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A <끔쪽같은 내새끼> 영상 캡처

채널A <끔쪽같은 내새끼> 영상 캡처 ⓒ 채널A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7살 아이가 있다. 엄마와 놀이터에서 잘 놀고 있다가도 친구들이 다가오면 놀이기구 밑으로 피하거나 엄마 뒤편으로 숨었다. 부끄러움이 많은 걸까. 동생과 송충이를 구경하며 즐거워하던 아이는 친구들이 몰려오자 표정이 어두워졌다.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딱딱하게 굳어버린 아이는 뒷걸음질쳤다. 결국 그 자리를 벗어났다. 유독 낯가림이 심해 보였다.

집에서는 말이 많고 웃음도 많은 아이였지만, 밖에만 나가면 입을 꾹 닫고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엄마는 "밖에서 말을 할 일이 있으면 귀에 대고 살짝 얘기하는 정도"라며 걱정을 토로했다. 그 때문에 아이는 '버릇없는 아이'가 됐다. 인사를 하지 않는다고, 말을 하지 않는다고 지적받고 혼이 났다. 딸이 '미운 아이' 취급을 받게 되자 엄마의 마음은 새까맣게 타들어갔다. '사실은 그게 아닌데..'

"아이의 행동이 저와 똑같아요."

스튜디오에서 영상을 지켜보고 있던 정형돈은 아이의 행동에서 '자신'을 발견한 듯했다. 그는 아이가 굉장히 불안해하고 있는 것 같다고 얘기했다. 불안 장애의 일종인 공황 장애를 앓고 있는 정형돈은 낯선 사람을 만나면 싫은 게 아닌데도 자꾸만 표정이 어두워지고 말이 예쁘게 나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영상 속의 아이도 그런 상황에 놓여있는 것 같다는 게 그의 분석이었다.

그건 사실이었다. 지난 3일 방송된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 6회(시청률 1.879%, 닐슨코리아 기준)에 출연한 '금쪽이'는 '선택적 함구증'이라는 증상을 앓고 있었다. 처음 들어보는 생소한 진단명에 신애라, 정형돈, 장영란, 홍현희 등 MC들은 어리둥절했다. 단순히 부끄러움이 많고 낯가림이 심한 게 아니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육아 전문가 오은영 박사가 나설 차례였다. 

"선택적 함구증은 아이가 말을 안 하는 게 아니라 말을 하고 싶어도 말이 안 나오는 겁니다."

선택적 함구증이란 친숙한 환경이나 가족 등 소수의 친한 사람과 있을 때는 말을 잘하다가 특정한 상황에서는 전혀 말을 하지 않는 문제행동을 의미한다. 사회적 상황, 사회적 관계에서 증상이 심해진다. 증상 이름에 '선택적'이라는 단어가 사용돼 자칫 오해를 불러일으키곤 하지만, 실제로 본인이 자의로 대상과 환경을 선택하는 건 아니라고 한다. '안' 하는 게 아니라 '못'하는 것이다. 
 
 채널A <끔쪽같은 내새끼> 영상 캡처

채널A <끔쪽같은 내새끼> 영상 캡처 ⓒ 채널A

 
그렇다면 선택적 함구증의 원인은 무엇일까. 오 박사는 주된 원인이 불안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불안은 삶에 있어서 필수적인 요소이지만, 사람에 따라 그 정도가 높은 경우가 있어 문제가 된다고 했다. 정형돈의 분석과 일맥상통했다. 오 박사는 불안은 부모와의 유전적 관계성이 높다고 했는데, 아이는 아빠의 어릴 적 성격을 고스란히 이어받은 것으로 보였다. 

"저희 아이는 버릇없는 아이가 아니고, 인사를 하고 싶은데 못한 거였다고.. 착한 아이지만 지금 잠깐 마음이 아파서 그랬다는 걸 말해주고 싶어요."

누구보다 속상했던 건 엄마였다. 아이가 '선택적 함구증'이라는 진단을 받은 지 꽤 시간이 지났지만, 상태는 호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당장 6개월 후면 초등학교에 입학해야만 하는 상황이라 초조함은 커져만 갔다. 낯선 환경 속에서 아이가 겪을 혼란과 고통이 눈에 훤했다. 학교에선 자신이 도와줄 수 없다는 걸 알고 있는 엄마는 그래서 더욱 아이를 재촉했다. 

반면, 남편은 다소 느긋했다. 자신도 어렷을 때 비슷한 경험을 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적응하고 나아질 거라 여겼다. 이 문제로 부부는 갈등했다. 엄마는 어린이집 친구 엄마들에게 딸의 선택적 함구증을 설명하는 메시지를 보내 이해를 구하고, '특수학교'에 보내는 것까지 고려할 만큼 절박했다. <금쪽같은 내새끼>에 출연한 건 그만큼 절실했기 때문이었다. 

"엄마가 밖에서 말해보라고 하면 기분이 어때?"
"... 힘들어. 싫은데 하는 거야."
"싫은데 왜 하는 거야?"
"... 엄마 우는 거 싫어서."
"엄마가 어떨 때 제일 좋아?"
"엄마가 밖에서 말하라고 안 할 때."
"소원이 뭐야?"
"음.. 친구들이랑 말하고 싶어."


아이는 혼자 있을 때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엄마가 밖에서 말을 해보라고 재촉할 때마다 힘들다고 했다. 그런 상황이 싫지만, 엄마가 우는 게 더 싫기 때문에 말하는 시도를 한다고 얘기할 땐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엄마조차도 알지 못했던 진솔한 속마음이었다. 긍정적인 건 아이도 친구들과 말하고 싶어하고 있으며, 변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다는 점이었다. 아이는 도움이 필요했다. 
 
 채널A <끔쪽같은 내새끼> 영상 캡처

채널A <끔쪽같은 내새끼> 영상 캡처 ⓒ 채널A

 
오 박사는 세 가지 솔루션을 제시했다. 우선, '경쾌한 엄마가 돼라'고 조언했다. 엄마가 자꾸 울수록 아이가 말하기 힘들어질 수 있다는 게 이유였다. 아빠에겐 아이에게 경험담을 들려주면서 '마음의 고집'을 풀어주라고 했다. 세 번째는 치료제를 포함한 모든 합리적이고 타당한 치료법을 동원하라는 것이었다. 어떤 이유든 말을 못하거나 하지 않는 건 '응급'이기 때문에 발빠른 대응이 필요하기 때문이었다. 

엄마는 더 이상 눈물을 짓지 않았고, 불편해 하는 아이를 다그치지 않았다. 아빠는 아이와 함께 놀아주며 자신의 어릴적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공감과 소통이 아이의 마음을 조금씩 움직였다. 오 박사도 직접 아이를 만나 마음을 어루만져주면서 지원에 나섰다. 과연 솔루션은 효과가 있었을까. 놀랍게도 아이는 변화하고 있었다. 스스로 친구들에게 다가가고, 방긋 웃음까지 지었다. 정말 다행이었다. 

<금쪽같은 내새끼>는 SBS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의 계보를 잇는 육아 프로그램이다. 누구에게나 어려울 수밖에 없는 육아이지만, 실상 정확한 정보와 조언을 제공받을 곳은 제한적이다. 매순간 의문이 들고 불안한 게 사실이다. 그래서 오은영 박사의 존재는 든든하기만 하다. 그의 현실적 꿀팁과 공인된 솔루션에 많은 부모들이 귀를 쫑긋하며 지집중하는 건 그 때문이다.

또, 연예인 자녀들이 아니라 실제 고민이 있는 평범한 가족들이 출연한다는 점에서 공감대 형성이 훨씬 더 두텁게 형성되고 있다. <금쪽같은 내새끼>는 부모의 입장과 아이의 시선, 두 가지 관점을 놓치지 않고 대변하고 있다. 가장 이상적인 육아 예능이 나타났다고 하면 지나친 말일까.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그리고 '너의길을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금쪽같은 내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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