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의 공격수 김지현이 전북전에서 멀티골을 터뜨리며, 팀 승리를 견인했다.

강원의 공격수 김지현이 전북전에서 멀티골을 터뜨리며, 팀 승리를 견인했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점유율 축구만이 능사는 아니었다. 강원이 평소의 축구 철학을 버리고 효율성을 극대화한 전술로 갈 길 바쁜 전북의 앞 길을 가로막았다.
 
강원은 30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0' 18라운드 전북 원정 경기에서 2-1로 승리했다.
 
이로써 강원은 5승 6무 7패(승점 21)를 기록, 6위로 올라섰다. 전북은 13승 2무 3패(승점 41)에 그치며, 1위 울산(승점 45점)과의 승점차가 4로 벌어졌다.
 
전북-강원, 전반 답답했던 공격 전개
 
전북은 4-1-4-1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최전방에 구스타보가 섰고, 2선에 이성윤-김보경-이승기-바로우가 포진했다. 수비형 미드필더에는 손준호, 포백은 이용-김민혁-최보경-이주용, 골키퍼 장갑은 송범근이 꼈다.
 
강원은 3-4-3을 꺼냈다. 전방에 조재완-고무열-정석화를 두고, 중원에 김경중-이재권-신세계-신광훈이 배치됐다. 스리백은 김영빈-임채민-이호인, 골문은 이범수가 지켰다.
 
경기 초반 강원은 자신들의 기조인 후방 빌드업을 통해 전북에 맞섰다. 전북은 최대한 라인을 윗 선으로 끌어올리며 전방에서 압박을 가했다. 하지만 압박이 풀릴 경우 원톱 구스타보까지 하프 라인 밑으로 내려와 수비에 가담했다.
 
강원은 왼쪽 스토퍼 김영빈마저 공격에 나설만큼 적극적인 공세를 펼쳤다. 수비시 5-4-1 포메이션으로 전환하며 전북의 강점인 측면 봉쇄에 신경썼다. 이러한 강원의 일사분란한 압박을 풀어내는데 어려움을 겪은 전북이었다.
 
강원 역시 공격 작업에 있어 미흡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전북에 볼 점유율에서 열세를 드러냈다. 김병수 감독이 추구하는 볼 점유율과 세밀한 축구를 좀처럼 구현하지 못했다.
 
전북은 전반 중반 이후 서서히 결정적인 기회를 양산하기 시작했다. 전반 27분 손준호의 스루패스가 강원 수비 배후로 들어갔고, 이주용의 크로스에 이은 구스타보의 슈팅이 이범수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전반 29분에는 이성윤이 강원의 횡패스를 빠른 압박으로 탈취한 뒤 단독 돌파에 이은 오른발 슈팅을 시도했으나 이번에도 이범수 골키퍼 손에 걸렸다.
 
좌우 윙어 바로우, 이성윤의 위치를 바꾸며, 활로를 열고자 한 전북의 노력은 수포로 돌아갔다.
 
'조커' 김지현, 중요한 승부처에서 멀티골 작렬… 강원 7경기 만에 승리
 
전북의 모라이스 감독은 후반 시작하자마자 이성윤 대신 한교원을 교체 투입했다.
 
후반 초반 강원은 점유율과 세밀한 플레이 대신 빠른 전환과 역습으로 슈팅 기회를 생산했다. 후반 3분 김경중의 중거리 슈팅은 송범근 골키퍼가 손을 뻗어 쳐냈다. 후반 14분에는 대각선 롱패스를 통해 오른쪽 윙백 신광훈으로부터 기회가 찾아왔지만 마무리 슈팅의 정확도가 떨어졌다.
 
전북은 후반에도 전방 압박의 강도를 늦추지 않았다. 이범수 골키퍼는 센터백에게 패스를 전달하지 않고, 미드필더와 공격수를 향해 길게 처리했다.
 
마침내 강원은 후반 30분 결실을 맺었다. 빠르게 전북 진영으로 긴 패스를 투입했고, 김지현이 페널티 아크에서 감각적인 왼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전북은 후반 42분 기사회생했다. 쿠니모토가 올린 크로스를 한교원이 머리로 떨궜다. 중앙에서 구스타보의 슈팅이 이호인 다리로 막혔지만 한교원이 빈 골문으로 밀어넣으며 동점을 만들었다.
 
그러나 강원은 포기하지 않았다. 후반 47분 고무열의 슈팅이 송범근 골키퍼에 막히고 흘러나온 공을 김지현이 마무리지었다.

절실한 쪽은 강원이었다. 결국 강원은 6경기 연속 무승에서 탈출하며, 모처럼 승점 3을 챙겼다. 

전술 변화로 반등한 강원… 전북, 우승 전선 먹구름
 
최근 기세만 놓고 보면 전북의 무난한 승리가 예상됐다. 전북은 리그 5연승을 질주한 반면 강원은 6경기 무승(4무 2패)로 최악의 부진을 거듭했다. 최근 강원 김병수 감독의 '병수볼'에 대한 비판론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항상 높은 볼 점유율로 경기를 주도하고도 정작 결과를 내지 못한다는 게 비판의 골자였다.
 
연이은 하락세로 인해 강원은 중하위권으로 내려앉으며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강원은 전북을 상대로 힘없이 무너지지 않았다. 전북이 자랑하는 외국인 듀오 구스타보, 바로우의 활약이 평소만 못했다. 강원은 5-4-1 포메이션으로 전북의 측면 공격을 대비했고, 구스타보로 향하는 패스를 사전에 차단하고자 중앙 미드필더들의 위치를 밑으로 조정했다. 바로우의 측면 돌파은 다소 무기력했고, 구스타보의 골 결정력도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관건은 공격이었다. 강원은 전반 초반 후방 빌드업이 막히면서 불안감을 노출했으나 후반 들어 점유율을 버리는 대신 좀 더 간결하고 효율을 극대화하는 축구로 해법을 찾았다. 2골 모두 이러한 패턴에 의해 만들어졌다.

상대 페널티 박스에서 짧은 패스가 아닌 긴 패스, 빠른 역습, 과감한 슈팅을 시도하는 모습은 평상시 강원의 색깔과는 상반된 플레이였다.
 
이전까지 강원은 공격수들이 슈팅을 지극히 아끼는 모습이 많았기 때문이다. 세밀하게 만들어가겠다는 강박관념이 오히려 강원의 발목을 잡았다. 그러나 때로는 경기 상황에 맞는 유연함이 필요했는데, 강원은 비로소 승리하는 법을 터득했다.
 
그리고 김병수 감독의 용병술이 완벽하게 맞아 떨어졌다. 후반 교체 투입한 김지현이 최전방에 포진함에 따라 고무열이 오른쪽으로 이동한 이후 강원의 공격은 더욱 활발하게 풀렸다. 김지현은 후반 30분 환상적인 왼발 감아차기 득점에 이어 후반 추가 시간에도 정확한 위치선정으로 결승골을 터뜨렸다.
 
강원은 리그 7경기 만에 승리를 챙기며 다시 반등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상위 스플릿의 마지노선인 6위권 진입에 성공했다.

이에 반해 전북은 강원만 만나면 작아지고 있다. 지난 4라운드에서 0-1로 패한 전북은 홈 경기로 펼쳐진 18라운드 리턴매치에서도 강원에 덜미를 잡혔다. 올 시즌 3패 중에 강원에게만 두 차례 패배를 당했다. 또, 전북의 올 시즌 첫 번째 홈 패배였다.
 
무엇보다 이번 패배는 우승을 노리는 전북에 있어 치명적이다. 울산은 전북에 승점 4점차로 앞서나가며 선두를 굳건히 했다. 시즌 종료까지 겨우 9경기를 남겨두고 있는 상황에서 전북의 우승 전선에 적신호가 켜진 것은 분명하다.

하나원큐 K리그1 2020 18라운드 (2020년 8월 30일, 전주월드컵경기장)
전북 현대 1 - 한교원 87'
강원 FC 2 - 김지현 75',92+'
 
선수명단
전북 4-1-4-1/ 송범근/ 이용, 김민혁, 최보경, 이주용/ 손준호/ 이성윤(45'한교원), 이승기(69'쿠니모토), 김보경, 바로우(79'조규성)/ 구스타보
 
강원 3-4-3/ 이범수/ 이호인(89'이영재), 임채민, 김영빈/ 신광훈, 신세계, 이재권, 김경중/ 정석화, 고무열, 조재완(65'김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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