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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전 박원순 서울시장의 온라인 영결식이 끝난 뒤 위패와 영정사진이 서울시청사를 빠져나와 추모공원으로 향하자 서울광장을 찾은 시민들이 슬퍼하고 있다.
▲ 고 박원순 시장 영결식, 슬퍼하는 시민 13일 오전 박원순 서울시장의 온라인 영결식이 끝난 뒤 위패와 영정사진이 서울시청사를 빠져나와 추모공원으로 향하자 서울광장을 찾은 시민들이 슬퍼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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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과 4050 사이에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 사건을 바라보는 관점 차이가 발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오마이뉴스>가 지난 14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박 전 시장 성추행 의혹 진상조사에 대해 물었더니, 조사가 필요하다는 응답이 64.4%로 우세했지만 성별·연령대에 따른 차이도 드러났다. 여성들 사이에도 '조사 필요' 응답은 20대 여성이 79.9%로 모든 성별·연령대에서 가장 높았고, 30대는 70.4%, 40대는 60.2%, 50대 여성은 53.2%로 가장 낮았다. 남성은 30대(71.4%)가 가장 높았고 20대(71.1%), 40대(65.9%), 50대(58.7%) 순이었다. 20대와 50대 여성간 격차는 26.7%포인트였던 반면 남성간 격차는 12.4%포인트로 절반 수준이었다. (관련 기사 : 박원순 전 시장 성추행 의혹 "진상조사 필요하다" 64.4% http://omn.kr/1ob5z)

40~50대 여성, 박원순 사건 진상조사에 가장 소극적?

이처럼 20~30대와 40~50대, 특히 여성들 간에 차이가 큰 이유는 무엇일까?

이번 조사 결과 민주당 지지층과 문재인 대통령 국정평가 '긍정' 응답층에서만 '조사 불필요' 응답이 더 많았다. 그렇다면 40, 50대 여성들의 '조사 필요' 응답이 낮은 건 문재인 정부 핵심 지지층이기 때문일까?

하지만 현 정부 지지도는 40~50대 여성뿐 아니라 20~30대 여성이나 40~50대 남성 모두 높기 때문에, 지지도에 따른 결과로 보기 어렵다. 오히려 지난 4월 15일 21대 총선 당시 지상파 방송3사 공동 출구조사 결과를 보면 50대 여성의 민주당 지역구 지지율은 47.5%에 그쳐 50대 남성(50.8%)은 물론, 20대(63.6%), 30대(64.3%), 40대(64.2%) 여성들보다 낮았다.

배철호 리얼미터 수석전문위원은 21일 "40~50대 여성이 현 정부 핵심 지지층인 건 맞지만, 연령별 성별 지지도가 조사 결과에 영향을 미쳤는지는 (표본이 충분하지 않아) 확인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배 위원은 40대 여성의 '모름' 응답이 11.7%로 다른 세대에 비해 높게 나온 것에 주목했다. 배 위원은 "모름 응답은 이 사안을 잘 몰라서 답하지 않았다기보다는 아직 결정을 못 했거나 이번 사안에 대한 불편함 때문에 회피처로 선택했을 수 있다"면서 "40~50대 여성의 젠더 인식이나 성인지 감수성이 다른 연령대보다 낮아서라기보다는 박 전 시장에 대한 평가와 지금 이슈에 대한 불편함 때문에 응답 회피 성향을 나타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14일 리얼미터에 의뢰해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 사건 진상조사에 대한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필요성에 대한 성별· 연령별 결과 분석
 오마이뉴스는 지난 14일 리얼미터에 의뢰해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 사건 진상조사에 대한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필요성에 대한 성별· 연령별 결과 분석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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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50대 여성 측은지심 작동 추정... 박 시장에 대한 세대간 기억 달라"

한 40대 여성운동단체 활동가는 이날 40~50대 여성의 '조사 필요' 응답이 상대적으로 낮은 데 대해 "40~50대 여성은 죽은 박원순 전 시장에 대한 공감, 즉 측은지심이 작동했을 수 있다"면서 "'박 시장이 죽었는데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그런 심정이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과거 안희정 전 충남지사나 오거돈 전 부산시장 성추행 사건과 달리, 박 전 시장 사망으로 응답자의 감정적 요소가 개입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 활동가는 "반면 20~30대는 피해자에 대한 공감이 더 크고, 젠더 이슈를 가장 우선하기 때문에 (세대간 차이는) 당연한 결과"라면서 "20~30대에게 박원순은 계속 시장, 정치가 같은 권력자였고 40~50대는 직장 내 성희롱을 처음 고발했던 시민운동가로 우선 기억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16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중앙도서관 통로 게시판에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 관련, 피해자를 지지하고 응원하는 내용의 메모들이 붙어 있다.
▲ 2차 가해를 멈춰주세요 16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중앙도서관 통로 게시판에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 관련, 피해자를 지지하고 응원하는 내용의 메모들이 붙어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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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택 언론개혁시민연대 활동가도 "2016년 강남역 묻지마 살인 사건이 어느 세대에 더 많은 영향을 줬는지에 따라 (조사 결과가) 달라진 게 아닐까"라면서 "아무래도 지금 20대와 30대는 성폭력을 더 직접적이고 실제적인 위협으로 느꼈고, (박원순 사건) 피해자 연령을 고려해도 (세대간) 민감성에서 차이가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권 활동가는 "이번 여론조사 결과로 나온 수치만 가지고 세대간, 성별간 차이를 부각해 편 가르기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경계했다. 권 활동가도 40~50대 여성의 '모름' 응답이 남성보다 더 많았음을 들어, "'조사 필요, 조사 불필요'라는 응답을 단순히 성폭력에 대한 민감함만으로 이야기하기는 어렵다"면서 "가해자의 사망과 생전 행적 등 다양한 것들이 응답에 영향을 줬다고 본다"고 밝혔다.

40~50대 남성의 '조사 필요' 응답이 40~50대 여성보다 5%포인트 정도 높았다고 해서 성인지 감수성이 높다고 볼 수는 없다는 얘기다. 권 활동가는 "당장 남성이 '본인은 그러지 않는다'라고 이야기하고 싶은 심리가 반영된 결과일 수도 있다"면서 "대체적으로 성폭력에 대해 남성들의 논리가 '난 다르다'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크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권 활동가는 "<오마이뉴스> 설문 결과 대다수 지역과 연령, 성별 등에서 진상조사가 필요하다고 나온 것은 의미 있는 결과"라면서 "박원순 시장 지지자들 중심으로 '당사자가 사망해 반론할 수 없으니 피해자의 주장밖에 남은 게 없다'는 논리였는데 이번 진상조사 절차와 과정, 결과가 한국 사회가 성평등 관점에서 한 발 더 앞으로 나아가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태그:#박원순, #성추행 사건, #진상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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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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