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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을 위한 수업' 책 표지, 마르쿠스 베른센 (지은이),오연호 (편역)
 "삶을 위한 수업" 책 표지, 마르쿠스 베른센 (지은이),오연호 (편역)
ⓒ 오마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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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공립학교 교사로 근무해온 지 10년, 나는 이제야 조금씩 학교에서 행복을 찾는 방법을 터득해가고 있다. 1~2년 차 때는 어린 나이라는 상큼함이, 제자들과 같은 세대라는 동질감이 행복의 주무기였다면, 더이상의 어린 나이도 신선함도 통하지 않는 지금 나의 새로운 주 무기를 찾아야 한다. 이것은 내가 10여 년 동안 좌충우돌하며 깨달은 내용이자, 책 <삶을 위한 수업>을 통해서 다시 한 번 확신한 내용이기도 하다.

그 깨달음이란 바로 '행복은 있는 그대로의 아이들을 인정하는 데 있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참 싱거운 말일 수도 있고 맥 빠지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말은 정말로 진실이다. 있는 그대로의 아이들을 인정하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다.

학교에서 일괄적으로 치르는 시험의 점수로 학생들을 줄 세우는 일, 학생들에게 인기있고 명망있는 직업만을 강요하고 주입하는 행위, 각자의 재능과 소질은 무시하고 성적으로 학생의 모든 것을 평가하는 일, 일률적인 과목 편성 등등. 교사가 무의식적으로 행하는 제도권 내의 행위들이 실은 학생들에게 어마어마한 폭력일 수도 있다. 그리고 바로 이런 것들이 학교에 퍼지는 불행의 씨앗이다.

책 <삶을 위한 수업>은 10명의 교사들이 저마다 쌓아온 경험과 노하우를 소개하며, 학생들을 행복에 이르게 하는 길을 안내하고 있다. 10명의 교사 그 누구도 학생에게 무언가를 주입하거나 강요하지 않는다. 다만 학생들이 자신만의 길을 찾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열린 사고를 많이 배웠다. 내가 지난 10여 년 동안 몸소 깨달은 내용을 확실히 체화해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가령, 맨처음 소개된 헤팅 아프셀리우스는 소위 한국에서 '수포자'로 불리는 학생들의 동기를 어떻게 이끌어낼지 설명한다. 융자와 이자에 대해서 가르칠 때는 종이를 몇 번 접어야 1m가 되는지 질문을 던지면서 학생들의 흥미를 유발한다. 그리고는 진짜 종이를 여러 번 접는다. 학생들의 삶과 연결시켜 수학의 세계를 끌어오는 것이다.

나도 반에 수학 학습이 더딘 아이가 있어, 수학 만화도 찾아보고 자료를 찾아보면서 실생활과 연결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드라마틱한 수학 성적의 변화는 없을지 몰라도 수학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끄는 데는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요새는 통계 단원을 배우며 국어 교과와 융합해 직접 설문지를 제작하고 설문 통계를 내서 그래프로 시각화하는 수업을 하고 있다. 이전에는 왜 이런 수업을 생각하지 못했나 싶다.

나는 두 번째로 소개된 교사 헬레 호우키에르의 교육 철학에도 동의한다. 시험과 점수가 전부는 아니며 무엇보다 학생 개인의 주도성이 중요하다는 것, 독립적이고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힘을 길러주어야 한다고 말하는 내용이다.
 
나는 우리 학생들이 어떻게 하면 독립적인 사람이 될 수 있을까를 매우 중요하게 여깁니다. 학생들이 그저 교사의 지도를 잘 따라주기만 바라지는 않아요. 아이들이 실제 세상으로 나가 호기심을 발휘하고 스스로 원하는 것을 배우길 바랍니다. -본문 59쪽

아마 헬레 호우키에르뿐만 아니라 여기 소개된 10명의 교사가 모두 동의하는 철학이기도 할 것이다. 시험 평가를 최소한으로 치르는 것뿐만 아니라 학생들에게 문제를 직접 만들어보게 한다는 점이 신선했다. 진도 나가기에 급급해 정답을 맞추는 문제풀이에 여념했던 지난 나의 과거를 반성하게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책에 소개된 교사들이 소위 엘리트층으로 뽑히는 우리나라 교사들처럼 오직 공부라는 한 길만을 거쳐온 사람들이 아니란 점이 끌렸다. 나도 그렇기 때문이다. 나는 공부보다 문학과 만화책을 가까이 하는 것이 더 즐거웠으며, 어린왕자 홈페이지를 만들어 누리꾼들과 소통하기도 했다.

대학생 때는 방황을 거듭하며 학점이 엉망이었지만 그 와중에도 각종 공모전에 나가 상을 수상하며 나만의 이력을 쌓아왔다. 덴마크의 대표 교사로 꼽히는 사람들의 이력을 살피며 '훌륭하고 멋진 교사가 되는 데에는 무엇보다 다채로운 삶의 경험이 중요하구나'라고 느끼게 되었다. 바로 이 책의 제목, <삶을 위한 수업>처럼 말이다.

​요즈음 나는 정말 우리 반 아이들과 하루하루가 행복하다. 이 책을 읽으며, 또한 나의 변화된 모습을 되돌아보며 행복이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란 것을 깨달았다. 조금만 관점을 바꾸면, 조금만 생각을 바꾸면, 조금만 행동을 바꾸면 불가능한 것은 없는 것이다.

물론 내가 1~2년차 때는 일제고사의 압박으로 그 어느 때보다 교사들의 문제풀이식 교육이 심했던 해이기도 했다. 나는 교육계에 그런 분위기가 다시 퍼진다면 정말 잘 버틸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 그러나 결국 시간이 흘러 지금처럼 행복한 교육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 것도 우리 교사들의 힘이며 학부모들의 힘이고, 학생들의 힘이다. 결국 우리는 행복한 교육을 만들어나갈 수 있는 능력을 지닌 것이다.

​우리 교사들에게, 학부모들에게, 학생들에게 행복의 열쇠가 있다. 이 책에 소개된 여섯 번째 교사 메테 페테르센의 조언처럼 학생들과의 관계를 무엇보다 우선한다면, '학생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 가능해질 것이다. 또, 수업의 변화, 교육의 변화, 사고의 혁신으로 행복한 교육을 이루어낼 수 있다.

지금부터 10년 뒤에는 이 책의 저자가 자신의 나라인 덴마크 교육자를 취재한 것처럼, 우리나라도 우리나라의 교육을 자랑스러워하며 홍보할 날이 오지 않을까. 그 행복한 미래를 꿈꿔본다.

덧붙이는 글 | 브런치 https://brunch.co.kr/@lizzie0220/107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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