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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손실을 일으킨 라임자산운용의 무역금융펀드를 판매한 은행 등 금융회사들이 지난 2018년 11월 이후 판매한 건에 대해 투자원금을 전액 돌려줘야 한다는 분쟁조정 결과가 나왔다. 금융투자상품 분쟁 사례 중 계약을 무효로 하고, 판매사가 전액을 배상하도록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아래 분조위)는 1일 "지난달 30일 회의에서 무역금융펀드 4건에 대해 모두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민법 제109조)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지난달 26일 기준 사모펀드 분쟁조정 신청은 은행 366건, 증권사 306건 등 모두 672건으로, 이 가운데 무역금융펀드 관련 신청은 모두 108건이었다. 김철웅 금감원 분쟁조정2국장은 "2018년 11월 이후 사고에 대한 신청은 72건이었다"며 "신한금융투자와 라임자산운용이 부실을 인지하고 펀드가 부실화된 이후 판매된 건 가운데 4건의 대표 사례를 살펴봤다"고 밝혔다.  

해당 판매사는 우리은행, 하나은행, 신한금융투자, 미래에셋대우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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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98% 부실화된 펀드 판매... "전액 반환해야"

이번 조정과 관련해 분조위는 "계약체결 시점에 이미 주요 투자 자산인 미국 인터내셔널인베스트먼트그룹(IIG) 펀드의 부실로 투자원금의 76~98%가 부실화된 상황이었다"며 "하지만 운용사는 투자 제안서에 수익률과 투자 위험 등 핵심 정보를 허위‧부실 기재했다"며 "판매사는 이를 그대로 투자자에게 제공하거나 설명해 착오를 유발했다"고 지적했다. 판매사가 투자자들에게 상품 특성 등을 정확히 설명했다면 투자 계약을 맺지 않을 수도 있었다는 것이다. 

분조위는 "판매자의 허위 투자정보 설명, 투자자 성향 임의기재, 손실보전각서 작성 등으로 합리적인 투자 판단 기회가 박탈된 점을 고려하면 투자자에게 중과실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판매사가 투자원금 전액을 투자자들에게 반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판매사가 투자자 성향을 '적극투자형'으로 임의 기재하고 원금의 83%가 부실해진 펀드를 판매해 손해를 본 70대 주부 등 4명은 투자 원금을 모두 돌려받을 길이 열리게 됐다. 

금융분쟁조정의 경우 투자자와 판매사가 모두 조정안 접수 뒤 20일 이내 조정안을 수락하게 되면 성립된다. 이는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력을 가진다. 

당국은 나머지 투자 피해자에 대해서는 이번 분조위 결정 내용에 따라 조속히 자율조정이 진행되도록 할 계획이다. 조정 절차가 원만하게 이뤄질 경우 최대 1611억원(개인 500명, 법인 58개사)의 투자 원금이 반환된다. 

사기 계약 여부 보류...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도 같은 효력"

다만 분조위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사기 계약'에 대한 판단은 보류했다. 김 국장은 "분조위에서 사기에 의한 계약 취소 여부,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 여부 모두를 고려했다"며 "사기의 경우 신한금융투자 임원이 라임 건으로 구속돼 형사재판이 진행되고 있어 이를 통해 사기 계약 여부가 입증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이 부분이 확정되기까지는 장시간이 소요돼 신속한 피해자 구제를 위해 사기에 의한 계약 취소와 동일한 효과를 갖는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로 결론 내렸다"고 덧붙였다. 

또 2018년 11월 이전 판매된 건에 대해서는 아직 손실률이 확정되지 않아 분쟁조정을 진행하기 어려웠다는 것이 당국 쪽 설명이다. 김 국장은 "삼일회계법인에서 자산 실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아는데, 무역금융펀드이다 보니 해외에 실제 계약이 존재하는지 등에 대한 협조를 받기 어려워 진행이 잘 되지 않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그는 "현재까지는 투자 원금이 전액 손실될 것으로 추정하지만 정확하게 확정되지 않았다"며 "실사 결과가 나온 이후 법률 관계가 해소된 다음 분쟁 조정이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정성웅 금감원 부원장보는 "최근 몇 년 동안 사모펀드 부실이 확산하면서 다수의 피해자가 양산되고 있어 신속한 구제 요청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투자 원금 전액 반환 결정이라는, 지금까지 가보지 않은 이 길이 금융산업의 신뢰 회복을 위한 지름길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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