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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희 강원도 교육감이 취임 10년을 맞았다. 사진은 도 교육청 월례회의에서 직원들에게 이야기하는 교육감의 모습이다.
▲ 취임 10년을 맞은 민병희 강원도 교육감 민병희 강원도 교육감이 취임 10년을 맞았다. 사진은 도 교육청 월례회의에서 직원들에게 이야기하는 교육감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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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희 강원도 교육감이 취임 10년을 맞았다. 

교육감과 도 교육청 관계자는 언론을 비롯한 다양한 통로로 말과 글을 쏟아냈다. 성과에 대한 자화자찬은 넘치는데, 차분한 성찰은 보이지 않는다.

특히 2010년 첫 선거 때 내놓은 5대 핵심 공약 가운데 하나인 '학생인권조례 제정'이 아직도 이행되지 않았는데, 교육감과 도 교육청 관계자 누구도 이에 대한 언급이 없다. '학생 인권'에 대한 관심이 사라진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이는 이유다.

'행복한 학교' 대신 '기초가 강한 교육'? 

강원도교육청은 민병희 교육감 취임 10년을 맞아 6월 30일 민병희 교육감 취임 10년, 수업 성장으로 새로운 도약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10년의 성과와 남은 임기 동안 집중할 분야를 밝혔다.
 
강원도교육청은 민병희 교육감 취임 10년을 맞아 6월 30일 ‘민병희 교육감 취임 10년, 수업 성장으로 새로운 도약’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10년의 성과와 남은 임기 동안 집중할 분야를 밝혔다.
▲ 민병희 교육감 취임 10년 강원도교육청 보도자료 강원도교육청은 민병희 교육감 취임 10년을 맞아 6월 30일 ‘민병희 교육감 취임 10년, 수업 성장으로 새로운 도약’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10년의 성과와 남은 임기 동안 집중할 분야를 밝혔다.
ⓒ 강원도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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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는 10년의 대표적인 성과로 △무상교육 완성과 에듀버스 운영 등 교육복지 정착 △고교평준화 정착 △공립형 대안 초·중·고 설립 △학교 업무 정상화와 민주적 학교문화 정착 △강원행복더하기 학교를 비롯한 학교혁신 △한글․수학․영어 책임교육과 교육과정-수업-평가 일체화 추진 △고등학교 혁신을 위한 강원행복고등학교 운영을 꼽았다. 

또한, "민병희 교육감은 1일 월례회에서 남은 임기 동안 집중할 '백인백색 수업성장'을 발표한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모든 아이들이 각자의 조건과 특성에 맞는 수업을 통해 성장하도록 하는 프로젝트로, 이를 위해 인사, 예산, 연수 등 교육 행정의 모든 역량을 수업과 평가 개선을 위해 집중할 예정"이라고 했다.

교육감은 1일 도 교육청 월례회에서 같은 내용을 직접 발표했으며, 강원도교육청 유튜브 채널 광고를 붙박이로 홈페이지에 게재하고 있는 지역 일간지 두 곳 모두 관련 내용을 크게 보도했다.
  
강원도교육청 보도자료는 물론이고 교육감 인터뷰 기사 어디에도 과거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없으며 자화자찬만 넘쳐난다.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취임 즈음에 '중학교 석차 백분율 폐지'와 '수능 난도 하향'을 주장하고 나선 것과 대조되는 장면이다.

무엇보다 2010년 처음 교육감에 당선됐을 때 내걸었던 핵심 정책 다섯 가지 가운데 하나인 학생인권조례 제정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는 점은 매우 아쉽고 안타깝다. 진보 교육감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다.

강원도교육청은 2013년 애초 공약이었던 학생인권조례를 '학교'인권조례로 이름을 바꾸고 일부 보수 진영에서 문제 삼았던 내용을 삭제해 강원도의회에 제출했었다. 당시 새누리당이 다수를 차지하던 강원도의회 구성을 고려한 측면이 있었다. 그러나 강원도의회는 조례안을 부결시켰다.

2014년 지방선거 직후인 2015년 다시 한번 학교인권조례 제정을 위해 공청회를 추진했으나 더는 진전이 없었으며, 그 이후 더는 강원도교육청은 추진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2018년 지방의회 선거 결과, 강원도의회 구성이 완전히 바뀌었다. 도의회 의원 구성을 보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5명, 미래통합당 의원 10명, 무소속 1명이다. 2013년과 완전히 달라진 정치 지형이다. 

하지만 강원도 교육감과 강원도교육청은 민병희 교육감 취임 10년 보도자료나 인터뷰는 물론이고 어디에서도 학생인권조례 추진 의지를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학생들의 권리가 10년 전보다 향상된 것은 틀림이 없다. 그 사이 우리 사회의 권리 의식은 훨씬 더 빠른 속도로 나아지고 있다.

보수진영과 차별성 없어지는 진보교육감

이 정도면 됐다는 식의 안이한 접근은 인권과 민주주의에서 결코 허용될 수 없다. 아직도 학생들의 생활을 옭아매는 구시대적 '학교생활규정'이 존재한다. 학교 구성원, 특히 학생들의 인권과 학교 안 민주주의를 어떻게 확대할 것인가에 대한 요구와 필요성이 여전히 절실하고 매우 중요한 과제다.

"'남과 함께하며 남과 다른 경쟁력을 갖춘 인재육성', 학교마다 걸린 이 문구가 정말 정말 싫었습니다. 지금 이 간판을 내리고 있습니다. 정말 변화가 올 모양입니다. 가슴 벅차고 설렙니다. 덜컹거리며 내리는 간판 소리가 설레게 합니다."

2010년 6월 30일 전교조 강원지부 홈페이지에 한 선생님이 쓴 글이다. 진보 교육감 취임 하루 전날이었다. 진보 교육감 취임 10년을 맞는 요즘 설렘과 애틋함을 이야기하는 주변 사람들을 본 적이 없다.

도 교육청 보도자료에는 '행복한 학교 함께하는 강원교육' 슬로건이 남아 있다. 하지만 강원도교육청이 학교와 직속 기관에 보내는 공문에는 '기초가 강한 교육 미래를 여는 교실'이 대신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의미심장한 부분이다.

강원도교육청과 민병희 교육감이 기초학력, 진학 등을 강조하며 보수 진영과 차별성이 없어지고 점차 보수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왜 진보적인 사람들일수록 설렘과 애틋함을 거두고 있는지 민병희 교육감과 강원도교육청은 돌아보아야 할 때다.

2010년 처음 권력을 얻었을 때 했던 학생인권조례 제정 약속을 지금이라도 지키는 것으로 성찰의 시작을 삼기 바란다. 많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태그:#진보교육감, #10년, #민병희, #학생인권조례, #강원도 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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