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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을 보는 자리에서 고향이 어디냐고 물었다 치자. 면접관은 별생각 없이 피면접자의 억양이 자신과 비슷하여 반가운 마음에 물었는데 이것이 나중에 폭력으로 논란이 된다면 어리둥절할 것이다. 이런 질문은 지역차별 논란을 일으킬 만한 질문인 것이다. 출신 지역에 따른 차별과 배제가 우리 사회에 있어서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의 아들이 서른이 넘었단다. 걱정과 격려를 섞어 "아직도 결혼 안 했냐?"라고 했더니 이것 역시 폭력이라고 한다. 결혼을 성인이 되면 당연히 하는 걸로 아는 사람과 결혼이란 선택의 대상일 뿐이라는 견해의 대립점이 '폭력'이 되는 것이다.

미혼이라는 말은 결혼을 아직 못 한 사람을 말한다면 비혼은 결혼 자체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입장이다. 이제는 결혼, 비혼, 동성애, 이혼 여부는 모두 보호받아야 할 개인 정보다. 그로 인한 차별과 불이익이 있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이다. 친구 딸이 결혼한 지 몇 년이나 되었다고 하기에 "아직도 애가 없어?"라고 가볍게 물었는데 이건 아주 심각한 폭력이란다. 손가락 하나 대지 않았는데 폭력이라니. 평생을 점잖게 살아온 사람으로 정평이 나 있는 사람이라면 말 한마디로 창졸간에 폭력 당사자가 되니 체면이 말이 아니다.

출산은 의무가 아니기 때문이다. 자발적 비출산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다. 아니, 자발적이기보다 사회 경제적 요인으로 인한 비자발적 비출산이라 하겠다.

최근에 이낙연 전 총리가 의원회관에서 열린 포럼에서 강연하면서 한국형 산후조리원이 새로운 한류로 떠오르는 데 대해 치하하면서 출산의 고귀함, 어머니의 숭고함을 말하면서 "남자는 엄마 되는 경험을 못 해 철이 들지 않는다"라고 한 말이 논란에 휘말렸다. 출산한 여성을 치켜세우고자 한 의도는 분명하지만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 말속에는 출산과 육아를 사회와 부모 공동의 몫이 아니라 온전히 여성의 몫으로만 여기는 구시대적 발상이 얹혀있어서다. 한마디로 이 전 총리가 감수성이 없다고 해야 하겠다. 무슨 감수성? 출산 육아인지 감수성이다! 논란의 이치를 바로 깨달은 그는 곧바로 사과했다. "저의 부족함을 통감한다. 마음에 상처를 입은 분들께 사과드린다"라고 페이스북에 올렸다고 한다.

너무 예민하다고 여길 수 있다. 말 한마디 맘대로 할 수 있겠냐고. 툭하면 언어폭력이다, 시선 폭력이다, 갑질이다, 성폭력이다 하면서 논란의 당사자가 된다. 어디 눈치 보여서 살겠냐는 하소연이 나올 수 있다.

이런 사람들은 이력서에 학력란과 호적란이 사라진 걸 이해하고 있지 못하는 사람이라 하겠다. 올 10월이면 주민등록번호가 개편된다. 뒷자리에 출생지를 표기하는 번호를 없애는 개편이다. 엄청난 비용을 들여 주민등록번호를 개편하는 의미와 목적을 모르는 사람은 이렇게 투덜댈 수 있다.

2011년 3월 29일 제정되어 같은 해 9월 30일부터 시행된 개인정보보호법은 처벌 규정도 엄하다. 상대방의 동의 없이 개인 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하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주민등록번호나 통장번호를 함부로 요청해서도 안 된다. 본인 동의란을 만들고 요청해야 하며 사용 목적과 필요 항목, 사용 후 언제쯤 폐기하는지를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이 법은 제정된 뒤로 여러 번 내용이 강화되었다.

이 모든 변화는 농경사회를 거쳐 산업사회, 정보화 사회, 4차 산업사회로 되어 감에 따라 새로 등장하는 개인의 권리와 보호받아야 할 인권 범위가 달라져서다. 주민등록번호 하나만 있으면 그 사람을 손바닥처럼 읽을 수 있게 된 사회라서다. 생년월일과 이름만 알아도 그렇다.

감수성이라는 게 비 오는 날 시흥에 겨워 낭만에 젖는 것만이 아니다. 봄에 피는 새싹을 보고 가슴 설레는 것만이 아니다. 성인지 감수성, 폭력인지 감수성, 생태인지 감수성, 개인 정보인지 감수성, 사이버 인격인지 감수성 등이 등장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함양신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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