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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사고후 베이루트항의 모습
 폭발사고후 베이루트항의 모습
ⓒ 컨선월드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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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4일 오후,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 항구에서 대형 폭발사고가 있었다. 사고 현장에서 약 10km 떨어진 건물 창문이 덜그럭거릴 정도로 큰 충격이었다. 이 사고로 177명이 사망했고 6000명이 부상을 입었다. 그리고 약 30만 명이 하루아침에 집을 잃었다.

모든 관심이 생존자 수색과 치료에 집중되어 있을 저녁 9시 무렵, 한 시민(Rawad Taha)이 집을 잃은 생존자를 돕기 위해 트위터에 아랍어로 짧은 글을 올렸다. 거처를 잃은 생존자들을 향한, '우리 집은 열려있다'는 내용이었다.
 
"잠자리가 필요한 사람은 WhatsApp 00000000으로 연락주세요. 잠자리가 있는 사람도 제게 연락주세요. #ourhomesareopen(#우리집은열려있어요)"
 
3분 뒤. 레바논 소식을 전하는 생물학자이자 블로거인 지노 라이디(Gino Raidy)가 그가 쓴 #ourhomesareopen 해시태그 사용을 공식적으로 제안했다. 레바논 시위에도 참여했던 그에겐 약 2만 명의 팔로워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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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은 열려 있습니다"
 
#ourhomesareopen 해시태그 사용을 공식적으로 제안한, 생물학자이자 블로거인 지노 라이디(Gino Raidy)가 쓴 트위터 화면 갈무리.
 #ourhomesareopen 해시태그 사용을 공식적으로 제안한, 생물학자이자 블로거인 지노 라이디(Gino Raidy)가 쓴 트위터 화면 갈무리.
ⓒ Gino Rai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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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2분 뒤. 시위 장소 정보를 제공하는 지도 서비스 앱인 싸우라맵(Thawra Map)이 이 운동에 공식 참여하며 분산된 정보들을 모두가 이용 가능한 공개형 정보로 제공한다고 밝혔다. 해당 트윗은 559회 리트윗 되며 수많은 시민과 생존자들을 연결시켰다.

다음날인 5일 오후 5시, 싸우라맵은 수집된 정보를 바탕으로 34개 잠자리 장소 정보를 공개했다. 정보에는 집주인 이름, 전화번호, 사이즈, 위치 정보가 담겨 있었으며, 지도상에는 침대 아이콘으로 표기돼 있었다.

폭발사고 3일째인 6일 오후 3시, 싸우라맵이 공개한 이용 가능한 잠자리 장소는 총 102개로 증가했다. 참여 공간도 일반 가정에서 호텔로 다양해졌다. 어떤 호텔은 사고 생존자들을 대상으로 48개 룸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트위터를 뜨겁게 달구었던 #ourhomesareopen 해시태그는 이후엔 더 이어지지 않았다. 그 이유에는 정부와 국제사회에서 제공되기 시작한 지원도 있었겠지만, 일각에선 이러한 정보 공개가 소위 '반대편'에게 빌미를 제공할 수도 있다는 비판이 나왔기 때문이다. 같은 시기에 일부 시민들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레바논 정부를 비판하며 다시 거리 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이미지: Thawra Map
 이미지: Thawra Map
ⓒ Thawra M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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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1인당 난민 수가 가장 많은 국가, 레바논

유엔난민기구에 따르면 아랍국가인 레바논은 전 세계에서 인구 1인당 난민 수가 가장 많은 국가이다. 그리고 그 난민의 대부분은 시리아 난민이다. 레바논이 위치 상 시리아 옆에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시리아 난민을 가장 많이 수용하고 있는 터키를 비롯해, 대부분 국가는 난민을 자국 국민들과 분리해 난민캠프나 별도의 공간에 거주하게 한다. 하지만 레바논은 그것이 시민의 포용력이든 아니면 정책의 한계이든 간에, 국민과 난민을 분리하지 않고 그들이 공존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그 때문에 필자가 근무하는 '컨선월드와이드(아래 컨선)'와 같은 국제인도주의단체에서는, 이런 레바논의 특수성을 고려해 시리아 난민들을 품고 있는 지역사회 상수도나 위생시설과 같은 공동 인프라를 개선하려는 쪽으로 접근한다. 동시에 '컨선'은 시리아 난민 가족에게 좀 더 안전한 공간을 찾고, 집세를 낮추거나 동결할 수 있도록 중간에서 숨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 기간은 어느덧 7년을 채워가고 있다.
 
레바논이 위치 상 시리아 옆에 있다. 사진은 지역사회를 위해 함께 일하며 부부가 된 시리아인 아내와 레바논인 남편
 레바논이 위치 상 시리아 옆에 있다. 사진은 지역사회를 위해 함께 일하며 부부가 된 시리아인 아내와 레바논인 남편
ⓒ 컨선월드와이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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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사고 비상사태' 종료하기도 전에... 코로나19 확진자 폭증한 레바논

지난 17일, 레바논 정부는 베이루트 폭발사고에 따른 2주간의 비상사태를 종료하기도 전에 또다시 코로나19 국가경보를 발령했다. 16일 하루에만 확진자가 439명이 발생했기 때문이었다.

코로나19의 2차 대유행 속에서 채무불이행을 선언한 레바논 정부는현재 물가 폭등, 식량 부족, 전기 부족 등의 복합적인 문제를 풀어갈 능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레바논 수도이자 제1항구인 베이루트마저 폭발사고로 휘청거리자, 영국 내 싱크탱크인 채텀하우스(왕립국제문제연구소)는 레바논이 주권 국가로서의 책무를 수행할 수 없는 실패국가로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상황이 빠르게 악화 중인 지금, 이 순간에도 레바논 시민들은 모든 것을 잃은 이웃들에게 자신의 집을 내어주고 있다. 컨선월드와이드와 월드비전, 세이브더칠드런, 국경없는의사회, 글로벌케어 등 여러 비영리 단체들도 레바논 베이루트 폭발사고 피해 회복과 취약계층 지원을 위해 네이버 해피빈에서 긴급모금 또한 진행 중이다.

오늘 8월 19일 '세계 인도주의의 날'을 맞아, 단 하루만이라도 기적을 빌릴 수 있다면 좋겠다. 우리가 레바논 사람들을 위해 곁을 조금이라도 내어 줄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컨선은 폭발사고 피해 커뮤니티에게 긴급구호 키트와 꽃을 함께 전달했다.
 컨선은 폭발사고 피해 커뮤니티에게 긴급구호 키트와 꽃을 함께 전달했다.
ⓒ 컨선월드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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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레바논폭발, #베이루트폭발, #레바논긴급구호, #세계인도주의의날, #컨선월드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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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과 NGO에서 커뮤니케이션 일을 해왔습니다. 만화를 좋아해서 잠시 에이코믹스에서 글을 썼습니다. 자유, 상상력, 이별 따위의 주제를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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