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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한국전쟁전후민간인희생자전국유족회 공주 유족회 소재성 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한국전쟁전후민간인희생자전국유족회 공주 유족회 소재성 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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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전후 충남 공주에서는 많은 민간인이 국가 폭력으로 불법 살해되었다. 공주형무소 재소자와 국민보도연맹원 등 400여 명은 충남 공주 왕촌 지역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과 공주 CIC분견대, 공주파견헌병대, 공주지역 경찰에 의해 집단 학살되었다. 유가족은 '빨갱이'라는 낙인으로 명예회복을 포기하며 숨죽여 살아왔다고 한다. 11일 그분들의 넋을 달래기 위해 15번째 추도식이 열렸다.

이날 오전 11시부터 충남 공주시 (상왕동) 왕촌 살구쟁이에서 6.25 당시 억울하게 죽어간 고인들의 넋을 달래는 합동 위령제가 열렸다. 해마다 공주문화원 등에서 열리던 위령제는 코로나19로 인해 (사)한국전쟁민간인희생자 공주유족회와 공주민주단체협의회, 공주대학교 참여문화연구소 주최로 조촐하게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소재성 공주유족회장을 비롯해 이존관 공주부시장, 이상표 공주시의원, 박남식 공주민주단체협의회 공동대표, 공주참여자치 서봉균 사무국장, 김홍정 작가, 류지남 작가 등 내빈과 전국유족회, 대전유족회와 시민들이 참석했다.
 
 (사)한국전쟁전후민간인희생자전국유족회 공주 유족회 소재성 회장이 제례를 올리고 있다.
 (사)한국전쟁전후민간인희생자전국유족회 공주 유족회 소재성 회장이 제례를 올리고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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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성 공주 유족회장은 "요즘 사회적 건강 환경이 좋지 않아서 코로나19라는 질병 때문에 전 국민이 불안에 떨고 있다. 모든 행사를 취소하는 분위기로 조촐하게 진행하게 되었다. 비극의 학살 현장인 왕촌 살구쟁이에서 위령제를 갖고자 한다"라고 인사말을 시작으로 말을 이어갔다.
 
"지금부터 70년 전에 다시는 있어서는 안 될 서로의 가슴에 총을 겨누고 네가 죽어야 내가 산다, 내가 살기 위해서는 너를 없애야 한다는 단순한 논리 속에서 한국전쟁이 진행됐다. 다시는 우리의 역사에 이런 민족이 비극이 기록되지 않는 평화롭고 행복한 대한민국이 피의 역사가 아닌 아름다운 역사가 기록되었으면 한다.

이 골짜기에는 우리의 아버지, 어머니, 형제, 자매들이 있었다. 죽음의 두려움과 혼이 나간 상태에서 뒤에서 쏘는 총탄에 맞아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갔다. 너무도 억울한 일이다. 이런 비통한 유가족의 가슴을 만든 전쟁은 다시는 이 땅에서 없어져야 한다. 이곳에서 발견된 397구의 유해는 지금 세종시 암시 안치실에 있다. 억울한 죽임을 당하고도 아직도 구천을 맴돌고 있는 그분들이 쉴 수 있는 유택(幽宅)을 하루빨리 만들어야 한다."

 
 이존관 공주 부시장이 공주시장을 대신해서 추도사를 하고 있다.
 이존관 공주 부시장이 공주시장을 대신해서 추도사를 하고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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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존관 공주 부시장은 "일제 강점기 해방의 기쁨도 잠시 남과 북은 극한 이념 대립으로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어야만 했다. 전쟁의 혼란 속에서 민간인에 대한 남과 북 쌍방의 반인륜적인 학살이 곳곳에서 자행되었다. 이 아픈 역사를 우리 지역도 피하지 못했다. 1950년 7월 9일 공주지역 국민보도연맹 200여 명과 공주형무소에 수감 중이던 재소자 300여 명이 작법한 절차 없이 집단으로 학살당했고 유가족들은 오랜 시간 상처를 가슴에 묻은 채 침묵해야 했다"라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그는 이어 "6.25 전쟁 발발 70여 년이 지났고, 냉전은 구시대의 역사가 되었지만 우리나라는 세계 유일 분단국가로 남아 있다. 진정한 치유의 시작이 될 남·북의 통일을 요원하다. 시는 유가족들이 상처를 조금이나마 보듬고 올바른 역사적 진실이 기억될 수 있도록 관련 조례를 제정하고 희생자들을 기리는 위령제를 지원하고 있다. 앞으로도 중앙정부, 공주유족회와 함께 노력해 나갈 것이다"라고 공주시장을 대신해서 추도사를 했다.
 
 (사)한국전쟁전후민간인희생자전국유족회 허순자 전국유족회 사무국장이 추도사를 낭독하고 있다.
 (사)한국전쟁전후민간인희생자전국유족회 허순자 전국유족회 사무국장이 추도사를 낭독하고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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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순자 전국유족회 사무국장은 "한국전쟁으로 인해 전국에는 100만이 넘는 우리 가족과 이웃들이 아무런 영문도 모른 채 무참히 학살당했다. 우리 유가족 모두가 그렇게 갈망하던 '진실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이 지난 5월 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법이 통과되었다고 하나, 아직도 해야 할 일들이 많다. 마지막 한 분의 진실이 밝혀지고 명예가 회복될 때까지 우리 모두가 관심을 두고 노력해야 한다"라고 추도사를 낭독했다. 

인사말과 추도사를 끝내고 소재성 공주 유족회장의 초혼으로 위령제 시작을 알렸다. 이어 이존관 공주 부시장의 종헌 후 유가족 순으로 공주 왕촌 살구쟁이 민간인 희생자의 넋을 위로했다.
 
 (사)한국전쟁전후민간인희생자전국유족회 유족들이 넋을 위로하고 있다.
 (사)한국전쟁전후민간인희생자전국유족회 유족들이 넋을 위로하고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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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왕촌 보도연맹 사건은 한국전쟁 직후인 7월 초경, 공주형무소에 수감된 정치범을 비롯하여 보도연맹에 가입한 민간인 400여 명이 군과 경찰에 의해 집단 학살된 뒤 왕촌 살구쟁이에 암매장된 사건을 말한다.  

보도연맹이란 해방 후 이승만 정권이 정권유지를 위해 고안해 낸 좌익 포섭단체로 정식명칭은 국민보도연맹이다. 조직 결성의 대외적인 명목은 '개선의 여지가 있는 좌익세력에게 전향의 기회를 주겠다'는 것이었고 조직의 이름도 '보호하여 지도한다'는 뜻의 보도연맹으로 했다.

국민보도연맹은 대한민국 절대지지, 북괴 정권 절대 반대, 공산주의 배격 봉쇄, 남북로당 폭로 봉쇄 등을 목적으로 하는 단체였다. 외견상 민간단체의 성격을 띠고 있었으나 실질상 정부기관이었다. 창설 목적 역시 좌익 세력의 보호라기보다는 민족진영과 같은 반정부세력을 단속, 통제하는 데 있었음이 드러났다.

김기진의 책 <끝나지 않은 전쟁 국민보도연맹>에 따르면 보도연맹 가입이 거의 강제적이었고 지역별 할당제가 있어 사상범이 아닌 경우에도 등록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연맹원 모집은 주로 좌파경험이 있는 자들이나 사상범(양심수)을 대상으로 했지만, 실제로 보도연맹에 가입하면 쌀, 식량 등의 배급이 원활하게 이루어졌기 때문에 사상과 관계없이 식량 배급을 타기 위해 등록한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고 알려졌다.

지난 1999년 충북 영동 노근리를 시작으로 전국에서 유족회가 결성되기 시작했다. 마침 2001년 공주 왕촌 살구쟁이 학살 현장이 51년 만에 <오마이뉴스>를 통해 보도됐다.

2005년, 정부 기구인 진실, 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가 발족하고 2006년 왕촌 살구쟁이 현장에서 첫 위령제를 지냈다. 2007년 공주 유족회가 결성되고 2009년 40일간 유해발굴 작업을 벌여 317구의 유해를 발굴했다. 하지만 발굴 과정에서 확인된 유해는 미처 수습하지 못했다.

2013년 충남도 지원으로 2차 유해발굴에서 80구를 추가로 발굴하여 397구로 늘어났다. 2018년 유족회 임원들이 공주시장을 면담하고, 위령비 건립 협조와 백서발간 지원을 요청했다. 지난해에는 유족회 이사진을 중심으로 '백서 편찬위원회'를 구성하여 책 제목을 <작은 전쟁>으로 발간하기도 했다.
 
 한국전쟁 시기 공주지역 민간인 희생자 위령제가 끝나고 준비한 음식은 참석자 모두에게 골고루 나눠줬다.
 한국전쟁 시기 공주지역 민간인 희생자 위령제가 끝나고 준비한 음식은 참석자 모두에게 골고루 나눠줬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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