. 2015년 당시 홍완선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의 합병 찬성 압력과 삼성전자 임직원의 증거인멸 시도 혐의에 대한 판결이 그것이다. "이번 수사를 그냥 덮는 것은 과거 유죄 판결들을 무시하는 꼴이 된다"는 지적이다. 아래는 이 변호사와 나눈 대화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것이다.

"자본권력 네트워크 이용한 제도 악용 우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이재용 처벌 촉구 기자회견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사무실에서 민변·참여연대 등 2개 단체 회원들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범죄 혐의에 대한 처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삼성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각종 불법행위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이재용 처벌 촉구 기자회견 지난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사무실에서 민변·참여연대 등 2개 단체 회원들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범죄 혐의에 대한 처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맨 왼쪽이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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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 수사심의위 안건들과 달리, 이재용 사건 심의위는 초기 단계부터 논쟁이 많았다.
"안건 자체가 굉장히 생소한 범죄 행위다. 이 문제에 오랫동안 관심을 두면서 '삼성 이재용 경영권 승계 작업이란 무엇이다'라는 설명을 어떻게 쉽게 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 하다못해 변호사나 법조 기자들에게도 설명하기 복잡한 사안이다. 이 과정을 충분히 이해한 후에 (이 부회장의 혐의인) 자본시장법 위반 행위를 결합해야 하는데, 그게 (수사심의위에서) 쉽게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수사심의위 구조와 비슷한) 배심원 제도에서도 논쟁이 많거나 생소한 법률, 전문적 인식이 필요한 건은 가급적 배제하며 운영한다. 하물며 심의위는 하루 만에 결정을 내린다. 짧은 시간 내 사건의 복잡한 배경을 파악해 결정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있었다. 워낙 검찰에서 장기간 수사를 했고, 충분한 증거자료를 확보했다는 발표도 계속 있었기 때문에 (수사 중단이라는) 결정을 내리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 한 수사심의위원은 심의위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분식회계 교수, 기업형사 변호사 등 관련 이슈 전문가들이 심의위에 포함돼 있어 신뢰도가 보장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관련 기사 : 결국 '이재용 전략' 성공... 심의위 '수사중단·불기소' 권고) http://omn.kr/1o28m
"<한겨레> 보도에서 김병연 교수를 언급하지 않았나(기자 주 : 29일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 회계 과정에 불법 요소가 없다고 주장했던 김병연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심의위에서 의결권을 행사해 형평성을 잃었다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회의체를 가보면, 어느 쪽 의견이든 한쪽 의견만 파고들었던 사람들이 목소리를 높이면 나머지는 그 의견을 따라가는 경향이 있다. 공평성 측면에서도 충분하지 않았다. 결정적으로 심의위는 유무죄를 따지는 게 아니라, 단지 법원의 판단을 구할 수 있는지를 따지는 기구다. 한 가치관으로 유무죄를 판단하는 것은 적절치 않았다고 본다."

- 분식회계와 관련, '증권선물거래위원회 등 금융 기관에서도 불법을 확인했다'는 질문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수사심의위원은 '재판에서도 비슷한 결론이 나오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라며 불기소, 수사 중단 판단에 확신하는 모습이었다.
"전문성을 갖고 공정하게 진행했다면 상관없다. 다만, 증선위원들도 모두 법학, 회계학과 교수들이었다. 그 사람들도 나름 (회계 부정 문제를 놓고) 고의성과 중과실 논쟁에서 (숙고 끝에) 판단을 한 것이다. 그런 부분을 심의위에서 과감하게 (문제가 없다고) 결정 내리는 게 적절한지는 의문이다."

- 김병연 교수 문제는 물론, 양창수 전 수사심의위원장도 사건 피의자인 최지성 전 미전실장과 고교 동창이란 사실이 밝혀지자 위원장 자리를 회피한 바 있다. 다른 사안보다 유독 이재용 수사심의위에서 이런 논란이 불거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재벌의 문제점 중 하나는 자본권력화를 통한 사회구조적 네트워크가 형성돼 있다는 것이다. 한 다리 건너면 다 아는 그들만의 세계가 그것이다. 암묵적 교감이 생기는 것. 그런 문제점이 (이번 결정에서) 또 한 번 나온 게 아닌가 싶다. 재벌 문제는 굉장히 복잡하다. (총수 본인이) 직접 하지 않고, 아래쪽에 시켜 정교한 작업이 이뤄진다. 총수 문제를 번번이 수사심의위에 맡길 경우, 검찰로서도 피하고 싶은 수사를 남의 손을 빌려 코를 풀게 된다. 그런 쪽으로 악용되는 선례가 될까 우려스럽다."

-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고려됐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위원도 있었다.
"이번 결정에서 '삼성이 망하면 한국 경제가 힘들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깔려 있다면 더욱 설명이 안 된다. (사회경제적) 혼란기에 있을수록, 법과 원칙에 따라 결정하는 게 정답이다. 검찰이 기소해야 한다고 보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파장 큰 만큼 정당성 확보 위해 위원 명단 공개해야"
 
심의위 마친 위원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사건과 관련해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가 열린 26일 심의위원회를 마친 위원들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건물을 나서고 있다.이날 심의위는 해당 사건에 대한 수사 중단과 불기소를 권고했다.
▲ 심의위 마친 위원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사건과 관련해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가 열린 지난 26일 심의위원회를 마친 위원들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건물을 나서고 있다.이날 심의위는 해당 사건에 대한 수사 중단과 불기소를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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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사심의위는 대검 행정규칙에 따라 위원 명부를 비공개하고 있다. 심의위 권고가 수사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책임을 강조하기 위해 참여 위원 명단을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는데.
"공평성을 위해선 비공개가 원칙적으로 맞겠지만, 지금처럼 사회적 파장이 큰 사안이라면 판단의 정당성을 고려해 공개하는 게 적절하다고 본다. 법원에서도 비공개를 결정하는 소송에서 공개로 인한 이익과 비공개에 따른 이익을 비교, 형량화해 판단한다. 오히려 지금 같은 경우엔 투명하게 공개해 정당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토론의 장으로 이끄는 게 맞다."

- 검찰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 1년 6개월간의 수사로 기소 준비를 마친 상황이긴 하지만, 심의위 결론을 따르지 않은 선례가 없어 부담이 크다는 분석이다.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나.
"영장 청구까지 한 마당에 불기소를 하기도 어렵고, 기소를 해서 무죄가 나올 수 있다는 부담도 있다. 기소를 하지 않는다면 기소도 안 할 사안으로 영장까지 쳤다는 비판에 대한 부담이 있을 것이고. (상황적 배경에선) 양측 다 부담이다.

그러나 법리적으로 생각해 볼 때, 두 가지 배경을 생각해 봐야 한다. 홍완선 당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왜 그랬을까(홍 본부장은 두 회사의 무리한 합병에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던지도록 종용한 혐의로 1심과 2심 모두 유죄 판결을 받은 바 있다, 기자 주). 삼성바이오의 경우, 증거인멸 행위로 삼성전자 임원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 두 사건의 배경이 되는 이번 수사를 그냥 덮는 것은 앞선 두 유죄 판결을 무시하는 꼴이 된다. 실체적 전실에 접근하기 위한 형사소송의 대원칙에도 반하는 것이다."

- 검찰 스스로 자기부정이 된다는 말이다.
"관련 사안으로 유죄 판결이 두 가지나 나왔는데, 기소도 하지 않는다는 건 이 두 사안도 덮자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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