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지난 봄에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이 한동안 보이지 않았던 적이 있습니다. 그러자 온갖 억측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이 연일 언론에 오르내렸습니다. 심지어 김위원장의 사망설을 주장한 이도 있었습니다.

북의 최고 지도자나 영향력 있는 고위급 인사가 한동안 보이지 않으면 처형당했다거나 중병에 걸려 위중하다는 뉴스가 대서특필됩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모란봉악단 단장인 현송월이 처형되었다는 오보입니다.

매스컴에서는 처형장이 어디였으며 어떤 방식으로 죽었는지를 자세하게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처형당했다던 현송월은 몇 년 뒤 평창 동계 올림픽을 앞두고 예술단을 이끌고 남쪽에 왔습니다.

북한에 대한 가짜 뉴스

김정은 위원장의 위중설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남쪽의 분석과는 달리 김위원장은 건재했고 동태가 심상찮다고 했던 북은 여전히 멀쩡합니다. 언론은 또 한 번 허위 보도를 했고 가짜 뉴스를 양산한 셈입니다.
 
 저 멀리 북녘 땅이 바라보입니다.(강화군 양사면)
 저 멀리 북녘 땅이 바라보입니다.(강화군 양사면)
ⓒ 이승숙

관련사진보기


  
한국의 극우언론은 북에 관한 허위, 왜곡 보도를 남발해왔습니다. 그러나 어떤 가짜 뉴스를 양산해도 처벌받지 않습니다. 정정 보도를 할 필요도 없습니다. 북에 관해서 억측과 부정적인 기사를 많이 하면 할수록 지지층들의 호응을 더 많이 받습니다. 한국 언론의 이런 문제점에 대해 일본의 한반도 전문기자 시게무라 도시미쓰는 이렇게 지적했습니다.
 
오랜 기간 한반도 문제를 취재해온 내 경험에서 보면 북조선 관련 신문기사의 대부분이 오보 또는 미확인 정보이다. 특히 한국 매스컴에서 전달하는 북조선 관련 미확인 정보의 대부분은 오보라고 봐도 틀림이 없을 것이다. 한국에서는 북조선에 대해 아무리 나쁘게 써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 시게무라 도시미쓰 <북한은 무너지지 않는다>, 1997, 지식공업사
 
극우언론의 이런 허위 왜곡 보도로 인해 남쪽의 사회 구성원들의 북에 대한 견해와 인식은 심각하게 뒤틀렸습니다. 분단 이후 70년 동안 이런 악의적인 뉴스만 접하다보니 남한 사람들은 북을 싫어하고 증오하며 타도해야 할 적으로 여깁니다.
    
2018년 4.27 남북정상회담 이후 북에 관한 태도가 긍정적으로 변화하기 시작했습니다. 대북 신뢰도에 있어서도 그 전에는 신뢰가 14.7%, 불신이 78.3%였으나 회담 후에는 완전히 역전되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과 북의 지도부에 대한 평가가 매우 긍정적으로 변했습니다. MBC 여론조사에서는 77.6%가 김정은 위원장을 신뢰한다고 대답했습니다.

대북 신뢰도가 이렇게 변화한 데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그중에 가장 큰 이유는 그동안 북에 대해 쓰고 있던 색안경을 벗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는 북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봤습니다. 그러나 색안경을 끼고 있다는 사실조차도 우리는 몰랐습니다. 그래서 재미교포 신은미 작가는 '우리가 아는 북한은 (북한에) 없다'라고 했습니다.

색안경을 끼고 본 북한

북을 9차례나 여행하면서 북에 대해 갖고 있던 고정관념을 벗은 작가는 우리 민족의 평화와 화해를 위해 간절한 마음으로 호소합니다. 한 민족 한 형제인 남과 북이 서로의 있는 그대로를 알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색안경을 벗고 서로의 다름을 알고 또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남과 북이 화해하고 평화의 길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서로에 대해 알아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북에 대해 무지합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 역시 옳은 것이 아닙니다. 2001년부터 2014년까지 남북 양쪽 정부의 허가를 받고 북을 내 집 같이 드나들며 다양한 민간교류를 연결했던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의 김이경 선생은 '우리나라 사람의 99%는 북한을 알지 못하는 심각한 북맹'이라고 했습니다.

개성공단의 한 중견기업에서 관리자로 일했던 이도 한국인들이 북에 대해 무지하다면서 "컴맹이나 문맹처럼 우리나라 사람의 99.9%가 북한에 대해 거의 모르는 '북맹'이라고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심지어 그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북한의 사람들에 대해선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한강하구의 철조망
 한강하구의 철조망
ⓒ 이승숙

관련사진보기


우리는 북에 관해서 알고 있는 게 없고 설혹 안다고 해도 그것은 잘못 알고 있는 것이라고 합니다. 우리 국민의 99%가 북에 대해서 모른다니 도대체 그동안 우리는 북을 어떻게 봐왔으며 또 앞으로 어떻게 북을 알아가야 할까요.

북한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가까이 위치해 있으면서도 가장 먼 곳입니다. 전 세계 모든 나라 사람들이 북한을 여행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 사람은 북을 여행할 수 없습니다.

어떤 지역에 가볼 수 없다면 그곳을 담은 드라마나 영화 또는 문학 작품 등을 접하면서 그곳의 현실과 생활 등을 간접적으로나마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북의 신문이나 방송은 물론이고 북과 관련된 웹사이트 역시 들어갈 수 없습니다. 일반인에게 북한은 방문은커녕 통신과 서신왕래마저 두절되어 있습니다.

정보화시대의 사각지대

현대는 정보화시대라서 어떤 정보든 쉽고 빠르게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북에 대한 정보를 얻기는 어렵습니다. 한국은 북에 관해서만큼은 지구상에서 가장 폐쇄적인 사회입니다.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이지만 북에 대한 정보를 접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북에 대한 잘못된 견해와 감정을 벗고 북을 바로 알기 위한 우리의 노력이 필요할 때입니다. 정부는 물론이고 개인 역시 북을 바로 알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합니다. 그것은 민족의 평화와 번영을 모색하는 길입니다. 통일된 한반도를 만들기 위해 북을 바로 알아야 합니다.

북녘을 바로 알고 싶다는 마음으로 모인 사람들이 있습니다. '북녘 바로 알기'에 대한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책모임입니다. 매달 첫 번째 주 월요일에 만나 책 이야기를 나눕니다. 벌써 세 번 째 모임을 가졌습니다.

통일된 한반도, 북을 바로 아는 데서부터
 
 북한 바로 알기 위한 독서모임.
 북한 바로 알기 위한 독서모임.
ⓒ 이승숙

관련사진보기



처음 함께 읽은 책은 심리학자 김태형 선생이 쓴 <월북하는 심리학>이었습니다. 이 책은 남과 북을 가르는 7가지 심리 분계선에 대해 이야기하며 서로 다른 남과 북의 심리적 차이에 대해 알려줍니다. 남과 북은 오래 떨어져 살아온 세월만큼이나 생각하는 가치관이 다릅니다. 한 예로 '돈'에 대해 남과 북은 확연하게 다르게 생각합니다.

남쪽에서는 돈을 행복의 조건으로 봅니다. 돈은 생존과 직결되어 있으며 또 사회적 존중의 연결고리이기도 합니다. 한국인들은 무시당하거나 존중받지 못하는 고통으로부터 자기를 방어하기 위해 돈을 욕망합니다. 한국인들은 행복을 결정짓는 가장 큰 요인으로 돈을 꼽습니다. 돈이 없으면 행복할 수 없고 돈이 있어야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북은 돈에 대해 우리와 생각하는 바가 다릅니다. 북은 생존에 필요한 기본적인 것을 국가가 제공해줍니다. 양식과 집이 제공되며 교육과 의료 등도 무상입니다. 최소한도의 삶이 보장되니 돈에 대한 욕망과 집착이 남쪽보다는 적을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 사회에서는 돈이 '존중'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돈이 없으면 무시당하고 존중받지 못한다고 여깁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돈을 벌기 위해 애를 쓰고 돈이 있는 사람을 부러워 합니다.

반면 북쪽에서는 돈이 사회적인 존중과 별 관련이 없습니다. 돈이 많다고 존중받고 없다고 무시당하는 게 아니라 사회적 존재로써 얼마나 기여하느냐로 존중을 받는다고 합니다. 

북은 노동계급을 중시하는 사회주의 국가입니다. 그래서 육체 노동자를 높이 평가하며 존중하는 문화가 널리 퍼져 있습니다. 북에서 소득이 가장 높은 직업군은 탄광 노동자처럼 육체적으로 힘든 직종입니다. 이들은 정부의 관리보다 월급을 더 많이 받습니다.

<나는 대구에 사는 평양 시민입니다> 저자 김련희씨는 "직업은 그저 직업일 뿐 다른 거 하나도 없어요. 그 사람이 자기 직업에서 얼마나 능력이 있는 사람이냐, 이런 게 중요하지요. 사회 자체가 내가 사회적 존재라는 긍지감으로 살거든요"라고 말했습니다. 
 
 남과 북이 서로를 바로 아는 것, 평화로 가는 길.
 남과 북이 서로를 바로 아는 것, 평화로 가는 길.
ⓒ 이승숙

관련사진보기


   
남쪽이 돈을 행복의 조건으로 생각한다면 북쪽 사람들은 '사회의 인정이나 존중'을 행복의 조건으로 생각합니다. 북쪽 사람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인생의 목적은 '명예'입니다. 남쪽이 돈을 좇는다면 북은 이름을 좇는 셈입니다.

이처럼 남과 북의 심리적 차이는 많이 다릅니다. 서로 다른 체제에서 오래 살아온 결과 남과 북에는 심리적 분계선이 존재합니다. 남북이 화해와 통일로 나아가려면 이 심리적 차이를 좁혀나가야 합니다.

오랜 세월 서로 판이한 정치 구도에서 살면서 추구하는 가치관과 지향점 역시 남과 북은 다릅니다. 그 다름을 인정해야 합니다. 내 것만이 옳고 상대의 것은 무조건 잘못되었다고 치부하면 화해와 협력의 길로 나아갈 수 없습니다. 진정한 평화는 서로를 알고 존중해주는 데서부터 시작됩니다.

북녘 땅을 여행하는 꿈 

많은 사람들이 세계 여행을 꿈꾸지만 그 여행지에 북쪽이 들어가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오랜 분단과 대치 상황이 우리들의 상상력마저 막아버렸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농담이라도 평양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는 얘기는 하지 않는다. 서울 - 대전보다 가까운 평양에 가는 것이 달나라에 간다고 하는 것만큼 현실감이 떨어지는 얘기가 되었다. 우리 아이들에게 평양은 지도에 없는 나라처럼 상상도 막혀버린 곳이 되고 있는 것이 아닐까? - 김진숙,<평화의 아이들>, 2018, 북루덴스
 
우리의 상상을 막는 심리적인 분계선이 무너질 때 한반도에 진정한 평화가 찾아오겠지요. 이제 조심스레 상상해봅니다. 코로나19로 외국여행이 어려워진 지금 국내여행으로 눈을 돌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북한은 외국이 아니라 국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니 북한 여행을 꿈꿔보면 어떨까요.

북녘 땅을 여행하기에 앞서 북을 바로 알아야겠지요. 편견 없이 있는 그대로의 북녘을 알아야겠습니다. 북에 대해 알려주는 책을 읽는 것으로 그 시작을 하면 어떨까요?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모든 일을 '놀이'처럼 합니다. 신명나게 살다보면 내 삶의 키도 따라서 클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오늘도 뭐 재미있는 일이 없나 살핍니다. 이웃과 함께 재미있게 사는 게 목표입니다. 아침이 반갑고 저녁은 평온합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