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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후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교육관에서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이 열렸다.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변호사가 박원순 시장이 고소인에게 보냈다는 비밀대화방 초대문자를 공개하고 있다.
 13일 오후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교육관에서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이 열렸다.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변호사가 박원순 시장이 고소인에게 보냈다는 비밀대화방 초대문자를 공개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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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박원순 서울시장 고소인 측의 기자회견은 두 가지 질문을 던졌다. 하나는 고소 사실이 박 시장에게 어떻게 사전에 전달됐는지, 다른 하나는 고소인의 피해 호소가 서울시에서 어떻게 묵살됐는지 여부다.

김재련 변호사,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의전화는 13일 오후 기자회견을 통해 고소인이 주장하고 있는 피해 사실을 공개하고 경찰, 서울시, 정부, 국회, 정당 등에 진상규명을 요구했다(관련기사 : 박원순 시장 고소인측 "장례 중 최대한 기다려... 서울시, 조사단 구성해 진상 밝혀야" http://omn.kr/1oapu).

이날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이 사건이 수사·재판을 제대로 거쳐 가해자는 응당한 처벌을 받고 피해자는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고자 했다"라며 "그러나 고소 당일 피고소인(박 시장)에게 모종의 경로로 수사상황이 전달됐고 피고소인의 극단적인 선택으로 피해자는 온·오프라인에서 2차 피해를 겪는 등 더한 고통을 겪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사건은 고소와 동시에 피고소인에게 수사상황이 전달됐다"라며 "서울시장의 지위에 있는 사람에게는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증거인멸의 기회가 주어진다는 점을 목도했다"라고 덧붙였다.

박 시장, 고소 사실 사전에 인지했나... 청와대, 관련 내용 부인  
 

이날 김 변호사는 5월 12일 최초로 고소인을 상담했다고 밝혔다. 이후 5월 26일 2차 상담을 진행했고 다음날 법률 검토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고소는 최초 상담 후 약 두 달이 지난 7월 8일 진행됐다. 고소인은 7월 8일 오후 4시 30분 서울지방경찰청에 고소장을 냈고, 9일 오전 2시 30분까지 조사를 받았다. 두 달의 시간 동안 고소인 휴대전화의 포렌식이 진행되기도 했다.

경찰청은 고소장 접수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고소 사실이 서울지방경찰청에서 경찰청으로 보고됐다고 밝혔다. 이어 같은 날 저녁에 이 사실을 청와대에 보고했다고 전했다. 현재 청와대와 경찰청은 고소 사실을 박 시장 측에 전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서울시는 7월 9일 오전 10시 40분 "부득이한 사정으로"를 이유로 오후 일정을 취소한다는 문자를 기자단에 보냈다. 박 시장이 서울 종로구 가회동 공관을 나서는 모습은 같은 날 오전 10시 44분 CCTV에 담겼다. 김 변호사, 경찰청, 서울시가 내놓은 입장을 토대로 타임라인을 정리해보면 아래와 같다.
 
5월 12일 고소인-김 변호사 1차 상담
5월 26일 고소인-김 변호사 2차 상담
5월 27일 김 변호사 법률 검토 시작
7월 8일 오후 4시 30분~9일 오전 2시 30분 고소장 접수와 고소인 조사
7월 9일 오전 10시 40분 박 시장 일정 취소 문자
7월 9일 오전 10시 44분 박 시장 공관 빠져나감
 
김재련(오른쪽 두번째)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 변호사가 13일 오후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에서 열린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에서 경과보고를 하고 있다.
 김재련(오른쪽 두번째)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 변호사가 13일 오후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에서 열린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에서 경과보고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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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박 시장이 언제, 어떤 경로로 고소 사실을 알게 됐는지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다. 고소 당일 대책회의가 진행됐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서울시는 이를 부인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기자회견 중 나온 '피해자가 박 시장 측에 고소 사실을 알리거나 암시한 적은 없나'라는 질문에 "그런 사실이 없다"라고 답했다. 만약 이 말이 사실이고 박 시장이 모종의 경로로 고소 사실을 알게 됐다면, 이는 형사절차의 기본이 무너졌다는 점에서 큰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수사 상황을 유출한 행위가 피고소인의 자살, 고소인을 향한 2차 가해라는 결과로 이어졌을 뿐만 아니라 향후 형사절차의 신뢰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고소인 피해 호소, 서울시 내부에서 묵살했나

한편 고소인이 그동안 여러 곳에 피해를 호소했다는 점도 기자회견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이미경 소장은 "피해자가 (피해를 입은 당시) 곧바로 고소하지 못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며 아래와 같이 말했다.

"피해자는 서울시 내부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시장은 그럴 사람이 아니라며 시장의 단순한 실수로 받아들이라고 했다. 또 비서의 업무를 시장의 심기를 보좌하는 역할로 일컫거나 피해를 사소화하는 등의 반응이 이어져 더 이상 피해가 있다는 말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피해자는 부서변경을 요청했으나 시장이 이를 승인하지 않는 한 불가능했다."

김 변호사도 "피해자는 지속적 피해에 대해 여러 차례 호소했다. 평소 알고 지내던 기자에게도 (피해 사실이 담긴) 텔레그램을 보여준 적이 있고, 친한 친구도 이를 기억하고 있다"라며 "동료 공무원도 (박 시장으로부터 받은) 사진을 본 적이 있고, 비서관에게 부서를 옮겨줄 것을 요청하며 성적 괴롭힘에 대해 언급한 적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고소인 측이 경찰, 서울시, 정부, 국회, 정당 등에 진상조사를 요청한 만큼, 고소인의 호소가 서울시 내부에서 묵살된 건 아닌지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박 시장과 인연이 있었던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고소인이) 내부에서의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했음에도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점은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라며 "진상조사를 통해 책임져야 하는 사람은 없는지 확인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당 소속인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이날 오전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당 차원의 진상파악과 대책 마련이 있어야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며 "서울시도 피해자가 호소한 내용과 관련해 어떤 일이 있었는지 확인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태그:#박원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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