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뵈었던 충남의 중학교 선생님에게서 가슴 아픈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온라인 학습에 한 번도 참여하지 않은 학생이 있었다. 전화기마저 꺼져있어 연락이 닿지 않았다. 선생님은 주소를 들고 학생의 집을 찾아 나섰다. 학생의 집은 허름했다. 오랫동안 이발을 하지 않아 장발이 되어 버린 학생이 문을 열고 나왔다.

마당에서는 치매에 걸린 할머니가 정신줄을 놓으신 채 학생의 교복을 불에 태우고 있었다. 학생의 아버지는 술을 마시면 학생에게 폭력을 행사했다. 학생은 빨리 자라서 아버지에게 복수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모든 학생들에게 초고속 인터넷, 노트북, 조용한 방, 그리고 따뜻한 부모가 주어진 것은 아니었다. 온라인 개학으로 수업이 시작되었지만 아무도 돌봐주지 않는 학생들에게 학교에 가지 않는 날은 그저 지루하고 외로운 하루였다. 

코로나로 인한 사상 초유의 개학 연기를 딛고 4월 9일부터 순차적으로 온라인 개학이 이뤄졌다. EBS 온라인 클래스 등을 중심으로 교사와 학생들이 온라인에서 처음으로 인사를 나누고 수업이 시작되었다. 온라인 수업이 정상적으로 이뤄지려면 기본적인 가정환경이 갖춰져야 한다.

노트북 등 학습 기기와 인터넷 서비스가 제공되어야 하고, 학년이 낮을수록 세밀한 부모의 관리 감독이 필요하다. 온라인 개학이 이뤄지면서 각 시도교육청에서는 부랴 부랴 가정 내 학습기기 보유현황을 조사하고 가능한 기기를 최대한 확보해 필요한 가정에 지원했다. 그러나 필요한 것은 기기만이 아니었다.

온라인 학습이 석 달 째 이어지면서 가정 내 환경에 따른 학습 격차가 드러나고 있다. 각 과목별로 동영상을 시청하고 교사가 부여한 과제를 충실히 수행하기 위해서는 가정 내 학습환경 조성이 필수적이다. 특히, 중·하위권 학생들과 초등학교 저학년의 경우 가정 내 학습 관리자의 유무가 학습 성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많은 학생들이 온라인 학습을 진행하면서 유튜브 동영상을 보거나, 게임을 한다는 것은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다. 무관심한 부모, 아이를 돌불 수 없는 상황에 놓인 부모가 우리 주변에는 많이 있다. 이들의 자녀들은 학습에 필요한 적절한 도움을 받지 못한다.

가정환경 차이로 인한 교육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교사의 역할 변화가 요구된다. 지금까지 교사는 '학교'라는 공간에서의 역할을 주로 의미했다. 이제 교사는 공간이 아닌 '시간' 나아가 '목표'지향적인 역할로 전환되어야 한다. 학생이 학교라는 공간에 들어왔을 때 가르치고, 관리하는 것을 넘어 학교 밖에 학생이 머무는 시간에도 동일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준비되어야 한다.

경기도 북부의 한 중학교에서는 온라인 학습이 부진한 학생들을 돕기 위해 일대일 관리 교사를 지정했다고 한다. 이때 교사는 '가르치는' 역할보다 '학습을 관리하는' 역할에 치중하게 된다. 교사가 학습 관리자가 되어 줄 수 있다면 열악한 환경에 놓인 학생들에게는 큰 힘이 될 수 있다. 

가정에 학습 환경이 갖춰지지 않은 학생들은 등교하도록 조치해야 한다. 코로나로 인해 전국 대부분의 학교가 제한적 등교를 실시하고 있다. 부득이 모든 학생이 등교할 수 없다면, 획일적 기준으로 등교 학생을 정할 것이 아니라 가정에서 학습이 어려운 학생들이 등교하여 학교의 보호와 관리 아래에서 학습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학생을 선별하여 등교하게 할 때에는 어떤 기준에 의해 등교할 학생들이 선발되었는지 알려지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가 필요할 것이다. 

2020년 새 학년을 맞은 학교들은 코로나 대응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방역과 학습이 동시에 이뤄질 수 있도록 고군분투하고 있다. 온라인 개학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그간의 성과와 미흡한 부분도 드러나고 있다. 가정에서 지원과 보호를 받지 못하는 학생들이 우리 주변에 있음을 인식하고, 그 학생들이 학교와 교사의 도움을 받아 정상적으로 학습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온 사회가 힘을 기울여야 한다. 코로나는 언젠가 지나가겠지만 우리 학생들에게 2020년의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