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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연 많은 아침상
 사연 많은 아침상
ⓒ 서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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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고 남편, 자식을 위해 요리하다보니 국 하나를 끓이고 반찬 하나를 만들어도 정성을 쏟게 된다. 엄마로부터 집밥이 주는 힘이 얼마나 위대한지 알고 자랐기에 내 나름의 손맛을 내고 싶은 거다. 오늘 아침상도 나름의 정성과 손맛을 가득 담아 차려냈다. 그런데 차려놓고 보니 어째 사연이 참 많다.

갈치구이

며칠 전 친정에서 손주 먹이라고 갈치 한 박스를 보내주셨다. 사실 남편도 갈치를 좋아하는데 내가 생선 비린내를 싫어해서 결혼하고 갈치가 식탁에 올라오는 날은 손에 꼽았다.

그런데 22개월 된 아들이 잘 먹으니 비린내고 뭐고 매일 아침 신나게 생선을 굽게 되더라. 갈치를 굽다가 문득 우리 어머님도 이런 마음이셨겠구나 싶었다. 시댁에 갈 때마다 어머님은 고등어구이며 갈치구이며 생선구이를 꼭 내오셨다.

현란한 젓가락질로 생선 가시를 발라내며 밥 두 그릇을 뚝딱 해치우는 남편을 보면서 어머님은 얼마나 기분이 좋으셨을까. 어쨌든 아들 덕분에 남편도 갈치구이를 배불리 먹었으니 된 거겠지?

소고기미역국

소고기 듬뿍 들어간 미역국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메뉴다. 주방 수납장에 완도 미역이 그득그득 차 있어야 마음이 편안하다. 산후조리 때 남들은 미역국을 매일 먹어야 해서 질린다고 하는데 나는 신나게 먹었다. 너무 맛있어서..

결혼하고 내 첫 생일에 남편이 미역국을 끓여줬는데 아마 평생 잊지 못할 거다. 미역국에 고추와 감자가 둥둥 떠 있는 것이다. 난 소고기 듬뿍 들어간 미역국이 좋은데... 땀 뻘뻘 흘리며 끓여준 정성을 봐서 아무 소리 안 하고 묵묵히 먹었다.

고구마순 김치​

​매년 여름이면 엄마가 꼭 담그는 김치. 전라도식 고구마순 김치다. 엄마가 김치 담그면서 맨날 하는 말이 있다. 이거 담그다가 진통이 와서 널 낳았다고. 그래서 내가 고구마순 김치를 잘 먹는다고. 난 이게 참 맛있는데 서울 사람들은 안 해 먹더라.

고구마순은 껍질을 일일이 까는 게 정말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라서 누군가 고구마순 김치를 담았다고 하면 그건 보통 정성이 들어간 게 아니다. 엄마는 그 힘든 걸 매년 여름마다 해서 시집간 딸에게 보내주신다.

이제 나도 슬슬 엄마한테 김장을 배워야 하는데 그중에서도 이 고구마순 김치는 꼭 배워 놔야 한다. 엄마 손맛이 날지는 모르겠지만.

​토마토 샐러드와 가지구이 ​

이곳 아파트로 이사 오면서 처음 사귄 친구에게서 배운 요리다. 우즈베키스탄에서 한국으로 시집온 그녀는 가끔 고향의 맛이 그리울 때마다 이 요리를 해 먹는다고 한다. 그녀의 집에 초대받아서 먹어보고 너무 맛있어서 남편에게 만들어줬다.

만드는 방법은 간단했다. 양파를 얇게 썰어 찬물에 담가 매운 기를 빼고, 소금 후추 매실액기스 조금 넣고 토마토에 버무리면 끝. 가지는 그냥 썰어서 구웠을 뿐인데 쫄깃하고 고소하다. 나도 그녀에게 한국요리를 가르쳐줘야겠다.

​어쨌거나 차려놓고 보니 참 사연 많은 아침상이 됐다. 괜히 혼자 뿌듯해서 사진을 찍어 친정엄마에게 보냈다.

"엄마, 나 이렇게 잘 차려 먹고, 잘 지내고 있어요. 걱정마세요."

물론 이 말은 쑥스러워 보내지 못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저의 브런치에도 게재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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