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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뻬까 하비스토 (왼쪽) 외무부 장관과 마리아 오히살로 (오른쪽) 내무부 장관이 기자회견을 갖고 여행규제 완화 정책에 대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 핀란드 정부)
 지난 8일 뻬까 하비스토 (왼쪽) 외무부 장관과 마리아 오히살로 (오른쪽) 내무부 장관이 기자회견을 갖고 여행규제 완화 정책에 대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 핀란드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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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현지시각) 핀란드 내무부장관과 외무부장관은 기자회견을 열고 국경 출입국 및 해외여행에 대한 새로운 정부 방침을 발표했다. 이날 발표에 따르면 핀란드는 7월 13일부터 지정된 20여개 국가에 한해 여행 규제를 해제하거나 완화하고 입국자에 대한 2주간의 자발적 자가격리를 권고하기로 했다.   

핀란드 정부의 이번 조치는 지난 6월 30일 EU(유럽연합) 의회에서 승인된 '그린 리스트' 권고안을 기초로 만들어졌다. 그린 리스트는 EU 회원국과 비회원 국가의 최근 코로나19 상황을 분석, 평가한 것이다. 이에 따르면 2주간 신규확진자가 인구 10만명 당 8명을 넘지 않는 국가를 여행 위험성이 적은 그린 리스트에 올렸다.

핀란드가 7월 13일부터 입국을 허용한 20여 개국 리스트에는 한때 코로나19로 몸살을 심하게 앓은 이탈리아도 포함됐다. 그린 리스트의 EU 국가들은 어떤 제한이나 조건 없이 자유 여행이 가능하다.

또 EU 국가 외에도 기준 조건을 충족하는 한국, 중국, 일본, 태국, 호주, 뉴질랜드, 알제리아, 르완다, 튀니지아, 조지아, 우루과이 등의 아시아, 아프리카 등 국가는 비즈니스 출장이나 방문 목적의 필수성을 따져 입국을 허용키로 했다. 정부는 그린 리스트 기준을 현재 1만명 당 8명에서 10명까지로 늘리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핀란드는 이미 지난 6월 15일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의 발트해 3개국과 스웨덴을 제외한 덴마크,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등 노르딕 국가에 한해 해외 여행 규제를 해제한 바 있다. 당시 스웨덴의 코로나19 사망자는 총 4125명으로 (7월 13일 기준 5536명), 인구 10만 명 당 40명의 사망자를 보였다. 이는 나머지 노르딕 국가들의 사망자를 모두 합한 수보다도 4배나 더 많았다.

때문에 핀란드뿐만이 아니라 다른 노르딕 국가의 해외여행 완화 조치에서도 스웨덴은 일제히 제외됐다. 공공장소에 대한 출입규제나 엄격한 자가격리 조치를 하지 않은 스웨덴은 아직도 코로나19가 광범위하게 확산된 지역이라는 꼬리표가 남아 있다. 이러한 노르딕 국가들의 조치를 두고 안 린데 스웨덴 외무부 장관은 언론에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핀란드 숲속의 보석, 야생 베리

이번 해외여행 규제 완화에는 조금 이색적인 내용도 포함돼 있다. 바로 야생 베리(블루베리), 열매를 따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입국을 별도로 허용한다는 조항이다.

정부 공식 집계에 따르면, 핀란드 숲에서 야생 베리를 따는 태국인 방문 노동자들은 한 해에 3000여 명에 달한다. 해마다 여름이 되면 핀란드 업체와 계약을 맺은 태국인 초청 노동자들이 숲에서 석달간 야생 베리들을 수확하고 시즌이 끝나면 다시 자기네 나라로 돌아가는 게 오랜 관행이다.
 
핀란드의 지역의 한 숲에서 베리류를 채집하고 있는 모습.
 핀란드의 지역의 한 숲에서 베리류를 채집하고 있는 모습.
ⓒ 핀란드무역대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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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의 나라답게 핀란드의 숲에는 18만개 이상의 호수가 있어 모기가 서식하기 좋다. 때문에 모기와 날파리, 곤충이 가득한 깊은 숲속에서 낮고 자그막히 자라는 야생 베리를 따기 위해서는 몸을 수그려서 수확해야 한다. 이 야생 베리 채집은 핀란드인들이 기피하는 굉장히 힘든 작업이다. 

핀란드에는 'Jokamiehenoikeus(요까미에헨 오이께우스, 모든이의 권리)'라는 관습법이 있다. 이에 따르면 경계가 확실한 사유지를 제외하고 도심의 공원, 국립공원을 포함한 전국의 모든 숲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면서 각종 베리 열매들과 버섯등을 채집할 수 있다. 또 호숫가의 낚시, 수영, 카약 등의 수중 스포츠와 각종 여가 활동들이 언제, 어디서든, 누구나 가능하다.

핀란드인들은 이러한 자연의 자유로움을 만끽하기 위해 숲으로 간다. 핀란드 사람들은 "희귀 버섯이나 귀한 베리류, 열매의 서식지는 아주 친한 사이에서도 누설하지 않고, 비밀처럼 혼자만 간직한다"는 뼈 있는 농담을 하기도 한다.
 
여러가지 베리류들을 각종 음식에 활용하여 먹는 핀란드인의 식습관.
 여러가지 베리류들을 각종 음식에 활용하여 먹는 핀란드인의 식습관.
ⓒ 핀란드무역대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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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에는 대략 50여 종의 베리류가 자라는데 그 중 37여 종은 식용이며 20여 종은 시장에서 판매된다. 핀란드에서 한해 수확되는 베리 류는 약 5억kg 이상이다.

가장 많이 알려지고 시식되는 베리는 사슴고기와 함께 곁들여 먹는 붉은 색의 '링건베리'와 슈퍼 푸드로도 알려져 한국으로도 수출되는 야생 블루베리인 '빌베리'다. 핀란드인들은 6개월에 달하는 기나긴 겨울 동안 비타민 섭취를 위해 베리류를 잼으로 만들어 먹거나 냉동 저장한 후 죽에 곁들이거나 파이나 케이크 등의 디저트 재료로 활용해 먹는다. 

이러한 식습관 때문에 이번 여행 규제 완화 조치에도 여름철 야생 베리를 수확하는 태국인 노동자의 입국 허가 규정이 별도로 포함됐다. 

7월 13일 기준 핀란드의 코로나19 누적 사망자 수는 329명이다. 또 지난 2주간 새 확진자 수는 인구 10만 명 당 0.6명으로 지난 4월 초를 정점으로 5월부터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꾸준히 감소해 핀란드의 코로나 상황은 안정세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핀란드 정부는 앞으로 2주마다 국내외 코로나19 현황을 파악해 출입국 관련 해외여행 규정을 계속 관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태그:#핀란드, #코로나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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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헬싱키에서 중학생, 초등학생 두아이를 낳아 키우며 IITA 국제 통번역협회 인증 통역사, 방문 코디네이터로 활동하며 살고 있습니다. 조용한 변방에 위치한 숲과 호수의 나라 핀란드에서 교육, 문화, 사회 분야의 야생 블루베리같은 알찬 소식들을 찾아 고국의 독자들에게 생생히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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