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열이란 뮤지션이 있다. 지난 주 'Run(런)'이란 음원을 공개, 올해만 4곡을 발표하며 활발한 창작활동을 펼치고 있는 싱어송라이터다. 아직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고등학교 1학년 때였던 2000년대 중반부터 몇 년 동안 여러 클럽 및 각종 라이브 무대에서 자신이 쓴 랩 가사를 토해내며 랩퍼로 성장하던 유망주였다.

이보다 앞선 2000년부터 2003년까지 초등학교를 다녀야 할 무렵 부모님의 직장문제로 미국 하와이에서 살아야 했던 최규열. 아시아 사람을 무시하는 학교 내 일부 급우들 때문에 인종차별을 경험해야 했고, 감성적으로 민감할 수 없는 시기를 겪었던 그는 에미넴 등 힙합음악을 들으며 랩을 알게 됐다. 어린 나이에도 탁월한 재능을 보였던 최규열의 랩 실력은 힘든 학교생활을 이겨낼 수 있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 그가 가려고 하는 길은 랩퍼가 아닌 힙합비트와 멜로디, 가사를 스스로 모두 창작해 보컬까지 하는 싱어송라이터다. 비록 뒤늦게 변화를 시도한 면도 없지 않지만, '솔직하고 담백한, 때로는 꾸밈없고 담담한' 자신의 이야기에 공감할 사람들이 있을 거란 긍정적 사고가 뮤지션 최규열이 원하는 결과로 이어졌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만의 음악색깔을 지닌 뮤지션으로서 많은 사람들에게 오랫동안 인정받고 싶다는 최규열. 지난 19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정발산동 소재한 음악연습실에서 그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힙합뮤지션 최규열

힙합뮤지션 최규열 ⓒ 최규열

"인종차별, 랩 음악에 빠지는 계기 돼"

- 최규열은 어떤 뮤지션인가?
"힙합음악을 하는 싱어송라이터다. 먼저 듀오로 2017년 4월 첫 음원 발매를 시작으로 올 초까지 3곡의 랩 음악을 발표했었다. 랩퍼가 아닌 보컬리스트로서 음악작업을 하고 싶었고 1년 8개월 정도의 준비기간을 가졌다. 오롯이 내가 만든 비트로 내 곡을 세상에 선보이고 싶었고, 지난 3월 30일 '섬'이란 노래로 첫 단추를 꿰었다."

- 지난 주 신곡을 공개했다.
"'Run(런)'이란 제목의 노래다. 그리 긴 인생은 아니지만 돌이켜보니 뭔가에 계속 쫓기며 살았다는 생각이 어느 순간 문득 들었다. 내가 앞으로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살고 멈춤 없이 나아가기 위한 다짐을 담은 곡이다."

- 어떤 사람들에게 이 곡을 들려주고 싶나?
"자기 인생의 주인이 되지 못해 살고 있는 지인들이 더러 있다. 더 이상 쫓기지 말고 자신을 위한 미래의 삶을 찾고자 하는 분들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노래란 생각이다."

- 올해 음원활동이 활발한 편이다.
"그런가?(웃음) 앞부분에서 잠깐 소개한 '섬'은 혼자 음악을 만들고 배우면서 겪었던 '외로움'을 표현한 곡이고, 5월에 선보인 'Me(미)'와 'U(유)'는 나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과 모습을 음악으로 그리고 싶었다. 'U'에서는 상대방을 통해 나를 발견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내가 아닌 것을 알게 되는 내용을 담았다.'Me'는 '나답게 사는 것이 답이다!'란 이야기를 음악으로 표현한 곡이다."

- 추구하는 음악 스타일은?
"'최규열 음악은 듣기 편해!'란 이야기를 많이 듣고 싶다. 누군가의 플레이리스트에 내가 만든 곡들이 선정됐으면 기분이 좋을 것 같다. 그런 곡들을 꾸준히 창작하고 발표하는 것이 기본적 스타일이자 방향이다."

- 언제부터 음악인이 되고 싶다는 꿈을 가졌나?
"우선 아버지의 영향이 크다. 재즈와 팝을 사랑하는 분이라 자라면서 음악은 항상 곁에 있었다. 그리고 초등학교 나이 때였던 2000년부터 4년간 미국 하와이에서 살았는데 인종차별을 심하게 겪은 시기가 있었다. 그때 나를 위로해줬던 음악이 랩 힙합이었고, 열심히 듣고 따라하며 일정 수준에 올라 학교 경연대회에서 멋진 랩을 선보이면서 친구들과의 관계도 좋아졌던 기억이 떠오른다.(웃음)"

- 가장 영향을 준 뮤지션이 있다면?
"재즈 아티스트 쳇 베이커(Chet Baker)와 힙합의 지존 에미넴(Eminem)이다. 재즈와 힙합음악을 접할 때 가장 먼저 들었던 분들이었고, 두 사람 모두 멀티 플레이어로서 내가 가고자 하는 음악인의 길을 제시해 줬다."

"랩 대신 선택한 보컬, 내 음악에 집중할 수 있어"

- 가장 처음 섰던 무대는?
"2006년 고등학교 1학년 때였다. 힙합 크루의 일원으로서 잘 알려진 곡의 비트에 내 파트의 랩 가사를 직접 써서 관객들 앞에 섰는데, 긴장도 됐지만 무대에 가득 모인 관객들의 여러 얼굴을 보면서 '내가 서 있어야 할 곳은 여기구나!'란 생각을 했다. 이후 2010년까지 라이브 공연을 꾸준히 했다."

- 랩 대신 보컬 음악을 하게 된 이유는?
"워낙 잘하는 뮤지션들이 많을 정도로 우리나라 랩 시장은 이미 오래 전 상황 평준화돼 있었고, 꽤 긴 시간 랩을 안했기에 그런 환경에 적응해 따라갈 자신이 솔직히 없었다. 그리고 트렌디한 랩 비트에 따라 갈 수 없는 영역이 됐다. 그래서 내가 창작하고 잘 표현해 낼 수 있는 '나만의 비트'를 만드는 곡 작업에 꽤 긴 날들을 할애해 노래를 발표했고, 앞으로도 계속 연구하고 배우려 한다."

- 현실적으로 어려움은 없나?
"당연히 있을 수밖에 없다.(웃음) 음악을 아예 놓지는 않았지만 바리스타로서 직장생활을 수년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음악에 대한 애정과 갈증이 해소가 안됐기에 직장을 그만두고 음악에 전념하면서 경제적인 어려움도 생겼다. 다행스럽게도 예전에 같이 힙합을 했던 형들이 지원을 꾸준히 해줬고, 나도 아르바이트를 계속 하면서 곡 작업을 계속 하고 있다."

"뮤직비디오로 최규열의 음악 더 표현하고 싶어"

- 솔로 아티스트로서 완성된 결과물들을 음악시장에 내놓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아직까지 만족한다. 내가 생각했던 대로 진행되고 있어서 그런 것 같다. 물론 대중음악을 하는 뮤지션이라 성공에 대한 욕심과 의지도 없지 않다. 그런 작품을 발표할 수 있도록 열심히 달릴 거다.(웃음)"

- 준비 중인 계획을 알려 달라.
"'우선 '런'이 많은 분들에게 알려졌으면 하고 10월 또는 11월에 신곡 발표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두 곡 모두 뮤직비디오를 제작해 영상물로도 음악을 소개하는 것이 가장 큰 소원이다.(웃음)"

- 10년 뒤 최규열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면?
"언젠가 음악카페에 갔을 때 그룹 퀸(Queen)의 노래가 흐른 뒤 이어서 어떤 뮤지션의 곡이 나올 지 기대감이 없어진 경험이 있다. 10년 뒤 어느 카페에 최규열의 노래가 들려진 후 내 음악에 압도돼 다음 노래에 대한 생각을 할 수 없는 사람들이 다수였으면 좋겠다. 그런 노래를 발표한 아티스트로 기억됐으면 좋겠다."
최규열 RUN U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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