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권 차원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의 죽음과 관련해 무언가 숨기고 싶어서 그런 거 아닌가…."

10일 새벽, 경찰이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시신을 수습한 뒤 개최한 현장 브리핑에서 어느 보수 성향 유튜버가 던진 질문이다. 기자들 사이에 자리 잡은 이들은 "(박 시장이) 떨어진 건가요?"라는 등의 패륜적인 질문도 서슴지 않았다. 

시장의 실종에 대한 가짜뉴스와 루머가 온라인상을 뒤덮고, 일부 매체마저 검증되지 않은 오보를 쏟아내던 시점이었다.
 
 10일 오전 북악산에서 발견된 박원순 서울시장의 시신을 서울 혜화동 서울대병원으로 옮긴 구급차량이 응급의료센터앞에 도착해 있다.

10일 오전 북악산에서 발견된 박원순 서울시장의 시신을 서울 혜화동 서울대병원으로 옮긴 구급차량이 응급의료센터앞에 도착해 있다. ⓒ 연합뉴스

 
같은 시각, 인터넷 포털과 소셜 미디어상에서는 서울대병원 앞에 몰려든 취재진을 포착한 사진뉴스가 관심을 끌었다. 일각에선 경찰의 수색 작업이 진행되던 와중에 서울대병원으로 몰려든 취재진의 과도한 보도경쟁을 상징하는 장면으로 받아들이기도 했다. 여기에 보수 유튜버들도 혼란을 가중시켰다.

"자정 무렵 서울대병원에 몰려든 유튜버들. 박원순 시장과 전혀 상관없는 구급차인데도 일단 카메라부터 들이댑니다. 앞서 밤 9시쯤 '속보'라는 제목을 달고 '박 시장이 이미 DOA, 도착 전 사망 상태에서 서울대병원으로 이송 중'이라는 가짜 뉴스가 온라인에 퍼지면서 유튜버들이 병원으로 몰려온 겁니다(...). 월간 조선을 비롯한 각종 매체들은 확인도 없이 '속보'라며 줄줄이 오보를 냈습니다.

비슷한 시각, 서울지방경찰청의 간부의 이름까지 구체적으로 적시하며 시신을 찾았냐는 질문에 "찾았다" 라고 답하는 대화 내용도 메신저를 통해 퍼졌고, 반대로 '무사하다고 합니다'라는 확인되지 않은 내용도 함께 유포됐습니다. 심지어 일부 유튜버들은 고인에 대해 추측과 모욕성 발언까지 서슴치 않았습니다." (10일 MBC <뉴스데스크>, <수색 중인데 "사망"…가짜 뉴스에 2차 가해까지> 리포트 중)


이날 지상파 및 종편4사 메인뉴스 중 이런 유튜버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행태를 지적한 곳은 MBC <뉴스데스크>와 JTBC <뉴스룸> 뿐이었다. 그러나 이 두 방송사가 언급하지 않은 유튜브 채널이 있었다. 강용석 변호사가 이끄는 <가로세로연구소>였다.

<가로세로연구소>의 부도덕한 수익 창출

 
 <가로세로연구소>는 성북구 와룡공원 일대를 카메라에 담았다.

<가로세로연구소>는 성북구 와룡공원 일대를 카메라에 담았다. ⓒ 가로세로연구소유튜브

 
"최고 일간지 취재기자에게 들은 바로는, 피해자가 한 명이 아니에요." (김용호)
"고소장에도 한 명이 아닌 거예요?" (강용석)
"추가적으로 (피해자들의) 고소가 계속해서 이어지는 상황인 거예요." (김용호)


검증되지 않은 추측이 난무한다. 검은 옷을 맞춰 입은 네 남자가 주절주절 의미 없는 말들을 이어간다. 자신들이 늘어놓은 추측에 본인들이 감탄을 연발하고, 가끔씩   조소도 터트린다. 성북구 와룡공원 일대에서 라이브 방송을 진행한 <가로세로연구소>의 '현장출동 박원순 사망 장소의 모습!!!'의 내용이다.

<가로세로연구소>는 10일 오후 박 시장이 마지막으로 찾았다는 성북구 와룡공원 일대를 카메라에 담는 무의미한 영상을 제작했다. 일각에선 비난이 쇄도했지만, 이 영상의 조회 수는 11일 오전 10시 현재 17만을 넘어선 상태다.

50여 분간 이어진 이 영상에서 어떤 유의미한 내용을 찾을 수는 없었다. 왜곡과 허위도 난무했다. 서울성곽 길을 걷던 강 변호사가 "서울성곽 복원 사업이 박 시장의 역점 사업 중 하나"라고 소개하자, 김씨가 "문화체육관광부 출입기자여서 아는데, 이걸 처음 추진한 사람이 유인촌 장관"이라고 받은 장면이 대표적이었다.

이른바 '도성놀이'란 서울 성곽길 사업은 한 시민단체가 진행해 오던 민간 사업이었고, 박 시장은 취임 이후 '하루에 걷는 600년 서울, 순성놀이'에 참여하는 등 해당 사업을 관심 있게 지원했다. 과거 언론보도 확인 결과, 유인촌 전 장관의 경우엔 숭례문 화재 이후 기자들과 성곽 길을 둘러본 것이 전부였다.

'박원순 저격수'였던 강용석의 과거

강 변호사는 이날 서울시 부시장 등 서울시 직원 3명을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강제추행 방조죄로 서울지방경찰청에 고발했다. <가로세로연구소>측은 경찰이 박 시장의 사망으로 '성추행 혐의' 피소 사건을 수사 종결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반발했다. 

과연 강 변호사가 박 시장의 극단적인 선택 자체를 2차 가해라 받아들이는 이들을 위해, 성추행 고소인을 위해 이런 고발을 벌였는지는 의문이다.

강 변호사가 박 시장 아들의 병역 비리 의혹을 최초로 제기한 것이 지난 2011년. 강 변호사는 박 시장 아들의 척추 공개 검진 등 해명 이후 의혹 제기 책임을 지고 국회의원직을 사퇴했다. 당시 새누리당 한 의원은 강 변호사의 의혹 제기가 허위로 드러난 것과 의원직 사퇴와 관련해 이런 쓴 소리를 전하기도 했다.

"박 시장 아들 병역기피 의혹이 허구로 드러남에 따라 강 의원이 제기해온 다른 주장들의 신뢰성도 모두 한방에 날아갔다. 이렇게 무책임하게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은 법적, 도덕적, 정치적으로 엄벌에 처해야 한다. 의원직 사퇴는 아무런 의미가 없으므로 진정 사과한다면 정치를 접어야 할 것(이다)." (<한겨레> 2012년 2월 22일, <무책임 폭로 강용석 사퇴> 중)

이후 강 변호사는 사퇴 선언을 되돌리며 재선 출마를 선언했고, '폭로왕'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해 박 시장 아들 의혹을 재차 물고 늘어졌다. 이러한 박 시장과의 악연은 이후 수년 간 지속됐다.

1차 의혹제기 때와 달리 2015년 강 변호사의 2차 의혹 제기에 박 시장 측은 "부당하고 야만적인 공격을 바탕으로 이득을 취하려는 태도"로 규정하고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법적 수단으로 대응에 나섰다. 강 변호사와 의혹 제기자들을 허위사실 적시에 따른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이듬해 2월 법원은 의혹을 제기한 이들에게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유포' 위반 혐의 등으로 벌금형 등 유죄를 선고했다. 그럼에도 강 변호사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박원순 저격수'로서 언행을 이어갔다.

강 변호사가 서울시 공무원들을 고발하고 나선 것이 과연 박 시장의 '성추행 혐의' 피소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것인지 의문이 갈 수밖에 없다.

강 변호사나 <가로세로연구소> 출연자들이 사생활 문제로 경찰 수사 중이라거나 실형을 선고받았던 과거는 둘째 문제다. 사망 소식이 전해진 지 채 하루도 지나지 않아 박 시장의 마지막 행적이라 알려진 장소에 찾아가 실시간 방송으로 수익 활동에 나선 <가로세로연구소>의 행태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또 하나, 보수극우 유튜버 중 수퍼챗(콘텐츠 구매 플랫폼) 등으로 압도적인 수익을 올리고 있는 <가로세로연구소>의 이러한 '박 시장 저격'은 서울대병원으로 몰려갔던 또 다른 보수 유튜버들에게 일종의 방향타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더 우려스러운 지점은 고인까지 수익 창출에 활용하는 <가로세로연구소>와 강 변호사, 그리고 보수극우 유튜버들의 이러한 행태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박원순 강용석 가로세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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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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