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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하는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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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파, 종편채널 TV는 주요 사건, 사고가 발생하면 전문가 그룹을 불러 대담을 시킨다. 세상사라는 것이 보는 시각에 따라 여러 설명이나 전망이 가능하기 때문에 다양한 전문가를 통해 언론 소비자에 대한 서비스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일부 TV는 이런 대담 프로를 정규 방송으로 편성해 재미를 보고 있다. 여론이 양분되거나 여야 대립이 첨예할 경우 전직 의원이나 전직 고위공직자를 등장시키는 경우가 흔하다. 

방송사의 진행자 좌우에서 특정 정치색을 지닌 전문인들이 때로는 상반된 해설이나 전망 등을 내놓는 프로그램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지만 그 부작용도 심각하다. 전직 의원이나 공직자들이 출연할 경우 대부분 정당이나 특정 정치집단의 대리인 역할을 벗어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그들의 발언 속에는 정치적 효과를 노리는 노림수가 숨어 있기도 하고 때로 그들은 노골적으로 진영논리를 강조하기도 한다.

TV 제작진의 입장에서는 신속히 관련 정보에 대한 지식을 언급할 수 있는 전문인을 찾아야 하므로 불가피한 측면이 있을 법하다. 그러나 일반 언론 소비자들은 상식적인 선에서 전체를 아우르거나 총체적인 평가, 전망을 원하는 경우가 많다. 여의도가 여야로 갈리면 상생이나 소통, 절충의 여지가 보이지 않아 유권자를 괴롭히는데 TV에서도 이는 반복된다. 

TV는 자사 대담 프로에서 정치적 편향성이 심한 인물을 출연시킬 경우 시청자에 대한 서비스 차원으로 돌아가 고민해야 한다. TV와 같은 스크린 미디어가 시청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은 흔히 자기가 원하는 것을 주로 듣거나 기억하고 싶어 하는 성향이 있다. 확증편향이다. 

이는 TV 시사 대담 프로를 통해 보강되는 측면이 강하다. 오늘날 진영논리로 인한 사회적 폐해가 심각하다. 이런 현상의 원인이 TV 탓이라고만 할 수는 없지만 그 치유를 위해 고민해야 할 때다. 전문성을 지니면서 중립적인 입장의 전문가, 학자 등이 그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클 것이다.

TV가 찬반양론을 포함한 견해를 언론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것은 다양성 증대를 통한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한다. 특정 시각이나 논리에 치우친 정보를 양산 또는 강요하는 것은 시청자를 정치 공학이나 당리당략에 치우치게 만드는 부작용을 낳는다. TV가 특정 정치적 견해를 보충, 강화하는 기능을 생략할 수는 없다 해도 유한한 국가 자산인 전파를 사용한다는 점이나 공공, 공익성을 고려할 때 깊이 고민해야 한다.

원로가 사라졌다

최근 TV 대담 프로 등에서 존경받는 사회 원로가 나오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 원로란 국가적으로 논란이 심해 국론이 쪼개져 대립할 경우 진정시키거나 해답을 제시하는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는데 오늘날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TV 방송사가 언론소비자들의 취향을 고려하다 보니 그렇게 되었는지 알 수 없으나 큰 지혜를 가진 원로는 국가와 사회라는 공동체에 큰 도움을 주는 사례가 많았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TV 대담 프로에서 원로가 사라진 것과 함께 국내외 정치, 경제 환경이 급변하는데도 과거의 시각에 매몰된 인사들이 계속 등장하는 현상은 구태의연하다. 촛불 혁명 뒤에도 달라진 것은 없다. 남북, 한미, 한중 관계 등에서 냉전 시대의 관점으로 무장한 인사들이 현실 타개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논리를 강조하고 있다. 

특히 남북, 북미 관계에서 보면 반공 논리나 미 국가 이기주의에 경도된 논리를 세우는 인사들이 주로 출연할 뿐이다. 급변하는 국내외 정세 속에서 정부가 곤욕을 치르는 것 같은데 20~30년 전 논리와 시각을 가진 인사들만 출연시키고 있는 것은 대단히 심각한 일이다.

TV가 과거 인터넷 등장 이전의 대중매체의 영향력을 상실하고 있는 점은 다각도에서 그 원인을 찾아야 한다. 그 가운데 시대를 반걸음 정도는 선도한다는 책무에 소홀히 하고 있는 데서 비롯되고 있다는 점도 살펴야 한다. 오늘날 대형 포털이나 플랫폼, SNS는 정보의 생산과 소비가 뒤섞인 시스템이다. 이는 유사 이래 최초로 인류가 누리는 정보혁명이다. 그러나 대중매체의 역할을 하는 TV는 여전히 구시대의 시스템에 안주해 있다. 정보 생산에 언론 소비자의 동참은 배제하는 시스템이다.

대부분의 지상파, 종편 채널 TV는 문의 또는 건의를 하고자 해도 접근하기가 어렵다. 정보 생산 과정에서 과거처럼 TV 종사원만의 독점물이라는 폐쇄성이 여전하다는 증거의 하나다. 하지만 뉴미디어의 현실은 어떤가. 유튜브, 페이스북 등은 정보생산과 소비가 동시에 이뤄지는 시스템이다. 정보 소비 시장 변화가 급속히 진행돼서 지금처럼 TV가 과거의 정보생산 시스템을 고집할 경우 그 미래가 어떨지는 불을 보듯 분명하다.

최근 진영논리가 극성을 부리는 데 이를 공중파나 종편채널 TV는 중화시키거나 건전, 생산적인 방향으로 유도할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누구나 존경하는 사회원로 등을 브라운관에 등장시켜 진영논리나 확증편향이 비생산적인 방향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아직 대중적 영향력이 큰 TV, 국민의 소유인 전파를 사용하는 TV는 심각한 고민을 해야 할 때다. 이런 작업에는 국민의 수신료 혜택을 받는 공영방송이 솔선수범해야 한다. 영국 BBC가 왜 세계적인 명성을 유지하는지 그 철학과 정체성 유지를 위한 노력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상업방송이 할 수 없거나 외면하는 프로를 생산하고 어떤 정치 상황에서도 시청자의 편에 서서 공공, 공익성을 증대시키는 철학으로 무장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의 일부는 PD저널에 실렸습니다.


태그:#TV 대담, 진영, 확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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