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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일 오후 인천시 옹진군 대연평도 연평초중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하교하고 있다. 2020.6.30
 비가 오는 학교. (기사와 사진은 관련이 없습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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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보고 있는데, 출근하는 선생님이 인사 대신 "부장님, 어젠 너무 더워 힘들었는데, 오늘은 비가 와서 좋네요. 바람도 불고 좋은데요"라고 말한다. 

난 사실 비를 좋아한다. 특히, 이맘때쯤 내리는 비는 더위에 지친 몸과 마음을 씻어줘 더 좋다. 어떨 때는 운동장에 서서 일부러 비를 맞은 적도 있다. 하지만 올해는 비가 싫다. 학교 방역 담당자인 올해는 비가 오는 것이 결코 반갑지 않다. 

"시원해서 좋은데... 등교할 때 하고 점심시간에는 안 왔으면 싶어요." 그러자 선생님은 말 안 해도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떡인다.

비정상이 정상이 되는 건 아닐까? 불안한 물음 

사실 비가 오면 등교할 때부터 일이 너무 많아진다. 아이들이 등교하면 비를 맞지 않는 작은 공간에서 우산을 접고 실내화로 갈아 신겨야 한다. 이 상황을 나름대로 질서 있고 차분하게 만드는 것 또한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오늘처럼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엔 우산을 쓰지 않고 등교하는 아이들이 많다. 이 아이들은 그냥 등교하다 학교 가까이 와서 비가 많이 오면 우산을 쓰기보다는 냅다 뛴다. 등굣길 우산 사이로 고개를 숙이고 뛰는 것은 위험하다. 또 그렇게 뛰면 체온이 높아져 체온 측정 카메라에 걸릴 확률이 올라간다. 

걸린 아이들은 열을 식히기 위해 옆에서 잠시 대기하다 다시 개인 측정을 해야 하는데, 대기하는 학생도, 측정하는 선생님도 혹시 모를 상황 때문에 긴장해야만 한다. 피하고 싶은 시간이다. 그래서 쳐다도 안 보는 아이들을 향해 뛰지 말라고 소리를 지르고 질러야 한다. 힘든 일이다.

비가 오는 날은 쉬는 시간도 힘이 든다. 비가 오면 나오지 못하다 보니 쉬는 시간, 특히 점심을 먹고 난 후에는 4시간의 고통(?)에서 벗어나 해방감을 느끼려는 아이들이 복도를 뛰고, 몸 장난을 하고, 마스크를 벗는 아이들이 평소보다 훨씬 늘어나곤 한다. 그래서 선생님들이 비가 오지 않을 때보다 훨씬 더 자주 순찰 지도를 해야 한다.    

삼십 명이 넘는 학생들이 모인 교실은 감염 예방을 위해 환기를 자주 시켜야 하는데 비가 오면 그럴 수도 없다. 또 기온이 뚝 떨어져 감기 환자가 생기는데 그 증상이 코로나19의 주요 증상인 기침, 발열인 경우가 많다. 단순 감기라도 혹시 몰라 아이들에게 등교하지 말고 집에서 쉬라고 해도 수행평가와 시험 때문에 아파도 등교하는 학생들도 있어 신경이 쓰인다. 아무튼 학교 방역 담당자로서 여러모로 비가 오면 좋을 게 하나도 없다.    
 
 30일 오후 인천시 옹진군 대연평도 연평초중고등학교에서 한 학생이 우산을 쓰고 하교하고 있다. 2020.6.30
 비가 오는 길. (기사와 사진은 관련이 없습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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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락가락하는 통에 더 정신없이 등교 지도를 마치고 교무실에 오니 아침인데 오후처럼 진이 빠졌다. 의자에 앉지도 못하고 수첩만 챙겨서 바로 부장 회의를 갔다. 담당자들이 2학기 수업 진행 방식에 대해 여러 안을 제시했다. 

2학기가 되려면 아직 여유가 있지만 코로나19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몰라 -참석자 중 누구도 2학기에는 지금보다 좋아질 것이라고 예측하는 사람은 없었다- 이 상황 저 상황 모두 대책을 세워야 했다. 또 그에 따라 준비를 해야 해서 빠른 것이 아니라고 했다. 머릿속이 복잡했다. 지금 같은 비정상적 상황이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지 이러다 비정상이 정상이 되는 것은 아닌지 두려웠다.

수업 진행 방식이 우수한 학교들에 대한 모니터링과 선생님들의 의견을 더 수렴하기로 하고 무거운 마음으로 회의실을 나오니 쏟아지던 비가 거짓말처럼 멈췄다. 점심시간에 지도가 수월하겠다 싶어 다행이다 싶었다. 그런데 왠지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좋아하는 것을 잃어버린 느낌이라고나 할까.

"비가 멈췄네요. 좀 아쉬운데요"라고 하니, 옆 선생님이 "그러게요. 좀 더 내리지. 저는 비를 보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해서 좋더라고요"라고 말한다. 

다들 같은 마음인가 보다 싶었는데 한 선생님이 분위기를 깼다. "걱정 마요. 오늘부터 장마래요. 지겹도록 올 거예요. 부산은 벌써 물난리래요." 

잠시 동화 속 세계를 걷다 꿈에서 깬 사람 마냥 정신이 번쩍 났다. 맞다. 장마다. 코로나19 시기에 비가 주는 낭만, 사치다. 코로나19가 앗아간 것이 어찌 비가 주는 낭만뿐이랴.

그래도 오늘 밤엔 비를 보며 아내랑 둘이서 부침개에 막걸리 한잔해야겠다. 제아무리 코로나19라도 이건 어쩌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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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소재 중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는 교사입니다. 학교에 다녔던, 또 학교에 근무하며 생각하고 느낀 바를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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