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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바라본 대한민국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빛과 그림자의 나라'다. 우리나라는 최빈국에서 가장 짧은 기간 '경제적 성장과 정치적 민주화'를 동시에 이룬 세계가 부러워하는 기적의 나라다. 또한 5천 만 이상의 인구를 가진 나라 중 3만 불 시대를 연 7번째 나라이고, 2019년 기준 '세계 GDP 순위 12위'의 부자 나라다.

반면 우리나라는 소득 불평등이 심각한 '불평등국가'로 분류된다. 갈수록 빈부 격차와 사회 양극화가 심해져, 서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위화감·열패감'이 점점 커져가고 있고, 국민들의 '행복지수' 역시 바닥이다.(한국 행복지수, 2020년 평가에서 153개국 중 61위) 또한 가계부채 비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빚 공화국'이라는 불명예까지 얻었다(IIF 국제금융협회 평가 올해 1분기 기준, GDP 대비 97.9%로 39개국 중 1위).

객관적으로 보면 대한민국은 '강소국'으로 불릴 만큼 분명 살 만한 나라다. 그런데도 우리 국민 10명 중 8명 정도가 한 번쯤 이민을 생각해 봤거나(69%), 구체적으로 이민을 고려해 봤다(7.4%)고 한다. 어쩌다 우리나라가 최고의 자살률과 최저의 출산율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외화내빈의 국가가 되었고, 청년들은 여전히 '헬조선', '팔꿈치사회'라며 극심한 고통과 절망을 호소하고 있을까?
  
대한민국은 왜 불행한가?
 
국토교통부는 서울 용산 정비창 정비 사업과 강남 잠실 MICE 개발 사업 인근 지역에 대한 부동산 실거래 기획조사를 벌인 결과 의심거래 66건을 추출해 정밀 조사에 착수한다고 15일 밝혔다. 사진은 이날 서울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송파구 신천동 파크리오 아파트.
▲ 실거래 기획조사 확대 대상된 송파구 신천동 아파트 국토교통부는 서울 용산 정비창 정비 사업과 강남 잠실 MICE 개발 사업 인근 지역에 대한 부동산 실거래 기획조사를 벌인 결과 의심거래 66건을 추출해 정밀 조사에 착수한다고 15일 밝혔다. 사진은 이날 서울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송파구 신천동 파크리오 아파트.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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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정말 왜 불행한가? 가장 큰 이유가 '교육과 부동산' 때문이란다. 우리 국민은 태어나면서 교육과 부동산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교육과 부동산 문제는 좋든 싫든 이해관계자가 될 수밖에 없고, 지대한 관심 분야다. 오죽하면 대한민국 국민 5천만 모두가 교육 전문가요, 부동산 전문가라고 하겠는가?

현 정부를 포함에 역대 정부들은 왜 '교육 문제와 집값'을 해결하지 못할까? 이른바 우리나라 부유층·상류층·사회지도층 인사들 대부분 여야, 진보·보수를 막론하고 기득권층이다. 특히 정책을 입안·실행하는 주도권을 가진 엘리트 출신 관료집단은 현 교육 체제와 현 부동산 시스템에서 나름대로 큰 성공과 많은 이득을 본 사람들이기에 그 기득권을 놓고 싶지 않을 것이다.

안간힘 써서 손에 쥐었든, 운 좋아서 갖게 되었든 현재의 제도(룰)에서 대박 수준의 수지맞는 장사를 한 셈이니, 굳이 바꾸지 않아도 큰 불편함을 모르고, 근본적으로 혁신하려는 절절함이나 의지도 없어 보인다.

조선시대로 비유하면, 양반과 평민이라는 신분질서는 그대로 둔 채 평등사회를 만들겠다고 호언장담하는 넌센스라고나 할까? 요즘 대한민국을 보고 있으면, 토미 더글러스의 <마우스랜드>가 생각난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흰고양이가 싫어 검은고양이를 지도자로 뽑았다가, 다시 얼룩고양이를 뽑았으나 쥐들이 살기 좋은 세상은 오지 않았다는 우화다. 흰고양이든 검은고양이든 얼룩고양이든 고양이는 고양이일 뿐, '그들만의 천국'이라는 씁쓸한 얘기다.

역대 정부는 물론이고 '혁신이라는 국민적 여망을 안고 출발한 촛불정부'라는 현 정부도 교육과 부동산 문제에서 낙제점을 면하기 어렵다. 교육 문제와 부동산 문제를 진단하고 처방하는 모양새가 정말 데칼코마니처럼 닮았다.

근본(한복판)은 건들지 않고 변죽만 울리는 정책이 그것이다. 이것은 마치 나무뿌리에 병이 들었는데, 잎에만 농약을 살포하는 어리석은 행위요, 목마른 사람에게 바닷물을 먹이는 것처럼 뭔가 열심히 하기는 하는 것 같은데 정작 성과는 없고 일만 더 커지고 복잡하게 꼬이는 형국이랄까.

'명문대 간판' 위해 서울로 몰리는 학생들

이러니 일부 사람들은 정부여당이 차라리 아무 것도 하지 말고 제발 가만히 있으라고 말한다. 아예 시장 논리에 맡기라는 것이다. 정말 그래야 하는 것일까?

대체 왜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등 명문대 위상은 점점 높아지고, 강남 집값은 천정부지로 오를까? 이미 세계적인 도시인 서울은 좋다는 모든 것을 갖추고 있다. 대한민국은 사실상 '서울공화국'으로, 지방 어느 도시도 넘볼 수 없는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다. 따라서 학생이라면 누구나 SKY를 가고 싶어 하고,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누구나 서울에 살고 싶어 한다. 그러나 명문대는 정원 제한이 있고 서울 집은 부족하다. 희소성의 원리에 따라 'SKY 간판과 강남 아파트의 몸값'은 점점 높아만 간다.

공부 좀 한다는 학생들은 명문대 간판을 갖기 위해 서울로 이사와 부모의 등이 휠 정도로 사교육에 올인하고, 그중 상당수는 재수와 삼수도 마다하지 않는다. 내놓으라는 전국의 수재들이 서울로 몰리듯 전국의 돈이란 돈도 서울로 모이니 일자리가 생기고 그 일자리 좇아 끊임없이 사람들이 모여드는 병목현상이 '미친 교육과 미친 집값'의 가장 큰 원인인데, 국가는 '열중쉬어'하고 시장에 내맡기라는 것은 무책임한 소리이다.

MB정부 시절, 국제중·자사고 사안에서 보듯 교육논리 아닌 시장·경제논리로 학교를 황폐화시켰고 아직도 그 후유증과 부작용으로 교육계는 몸살을 앓고 있다. 교육과 부동산은 공공재 성격이 강한 것이다. 시장에 맡기기보다 독일 등 몇몇 유럽 선진국들처럼 국가 책임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다만 정부여당이 정책을 펼 때, 어설프게 쇼하듯이 하지 말고 제발 진정성을 가지고 제대로 했으면 좋겠다. 매번 개혁과 혁신이 왜 구호로 그치고 말잔치로 끝나는가 깊이 성찰해 봐야 한다.

입만 열면 교육은 '백년지대계'라 하고, 경제 다음으로 중요하게 챙기겠다며 교육부총리까지 두는 나라에서 교육고통·교육차별·교육불평등·교육양극화 해소를 위한 본질적인 교육혁신-살인적인 입시교육에서 사람을 살리는 행복교육, 집어넣는 교육에서 꺼내는 교육, 성적으로 한 줄 세우는 교육에서 꿈과 끼, 뜻과 삶을 키워주는 교육, 차가운 경쟁교육에서 따뜻한 협력교육으로의 대전환 등-은 외면하고, 수시·정시 싸움에서 보듯 땜질식 정책 남발과 주먹구구식 탁상·전시행정만 되풀이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교육고통·교육차별·교육불평등·교육양극화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개성과 재능보다 경쟁과 효율성만 강조하는 교육, 배움과 성장의 즐거움을 느끼기보다 경쟁과 서열이 지배하는 입시공장으로 변질된 학교... 오죽하면 이런 교육체제에서 애 낳아 키울 수 없다며 국민들이 사실상 '출산파업'을 하겠는가?

또한 집값을 잡겠다고 큰소리만 쳤지 결국 재탕, 삼탕 정책이고, 두더지 게임하는 것도 아니고 뒷북행정에 풍선효과만 야기하고, 결국 집주인과 세입자, 임대인과 임차인의 싸움만 붙이는 꼴이다. 집값을 잡기는커녕 정부가 대책을 발표하면 할수록 거꾸로 집값이 상승하는 역효과까지 낳고 있다. 정부의 말을 믿은 사람만 바보가 됐다. 그 와중에 죄 없는 그린벨트 해제 검토 이야기까지 나왔다. 이러니 안하느니만 못한 정책이라는 비아냥 소리를 듣는 것이다.

예컨대, 고교학점제를 하겠다면서 정시를 확대하고, 보유세와 거래세를 동시에 인상하고, 지방분권화 하겠다면서 수도권 집중화를 더욱 심화시키는 등 기준과 원칙도 없이 허둥지둥 현실에 급급해 내놓은 정책들이 마치 브레이크와 가속 페달을 동시에 밟고 있는 것 같아 불안하기 짝이 없고, 모래 위에 성을 쌓고 있는 것 같아 못내 안타깝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국민은 정부여당을 신뢰하지 않는다. 콩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믿지 않게 생겼다. 민심은 등을 돌리게 마련이다.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배를 뒤집기도 한다"는 말과, 항민(恒民)이 원민(怨民)이 되고 다시 호민(豪民)이 된다는 허균의 '호민론'처럼, 희망과 기대가 실망과 탄식으로, 그러다 어느 순간 국민적 분노로 바뀔 수 있다.
  
욕망의 거미줄, 교육과 부동산

대한민국 국민에게 교육과 부동산은 욕망의 거미줄이요, 부와 성공의 문을 여는 열쇠다. 성공과 이익이 보장된 보증수표이기 때문이다. 'SKY공화국의 상징성과 강남불패 신화'가 그것을 웅변한다. 명문대 간판만 손에 쥐면 그 프리미엄과 인맥으로 출세와 성공의 길이 열리고, 강남에 똘똘한 아파트 한 채만 갖고 있으면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것이 현실인데, 누가 이것을 모른 척할 수 있겠는가?

오바마 전 대통령 등 세계가 놀라워하는 한국 특유의 교육열과, 풍부한 유동성·저금리 기조가 든든한 뒷배로 작용하고 있어 뾰족한 해법이 없다고 변명할 수도 있다. 그러나 세계적인 교육열과 시중에 풀린 천문학적인 유동자금을 건강하고 생산적인 방향으로 흐르게 해 선순환하도록 하는 게 정부여당의 할일 아니겠는가? 경제정책 담당자들은 재정확대와 양적완화에서 비롯된 막대한 자금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부동산에 맴돌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문 대통령이 강조한 한국판뉴딜 등 기업, 금융, 벤처, 증권 등 건전한 곳으로 흘러가도록 왜 유도하지 못하는가?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 의하면, 2019년 우리나라 입법·사법·행정부 고위 공직자의 절반 정도가 SKY출신이다(국회의원 47.3%, 차관급 이상 행정부 고위 관료 59%, 헌법재판관·대법관·신규임용 법관 등 사법부의 경우 그 비율이 더 높음). 특정 3대학 출신들이 국가 요직의 50∼7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것은 누가 봐도 비상식적이고 기형적인 현상으로 해외토픽감이다.

우리나라는 학벌 피라미드 꼭대기에 올라서면 엄청난 특권이 주어지는 사회다. 사춘기 때 잠깐 공부 좀 소홀히 했다가 학벌 피라미드 아래 칸에 위치하는 순간, 차별과 불이익이 당연시되는 후진적 행태에 대해 오죽하면 국가인권위원회까지 나서 "특정 대학 출신이 곧 유능한 능력을 가졌다고 동일시하는 것은 잘못됐으니 개선하라"고 권고했음에도 정부와 국회·정치권은 귓등으로 듣고 코웃음 치며 강 건너 불구경하고 있는 나라가 바로 작금의 대한민국이다.

사람도 돈도 서울로 몰린다. 지방에 사는 사람들의 소외·위화감은 정말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다. 우리나라 인구이동을 보면 어떻게든 우선 수도권으로 진입하려 하고, 수도권에 정착한 사람들은 또 어떻게든 서울 입성을 꿈꾼다. 서울에 들어온 사람들은 목동과 마용성을 바라보고, 궁극적으로는 강남 주민으로 목에 힘주며 한번 살고 싶어 한다.

이 이등변삼각형으로 보이는 첨탑형 피라미드 경쟁구도가 부끄럽지만 부인할 수 없는 우리의 현주소요, 민낯이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일부 국민들은 이 전쟁터와 같은 숨 가쁜 여정에서 시시포스의 형벌과도 같은 고통을 겪기도 하고, 이카로스처럼 날개가 녹아버려 돌이킬 수 없는 좌절과 실패를 맛보기도 한다.  

문 대통령의 소신과 철학인 '지방분권 및 교육혁신'이 해답

교육자들이 학생들의 고통에 응답하는 삶을 살아야 하는 것처럼, 행정 및 정치하는 사람들은 국민들의 고통에 응답하는 차원에서 교육 및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직을 걸고 혼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지금 당신이 하고 있는 일에 목숨을 걸 수 있다면 당신은 진정한 프로지만 목숨을 걸 수 없다면 당신은 아마추어"라는 히딩크 리더십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교육과 부동산 대책을 세울 때, 제발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사람처럼 허겁지겁 현실에 급급하기보다 우선 한 발 떨어져 객관화·대상화 할 줄 알아야 한다. 산에서 벗어나야 숲이 보이고 물에서 나와야 강이 보이는 법이다.

4차 산업혁명을 부르짖는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대학 간판'은 거의 불변의 신분증이다. 이것 하나로 취업과 보수와 승진이 결정되는 야만적인 행태가 버젓이 되풀이되고 있다. 독일 등 유럽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서울대를 정점으로 한 반교육적이고 망국적인 대학서열화를 깨뜨리려면 SKY 등 서울의 주요대학 학부를 과감하게 지방으로 이전하든가, 그것이 좀 시간이 걸린다 하면 선제적으로 서울대 등 전국의 국공립대에 공동 입학하여 강의를 교류하고 동일한 학위를 받는 '국공립대 공동학위제' 도입과 함께 일부 사립대를 '공영형 사학'으로 유도할 필요가 있다. 그러면 굳이 부산·경남에 사는 학생들은 서울까지 오지 않고 부산대 가면 되고, 광주·전남에 사는 학생들은 전남대 가면 된다.

다시 말해, 전국 국공립대 어느 곳에서도 학점을 이수할 수 있고, 졸업생에게 동등한 '국공립대 학위'를 부여하자는 것이다. 프랑스 소르본 대학이 '파리4대학'이 된 것처럼, 서울대도 '한국25대학' 중 하나로 그 명칭과 지위가 바뀌게 된다. 하향 평준화를 하자는 게 아니라 전국 25개 국공립대를 서울대 수준으로 상향시키자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 국공립대부터 반값등록금을 바로 실시하고(궁극적으로는 유럽 국가들처럼 무상교육), 이들 대학 졸업생들이 그 지역에 취업하고자 할 때는 여성할당제처럼 일정 부분 우선 취업하도록 하면 지역균형발전에도 큰 도움과 활력소가 될 것이다.

"함께 입학하고 공통된 커리큘럼 속에서 여러 캠퍼스를 오가며 과목별로 각각 다른 캠퍼스에서 강의를 들을 수 있고..." (2017년 1월 17일 문재인 대선후보, 출판기념 간담회에서)

국공립대 공동학위제와 공영형 사학 도입은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 대담집 <대한민국이 묻는다>를 통해 제시한 첫 번째 교육 관련 대선공약이었다. 그런데 왜 이 공약이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을까? 왜 청와대 참모진과 교육부, 그리고 여당은 손 놓고 있을까?

"자치와 분권이 대한민국의 새 성장동력이 될 것이다. 중앙의 권한을 과감하게 지방으로 이전하고 지방재정 확충방안도 준비하고 있다. 지방분권은 국민의 명령이고 시대정신이다." (2017년 10월 26일 문재인 대통령, 여수에서 열린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자치와 분권에 대한 문 대통령의 소신과 철학은 확고해 보인다. "촛불혁명에서 확인한 풀뿌리 민주주의와 지방분권이 국정 운영의 기본 방침"이라고까지 역설했다. 그런데도 왜 눈에 보이는 큰 성과나 진전이 없을까? 도대체 왜?
 
* 바로 2회에서 '해결방안 위주'로 계속됩니다.

태그:#교육, #부동산, #교육혁신, #서울 집값, #자치와 분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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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포럼 <교육을바꾸는새힘>,<학교안전정책포럼> 대표(제8대 서울시 교육의원/전 서울학교안전공제회 이사장) "교육 때문에 고통스러운 대한민국을, 교육 덕분에 행복한 대한민국으로 만들어가요!" * 기사 제보 : riulkht@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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