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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심에 밀집해 있는 아파트의 모습들.
 서울 도심에 밀집해 있는 아파트의 모습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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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한강변에 맨 아파트만 들어서가지고 저기는 단가가 얼마, 저기는 몇 평짜리... 이런 천박한 그런 도시를 만들면 안 되는 거거든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세종시청에서 열린 '세종시의 미래, 그리고 국가균형발전의 시대' 토크콘서트에서 서울을 '천박한 도시'라고 지칭한 것을 두고 논란이다.

문제의 발언은 세종시 착공 13주년을 맞아 연 이 행사에서, 이춘희 세종시장이 '세종시가 발전해야 하는 부분'을 묻자 답변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이 대표는 "파리 세느강 같은 데를 가보면 노트르담 성당과 같은 유적이 쭉 있어서 '프랑스가 이렇게 살아왔구나'를 느낄 수 있다"라며 서울의 한강변과 비교했다. 이어 그는 "(세종시를) 품위 있고 문화적으로 성숙한 도시로 잘 만들어나가야 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의 발언에 대해 야당은 '또 다시 막말'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를 과거 이 대표의 소수자 차별 발언 등과 동일선상에 놓으면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투기와 난개발이 이뤄졌던 서울의 현 상황에 대한 솔직한 표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전상봉 서울시민연대 대표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박정희 정권 시절에 '강남 개발'과 관련해 정부가 투기를 조장하는 시도를 했다, 그런 점에서 천박함을 갖고 있는 것은 맞다"고 말했다. 나아가 전 대표는 '천박한 도시'라는 발언이 나온 배경인 부동산의 서울불패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선 지역균형발전과 증세를 통해 시세차익 환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오마이뉴스>에 '강남공화국의 민낯'이라는 연재를 통해, 현재 강남이 만들어지게 된 역사적 배경을 짚은 전 대표는 2005년부터 서울시의 역사와 공간에 대해 연구하는 한편 뉴타운 사업, 새빛둥둥섬, 제2롯데월드 등 서울시가 허가하거나 추진하는 사업에 문제를 제기해왔던 인물이다.

다음은 전 대표와의 인터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내용이다.

"투기와 난개발이 천박한 도시 만들어... 6·17, 7·10 대책은 뒤늦은 조치"
 
전상봉 서울시민연대 대표
 전상봉 서울시민연대 대표
ⓒ 전상봉 대표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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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해찬 대표가 서울을 두고 '천박한 도시'라고 표현했다. 서울이라는 공간에 애착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평가하나.
"서울은 매력적이지만, 천박한 도시이기도 하다. 다만 이 대표가 천박한 도시를 만들면 안 된다는 의도로 말한건데, 마치 '서울은 천박한 도시'라고 단정적으로 말한 듯이 보도가 된 건 유감이다. 

서울에 땅을 갖고 투기하는 일은 역사적으로 강남 개발 이전에는 없던 일이었다. 또 그 투기를 조장한 것이 박정희 정권이다. 청와대 경호실장의 비자금으로 서울시 도시계획과장이 삼성동 일대의 땅을 매입하고, 1년 뒤에 팔아서 엄청난 시세차익을 마련했다. 정치자금을 받고 잠실지구 공유지 매립 사업권을 민간 건설사에 준 적도 있다. 이와 같이 암암리에 정부가 투기를 조장하는 시도를 했고, 강남 개발의 역사와 함께 이러한 정경유착은 쭉 이어져온다. (관련 기사:  강남 부동산 불패의 서막 '말죽거리 신화' http://omn.kr/nshc)

하지만 이해찬 대표가 정치인으로서 '천박한 도시'라는 말을 쓴 것은 적절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정치인들이 투기를 단순히 지켜보고 있어서는 안 되지 않는가."

- 요즘은 '강남불패'에 이어 '서울불패'라는 말이 당연시되고 있다. 서울 땅값은 왜 이렇게 급등할까?
"코로나19로 취업난과 양극화가 심해진 상황이라, 정상적으로 일(사업)을 해서 돈을 벌기가 어렵게 됐다. 그러니 또 다른 돈벌이로 부동산이 이야기되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

게다가 현 정부가 들어섰음에도 수도권 과밀화는 강화됐다. 인구의 과반수 이상이 수도권에 살고 있다. 이러다보니 주택 문제가 심해질 수밖에 없고, 그것이 결국 부동산 가격 상승의 근본적 원인이다. 게다가 저금리이기도 하니까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다의 준말. 요즘 부동산쪽에서는 대출 등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자금을 동원한다는 의미로 많이 쓰인다)이 가능하기도 해서, 집을 사자는 움직임을 막기가 어렵다."

- 과거 부동산 정책이나 서울 개발 사업 등은 현 상황에 영향을 얼마나 미쳤나? 
"지난 정권에서 '돈 빌려서 집 사라'고 공공연하게 밝힌 최경환 부총리의 '초이노믹스'나 2014년의 부동산 3법 통과(분양가 상한제 민간택지에 한해 폐지,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유예) 등은 분명 문제가 있었다. 현 정부는 이런 정책의 여파를 막으려고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 왜 역부족이었을까?
"문재인 정부가 지역균형발전을 가속화시키는 정책을 집권 초기부터 펼쳤어야 했다. 세종시에 국회를 보내는 것을 포함해 국공립대학 거점으로 교육·취업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지 못했다. 오히려 수도권에 공장을 지을 수 있는 방안(수도권 공장총량제 완화)을 마련하는 등 수도권 규제를 완화하려고 한다. 지역균형발전에 대해 일관되게 추진하지 못했다.

부동산 정책도, 여러 사람들이 말했지만, 일관된 기조가 없다. 이랬다 저랬다 한다. 소득이 있는 곳에는 세금이 있다는 정책을 명확하게 했어야 한다. 6·17, 7·10 정책은 늦은 감이 있다. 종부세 등 세금을 통한 시세차익 환수 문제는 현 정부가 초기부터 정면돌파했어야 한다." 

"강남 땅값은 안떨어질 것... 정당 초월한 부동산 기본정책방향 만들어져야"
 
6·17 부동산 대책 발표 3주 만에 다시 나온 '7·10 대책'에 대해 전문가들은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을 크게 올려 투기수요를 원천 차단하려는 고강도 대책이라고 평가했다. 부동산 관련 세금 인상은 예고됐던 것이지만, 종합부동산세·양도소득세·취득세를 모두 한꺼번에 큰 폭으로 올려 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이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 잠실 아파트 단지 상가의 부동산 중개업소.
 6·17 부동산 대책 발표 3주 만에 다시 나온 "7·10 대책"에 대해 전문가들은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을 크게 올려 투기수요를 원천 차단하려는 고강도 대책이라고 평가했다. 부동산 관련 세금 인상은 예고됐던 것이지만, 종합부동산세·양도소득세·취득세를 모두 한꺼번에 큰 폭으로 올려 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이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 잠실 아파트 단지 상가의 부동산 중개업소.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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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공급확대가 해법이 될 수 있나?
"그린벨트 해제는 반대한다. 일정한 수준의 주택 공급 대책이 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오히려 재건축·재개발 완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현재 공공 임대주택 공급이 필요한 상황이고, 국민들에게 '주택 공급이 된다'는 시그널을 분명하게 줘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노후 아파트 처리 문제도 해결할 필요가 있다."

- 재건축·재개발은 오히려 땅값을 올릴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투기 요소가 발생하는 것은 사실이다. 이를 세금 부과와 금융 제재 등 분명한 규제책으로 막아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당연히 다방면적인 조치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 당연히 부동산 하나에 집중해서는 방안을 찾기가 어렵다."

- 그간 서울시의 주택공급 정책은 어땠나.
"임대주택은 늘었다. 하지만 획기적인 주택 공급 정책은 없었다. 뉴타운 정책을 폐기하고 만든 '도심재생 사업'은 대안이 될 수 없었다."

그리고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2018년 싱가포르에서 리콴유 세계도시상을 수상하면서 여의도와 용산을 묶어서 개발한다고 하자 부동산 시장이 들썩인 적이 있다. 이런 말은 정치인들이 매우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장기적인 기본정책방향을 정확하게 수립해야 한다고 말하는 거다."

- 대한민국 부동산의 대장격인 강남의 땅값은 떨어지는 게 가능할까? 
"한국 제일의 부촌 아닌가.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상승폭을 완만하게 하는 데에 목표를 둬야 한다. 이를 위해선 높은 땅값에 맞는 사회적 책임을 지게 하면 된다."

- 서울에서 서민들이 안정적으로 거주하기 위해서 가장 절실하게 필요한 정책은 무엇인가.
"솔직히 한 가지 정책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앞서 말했듯 수도권에 집중되는 인구를 분산시키는 방안이 필요하다. 지역 일자리가 있으면 젊은이들이 그곳으로 간다. 그리고 코로나19 등으로 인한 유동성 확대로 시중에 돈이 많이 풀려있다. 부동산에 유입되는 돈들을 주식시장 등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하는 방법도 고민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지금 장기적인 계획의 부재가 문제다. 경기가 침체되면 건설업에 힘을 싣는다든지, 자신들을 찍어줄 유권자 계층의 눈치를 본다든지 하면서 일관되게 정책이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 정당을 초월한 부동산 기본정책방향이 만들어져야 한다."

- 일종의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하다는 말인가?
"그렇다. 누가 정권을 잡든 그 기조에 입각해 정책을 운영해야만 거시적·미시적 조치를 동시에 실시할 수 있다."

태그:#이해찬, #부동산, #투기, #전상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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