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6년생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UFC 라이트헤비급에서 뛰고 있는 안토니오 호제리오 노게이라(44·브라질)는 가지고 있는 기량에 비해 제대로 꽃을 피우지 못한 파이터로 꼽힌다. 프라이드, UFC 등 굵직한 메이저 무대에서 주로 활약하며 23승 10패의 준수한 성적을 올렸음에도 챔피언 타이틀, 성적대비 인지도에서 아쉬움을 남기고 있기 때문이다.

마우리시오 쇼군(38·브라질), 반더레이 실바(44·브라질) 등 그와 동시대에 비슷하게 활약했던 라이트헤비급 스타 파이터들과 비교해보면 그러한 차이는 더욱 뚜렷하게 느껴진다. 상당수 팬들은 노게이라하면 호제리오보다 그의 쌍둥이 형 호드리고를 먼저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한 체급 위 헤비급에서 활약하던 그의 형 호드리고는 프라이드, UFC에서 모두 챔피언에 오르기도 했다.

호제리오의 통산 10패 중 반절인 5패는 불혹을 앞뒀던 2014년부터 만들어졌다. 이전까지는 연패가 단 한번에 불과했을 정도로 안정적인 기량을 자랑했다. 그렇다고 지루한 운영형으로 경기를 풀어 나간 것도 아니다. 판정승(9회, 39%)이 적은 것은 아니지만 타격에 의한 넉아웃 경기가 8회(35%), 서브미션 승리는 6회(26%)에 이른다. 전체적 밸런스가 좋은 파이터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아쉬운 것은 같은 브라질 파이터 쇼군과의 상대 전적이다. 호제리오는 지난 26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야스아일랜드서 있었던 'UFC on ESPN 14'대회서 쇼군과 맞붙었다. 2005년 프라이드, 2015년 UFC에서 두 번이나 패배한 상대다. 파이터로서 황혼의 나이에 맞붙은 이번 경기만큼은 꼭 이기고 싶었을 것이 분명하다.
 
 
 마우리시오 쇼군(사진 왼쪽)과 안토니오 호제리오 노게이라

마우리시오 쇼군(사진 왼쪽)과 안토니오 호제리오 노게이라 ⓒ UFC

 
노장의 투혼, 천적 상대로 1승 끝내 챙기지 못했다
 
아쉽게도 호제리오는 또다시 패하고 말았다. 둘다 예전 같지 않은 상태서 서로간 최선을 다한 끝에 3라운드 종료 2-1로 판정패 당했다. 지난 2경기도 판정으로 패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쉽기 그지없다.

프라이드 시절에는 쇼군이라는 젊은 스타 탄생에 일조했고, 2015년 당시에는 피차 1승이 급한 상황에서 상대에게 1승을 헌납하고 말았다. 떄문에 호제리오는 은퇴를 앞둔 시점에서 3차전만큼은 꼭 이기고 싶어 했다.

승리에 대한 목마름이 강한 파이터들 입장에서 특정 상대에게 유독 결과가 좋지 않다는 것은 뼈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기량차이가 크지 않은 것 같음에도 그러한 경우가 종종 있다. 미르코 크로캅과 조쉬 바넷, 호드리고 노게이라와 에밀리아넨코 표도르, 다니엘 코미어와 존 존스 등이 대표적이다. 본인과 커리어가 현격하게 차이나는 데니스 ´슈퍼맨´ 홀맨에게 연달아 당했던 맷 휴즈같은 흔하지 않은 케이스도 있다.

호제리오는 타격이 없다시피 한 채 억지로 그라운드로 끌고가 승부를 보는 반쪽자리 주짓떼로가 대세를 이루던 시절 일찌감치 다른 유형의 파이팅 스타일로 주목을 받았다. 강력한 주짓떼로이면서도 타격까지 출중해 팬들에게 보는 재미를 안겨주었다.

브라질 아마추어 복싱 국가 대표출신답게 빼어난 복싱 실력을 자랑했다. 하지만 수준급 테크닉에 비해 하드펀치로서는 2% 부족했으며 상대적으로 킥 기술 등이 떨어졌다. 이에 호제리오는 옥타곤에 넘어오던 시점부터 복싱에 니킥 공격 등을 가미해 다양한 타격 스타일을 완성하려했지만 효과는 높지 않았다.

3번의 경기가 모두 판정까지 간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호제리오와 쇼군의 기량 차이는 크지 않았다. 다만 여러 가지 상성적 부분에서 쇼군 쪽이 가지게 되는 플러스가 더 많았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세 차례 맞대결은 모두 비슷비슷하게 흘러가는 양상을 띄었다.

프라이드에서 있었던 첫 맞대결 당시 전문가들은 쇼군의 타격과 호제리오의 그래플링의 대결로 승부를 예측했다. 뚜껑을 열어보니 내용은 완전히 달랐다. 호제리오는 타격에서 밀릴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복싱 테크닉을 앞세워 스탠딩에서 우세한 경기를 펼쳤다.

안면 쪽에 들어가는 펀치의 정타 횟수에서 호제리오가 주도권을 잡았다. 다소 거칠게 펀치와 킥을 내는 쇼군과 달리 복싱을 앞세운 호제리오의 타격은 피하고 맞추는 부분에서 조금 더 정교해 보였다. 주짓수라는 또 다른 무기까지 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호제리오가 좀 더 유리해 보였던 것이 사실이다.

쇼군은 클린치 싸움과 테이크다운 등을 통해 뒤집어 버렸다. 호제리오의 펀치가 적중된 상황에서도 물러서지 않고 달려들어 테이크다운을 성공시켰고 그래플링 공방전에서 서브미션 그립을 쉽게 내주지 않았다. 둘의 대결은 시간의 차이만 있을 뿐 진흙탕 싸움으로 번졌고 승리는 항상 반수의 우위를 앞세운 쇼군이 가져가는 모양새였다.

정통파 스트라이커와는 거리가 있지만 쇼군은 타격가에 가까운 유형이다. 그런 쇼군을 상대로 호제리오는 스탠딩 정타 싸움에서 우위를 점했다. 쇼군은 특유의 터프함으로 호제리오와의 타격전에서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정타 횟수에 비해 무겁지 않은 호제리오의 타격을 어느 정도 몸으로 받아내면서 기동성을 살린 무에타이식 타격으로 맞불을 놓았다.

호제리오의 강하지 못한 레슬링도 쇼군이 파고들 빈틈을 제공했다. 쇼군은 클린치싸움 및 테이크다운을 통해 호제리오의 리듬을 흔들어 놓았고 위기 때마다 경기 흐름을 자신 쪽으로 돌려냈다. 마지막 3차전에서도 이러한 방식으로 호제리오를 압박해 근소한 판정승을 가져갈 수 있었다. 은퇴를 선언한 호제리오에게 쇼군과의 3차례 격돌은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을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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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디지털김제시대 취재기자 / 전) 데일리안 객원기자 / 전) 홀로스 객원기자 / 전) 올레 객원기자 / 전) 이코노비 객원기자 / 농구카툰 크블매니아, 야구카툰 야매카툰 스토리 / 점프볼 '김종수의 농구人터뷰' 연재중 / 점프볼 객원기자 / 시사저널 스포츠칼럼니스트 / 직업: 인쇄디자인 사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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