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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얼음이 동동 낀 육수를 들이켜면 머리끝까지 쨍한 느낌이 드는 냉면, 땀을 한 바가지 쏟아내면서도 온몸이 든든해지는 느낌 때문에 포기할 수 없는 삼계탕... 누구에게나 '여름' 하면 떠오르는 소울 푸드가 있습니다. 유난히 긴 장마와 더위 때문에 지치는 요즘, 읽기만 해도 침이 고이는 '여름의 맛'을 소개합니다. [편집자말]
팥죽으로 불리는 팥칼국수는 전라도 지방의 대표음식이다.
 팥죽으로 불리는 팥칼국수는 전라도 지방의 대표음식이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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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 울음소리가 들려오는 여름철이면 생각나는 음식이 있다. 고향집 마당 가장자리에 모깃불을 피워놓고 온 가족이 평상에 둘러앉아 먹던 팥죽(팥칼국수)이다. 문득 가족들의 숟가락 달그락거리는 소리와 웃음소리가 그리워진다.

팥죽 맛이 그리워 찾아간 곳은 순천 아랫장의 옛날팥죽이다. 이 집을 다시 찾은 건 딱 6년만이다, 21년 세월 팥죽만을 고집하며 그 맛을 대대로 이어오고 있는 곳이다.

국내산 팥만 쓰는데 단돈 5천원

6년 전 첫 방문했을 당시 팥죽(팥칼국수) 한 그릇 가격은 4천 원이었다. 현재는 5천원이다. 시내 일반 식당의 팥죽이 7천~8천원인 것에 비하면 아직도 무지 착한 가격이다. 팥도 값비싼 국내산 팥만을 사용하는데도 팥죽 가격이 단돈 5천원이라는 게 언뜻 믿기지 않는다.  
 
순천 아랫장에 위치한 먹거리장터 골목이다.
 순천 아랫장에 위치한 먹거리장터 골목이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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팥죽을 쑬 때는 값비싼 국내산 팥만을 사용한다.
 팥죽을 쑬 때는 값비싼 국내산 팥만을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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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 아랫장 깊숙이에 위치한 먹거리장터다. 이 먹거리 골목에는 수많은 식당들이 마주하고 다닥다닥 붙어 있다. 팥죽집, 국수집, 돼지국밥집이 대부분이다. 팥죽집은 서너 곳이 보인다. 어디로 갈까? 망설임도 잠시, 어느새 발걸음은 오래 전에 한 번 방문했던 그곳(옛날팥죽)으로 향하고 있다.

가게 입구 주방에서 주인아주머니가 팥죽을 쑤고 있다. 솥단지에서 설설 끓고 있는 팥국물에서 전통시장의 정겨움이 묻어난다. 주문과 동시에 팥죽을 쑤는데 넉넉하게 담아준다. 사실 인심 후한 이 집의 음식은 맛도 좋은 데다 양도 푸짐하다. 팥 국물을 한술 떠서 맛을 보니 국물이 진하고 팥 앙금의 풍미도 제대로다.

팥죽으로 불리는 팥칼국수는 전라도 지방의 대표음식이다. 팥물에 칼국수 면발을 넣어 끓여내는데 설탕과 소금으로 간을 한다. 설탕을 좀 많이 넣어 달달하게 먹으면 더 맛있다.
 
전통시장으로 5일(2일, 7일)마다 열리는 순천 아랫장은 늘 사람들로 붐빈다.
 전통시장으로 5일(2일, 7일)마다 열리는 순천 아랫장은 늘 사람들로 붐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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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으로 5일(2일, 7일)마다 열리는 순천 아랫장은 늘 사람들로 붐빈다. 그래서일까, 옛날 팥죽집에도 사람들이 가득하다. 손님이 식사를 하고 나가면 들어오고 손님들의 발길이 쉼 없이 이어진다.

장터 구경 후 출출할 때 먹는 팥죽은 참 맛있다. 뜨거운 팥국물을 호호 불어가며 먹는 맛이란 이루 형언할 수가 없다. 이열치열의 신비로운 경험이다.

땀흘리며 먹는다, 맛이 좋으니까
 
여름철 입맛 없을 때 먹으면 아주 그만인 여름철 별미 팥죽이다.
 여름철 입맛 없을 때 먹으면 아주 그만인 여름철 별미 팥죽이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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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팥죽은 근처에서 이곳으로 지난해 옮겨왔다. 예전에는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함께 운영했는데 며느리가 물려받은 이후 지금은 엄마와 딸이 함께한다. 엄마는 팥죽을 끓이고 딸은 서빙을 도맡아 한다.

오래된 건물의 낡은 장옥이지만 식당 내부는 청결하고 세련되었다. 메뉴판에는 팥죽 외에도 몇 가지 메뉴가 더 있다. 하지만 우린 오로지 팥죽이다. 물론 가게 이름에서 짐작했겠지만 팥죽은 이 집의 대표음식이다.

팥죽에 나오는 반찬은 맛깔나게 무쳐낸 콩나물과 새금한 깍두기다. 손도 크게 반찬을 많이도 담았다. 감칠맛 나는 콩나물무침과 적당히 숙성되어 아삭함에 새금한 맛이 도는 깍두기가 입맛을 거든다. 깍두기에서 우리네 발효음식의 묘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달랑 반찬 두 가지만으로 차려낸 소박한 상차림이지만 주인아주머니의 정성이 가득 담겨 있다. 시어머니의 솜씨를 물려받았다는 주인아주머니의 손맛에서 고향의 향수가 진하게 느껴진다.

팥죽은 여름철 입맛 없을 때 먹으면 아주 별미다. 오랜만에 다시 찾아간 순천 아랫장의 옛날팥죽집, 착하디 착한 가격의 맛있는 팥죽 한 그릇에 내 마음이 마냥 행복하다.
 
새알죽은 팥죽과는 또 다른 맛으로 다가온다.
 새알죽은 팥죽과는 또 다른 맛으로 다가온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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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다음 블로그 '맛돌이의 오지고 푸진 맛'에도 실립니다.


태그:#팥죽, #팥칼국수, #순천 아랫장, #여름철 별미, #여름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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