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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안 돼."

내 첫마디가 이거였다. 아니 글쎄, 친구가 말하길 동네에 두부가게가 생겼는데 두부를 안 판다고 하지 않는가.

"두부가게에서 두부를 안 팔면 뭘 팔아?"
"두부를 공짜로 준다는데?"

믿기지 않는 마음에 나는 연신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거 다 수법 아니야?"
"아니야. 두부 만드는 날이 따로 있는데 인스타에 소식이 올라오면 가지러 가면 된대."

이렇게 말하고 있는 사이, 또 다른 친구는 벌써 검색을 마쳤다.

"지금 가면 두부를 받을 수 있다는데?"
"정말? 한 번... 가볼까?"

두부는 팔지 않는 두부 가게

마치 두부 가게의 비밀을 파헤치러 가는 명탐정이 된 양, 세 명의 주부는 아리송한 두부가게로 향했다. 신도시 한중앙에 개발되지 않은 옛 주택가. 그 골목 끝에 두부 가게가 있었다.
 
두부가게 내부  이 곳에 들어서면 마치 옛날 할머니집에 놀러온 기분이 든다.
▲ 두부가게 내부  이 곳에 들어서면 마치 옛날 할머니집에 놀러온 기분이 든다.
ⓒ 조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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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 팔면 그냥 지나칠 정도로 작은 규모였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옛스러움과 현대식 세련미가 적절히 조합된 뉴트로 한 인테리어가 눈에 띄었다. 한 친구는 "앗! 옛날 우리 외가에 온 것 같아"라고 작게 감탄했다.

10평 남짓한 가게 내부 한쪽엔 두부를 만드는 데 필요해 보이는 큰 기계가 있고, 또 한쪽엔 커피 머신이 있었다. 한참 걸은 탓에 목이 말랐다. 혹시 커피를 파냐고 묻자 그렇다고 했다.

그럼 두부 가게 콘셉트의 카페인가? 싶어 물어보니 카페보단 두부 작업실이 더 맞단다. 사람들이 오다가다 들러서 커피를 찾는 탓에 커피 메뉴를 따로 만든 거라며. 곳곳에 붙어 있는 포스터와 분위기를 보니 명백히 두부 가게가 맞긴 했다.
 
수제두부  이 곳을 찾는 손님들에게 무료로 제공되는 두부, 판매는 하지 않아요.
▲ 수제두부  이 곳을 찾는 손님들에게 무료로 제공되는 두부, 판매는 하지 않아요.
ⓒ 조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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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꺼내지 않았는데 사장님은 '인스타 보고 오셨죠?'라며 두부를 포장해서 우리 손에 쥐어 주었다. 오늘 만든 두부에 관한 깨알 설명까지 곁들여서 말이다. 두부에도 그렇게 다양한 이름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포슬두부', '훤칠두부', '제주식 마른 두부 더블', '호로록 물 두부' 등... 신기한 두부의 세계로 우릴 안내했다.

뽀얀 두부 때깔만 봐도 군침이 돌아 따로 더 살 수 있냐고 물었더니 두부를 판매하진 않는단다. 친구의 말이 진짜였다. 작가의 발동은 이럴 때 걸린다. 아니 왜? 대체 왜? 이런 장사를 하는 건지. 도무지 궁금해서 참을 수 없었다. 호기심 어린 눈으로 나는 사장님에게 꼬치꼬치 캐묻기 시작했다.

- 왜  두부를 안 파시는 거예요?   
"이곳은 '두부를 주인공으로'라는 슬로건으로 시작한 가게예요. 두부를 연구하고 두부 요리 연구 공간이자 작업실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여기서는 두부를 소량으로 제작해서 대부분 두부 요리 연구 재료로 사용하고, 방문해 주시는 분들에게 감사의 의미로 시식용으로 제공해 드리고 있어요."

- 그럼 여기선 뭘 파나요?
"수제 두유를 판매하고 있어요. 하루에 20병 정도 나오는데요. 지금 몇 개 안 남았을 텐데..."
 
수제두유와 콩비지  슴슴하지만 고소한 맛이 일품인 수제두유와 비지
▲ 수제두유와 콩비지  슴슴하지만 고소한 맛이 일품인 수제두유와 비지
ⓒ 조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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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유 킬러인 내가 가만있을 리 없다. "어디요? 어디?"라고 묻자 사장님이 가게 한쪽을 가리켰다. 작은 냉장실 안에 딱 두 병의 수제 두유가 남아 있었다. 친구와 각 한 병씩 나눴다. 그리고 그 옆엔 콩비지가 있었는데 그것 역시 무료. 

- 사장님, 그런데 이렇게 다 퍼주시면 어떻게 운영해요?   
"저희는 각자 원래 하는 일이 있어요. 아내는 푸드스타일리스트를 오래 해왔고 저는 그래픽 디자이너입니다. 각자 일을 하다가 시간을 내서 이곳을 운영하고 있어요. 좋아서 하는 일이니까 수익은 중요하지 않아요. 또 커피와 두유같은 판매용 제품이 있으니 큰 문제는 없답니다." 

- 그런데 왜 하필 두부인지 여쭤봐도 될까요?
"부모님이 토속음식점을 운영하신 덕분에 어릴적부터 수제두부를 접해서 마트에서 파는 공장형 두부에 익숙하지 않아요. 그러다보니 저도 어머니처럼 수제두부를 만들게 됐어요. 제가 만든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맛보여 드리고 싶어서 지금의 일을 하고 있어요."   

이곳은 순도 백프로의 국산콩 두부처럼 순도 백프로의 애정으로 만들어진 곳이란 걸 알게 됐다. 얼추 궁금했던 호기심이 풀렸다.  

이제 그 맛이 궁금할 차례. 집으로 돌아와 가게서 구입한 수제 두유를 마셔 보았다. 사장님 말처럼 슴슴한 맛이었다. 시중 두유의 단맛은 전혀 없고 콩 본연의 맛이 그대로 느껴졌다. 마실 땐 다소 심심하지만 진짜 맛은 마시고 난 후부터였다. 혀 아래서부터 은은하게 타고 오르는 고소한 콩 맛이 입안 전체를 천천히 휘감았다. 받아온 두부 역시 공짜로 받아온 게 미안할 정도였다. 진한 고소함이 코끝에 닿을 정도로 걸쭉하고 포슬포슬한 맛이랄까? 

좋아하는 일에 열정과 진심을 다하는 일

얼마후, 재방문하려 알아보던 중 새로운 소식을 발견했다. 이번엔 직접 두부 매거진까지 발행했다고 한다. 두부를 활용한 다양한 레시피와 인터뷰를 실었다는데 이것 역시 소량으로 제작돼 발 빠른 손님만 가져갈 수 있다고 했다.

심심한 두부의 맛을 끊임없이 연구하고 파고드는 이들 부부를 보니 존경의 박수를 쳐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일에 열정과 진심을 다하는 일, 쉽지 않은 그 일을 어디선가 묵묵이 해나가고 있는 이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왠지 큰 기쁨과 위안이 됐다.

가게 사장님은 사랑하는 수제두부를 더 많은 이들에게 알리고자 가게를 열었다고 했다. 하루의 대부분을 거의 두부 생각만 하신다는데, 요즘 세상에도 이런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신기했던 게 사실이다. 보통은 어느 나이가 되면 꿈과 현실을 타협하게 되지 않나. 자극적인 맛이 넘쳐나는 세상에 이분들은 어떤 이익보다 즐거움을 쫒는 일이 먼저인 것 같았다.

나도 이들 부부처럼, 담백하고 고소한 진짜 인생의 맛을 알아가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상한 두부가게여, 부디 우리 동네에 깊이 뿌리내려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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