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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북 영주 무섬마을에서 보는 '느린 우체통'이 정겹다.
 경북 영주 무섬마을에서 보는 "느린 우체통"이 정겹다.
ⓒ 정만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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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3년 9월 3일 러시아 소설가 투르게네프가 65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투르게네프는 〈아버지와 아들〉 등을 남긴 세계적 대문호로 1818년에 태어났다. 그는 1828년에 태어난 톨스토이보다 10년 연상이지만 대략 동년배라고 할 수 있다.

투르게네프에게 따라다니는 가장 유명한 두 가지 일화를 살펴본다. 첫째는 그가 34세에 쓴 단편집 〈사냥꾼의 수기〉와 관련되는 것이다. 알렉산드르 2세는 농노들의 생활상을 따뜻한 시선으로 묘사한 투르게네프의 〈사냥꾼의 수기〉를 읽고 농노 해방을 결심했다고 한다(주1). 글의 사회적 영향력을 말해주는 이 이야기는 언제나 시인·작가들을 긴장시킨다.

러시아 농노 해방에 이바지한 투르게네프의 소설

두 번째 일화는 그가 톨스토이에게 보낸 편지와 관련되는 것이다. 투르게네프는 톨스토이보다 27년 일찍 타계했는데, 임종을 앞두고 톨스토이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당시 톨스토이는 10여 년에 걸쳐 작품 활동을 중단하고 있었다. 투르게네프는 톨스토이에게 편지를 보내어 창작 재개를 촉구했다.

편지를 받은 톨스토이는 다시 붓을 들었고, 그 이후 〈부활〉과 〈이반 일리치의 죽음〉 등의 명작을 남겼다. 투르게네트가 톨스토이에게 보낸 그 편지는 지금 모스크바의 톨스토이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고 한다. 

투르게네프는 본래부터 편지를 많이 썼다. 그가 세상을 떠나고 난 뒤 총 스물여덟 권이나 되는 <투르게네프 전집>이 발간되었는데, 그 중 열세 권이 편지 모음이라고 한다. 투르게네프가 톨스토이에게 소중한 편지를 보낸 사실과, 그가 책으로 열세 권 분량이나 되는 편지를 남겼다는 사실을 돌이켜보며 '편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아주 오래 전부터, 언제부터 그랬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편지함에서 일반 편지를 받아보는 일이 거의 없다. 드문드문 청첩장이 오는데 그것도 아주 희귀하다. 청첩장도 모바일 시대다. 요즘은 코로나19 관계로 '지원금 신청 방법 안내' 같은 것이 꽂혀 있다.
 아주 오래 전부터, 언제부터 그랬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편지함에서 일반 편지를 받아보는 일이 거의 없다. 드문드문 청첩장이 오는데 그것도 아주 희귀하다. 청첩장도 모바일 시대다. 요즘은 코로나19 관계로 "지원금 신청 방법 안내" 같은 것이 꽂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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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 전부터, 시작 시점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편지함에서 일반 편지를 받아보는 일이 거의 없어졌다. 어쩌다 오는 규격봉투 크기의 우편물은 대체로 청첩장인데, 그것도 '가뭄에 콩 나듯' 수준이다. 청첩장도 모바일 시대답게 '휙' 날려버리고 마는 것이 요즘의 세태이다. 

청첩장 아닌 규격봉투 우편물이 오는 날도 있지만, 반가움에 들떠 발신인을 확인해보면 사람이 아니라 단체거나 회사다. 우표도 없다. '요금 별납'이라는 글자를 아예 봉투 오른쪽 윗부분에 인쇄해 놓았다. 행사 참석이나 물건 구입 안내가 목적이니 응당 그렇게 할 일이다.

근래는 코로나19와 관련하여 '지원금 신청 방법 안내' 등의 글자가 겉에 커다랗게 박힌 규격봉투가 우체통 안에서 발견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편지가 아니다. 통장 아니면 임시 직원이 동사무소의 의뢰를 받아 직접 꽂아 놓은 문서일 뿐이다. 우편배달부가 놓고가야 진짜 편지다.
 
 요즘 개인 사이에 오가는 편지는 보기가 어렵다. 단체에서 '요금 별납'을 인쇄하여 우표도 붙이지 않고 대량으로 보내온 것이 대부분이다.
 요즘 개인 사이에 오가는 편지는 보기가 어렵다. 단체에서 "요금 별납"을 인쇄하여 우표도 붙이지 않고 대량으로 보내온 것이 대부분이다.
ⓒ 정만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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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4년 우정총국이 발족하면서 체전부(遞傳夫)가 생겼다. 그 이전까지는 우편배달부에 해당하는 직업이 없었다. 신분사회였으므로 종을 시키거나, 아니면 나의 서한을 받을 이가 있는 곳 또는 그 인근에 가는 사람에게 부탁해서 전했다. 그것을 흔히 인편(人便)이라 했다.         

물론 발신인이 편지를 상대에게 직접 건네는 경우도 있었다. 김시습의 <금오신화> 중 한 편인 한문소설 〈이생규장전〉에 그런 사례가 등장한다. 개성 낙타교 인근에 사는 18세 이생은 공부하러 오가던 중 높은 담장 너머에서 들려오는 17세 최랑의 시 읊는 목소리에 혹한다. 이생은 편지에 돌을 매달아 담 안으로 던지고, 그 이후 두 사람은 정인(情人) 사이로 발전한다.

그래도 이런 일은 비교적 드물었다. 당 태종이 모란꽃 그림을 신라로 보낸 때든, 진덕여왕이 〈태평송〉을 지어 당 고종에게 보낸 때든 사신이라는 이름의 인편이 있었다. 전쟁 중에도 마찬가지였다. 1592년 5월 25일 1만8천 명이나 되는 대군을 이끌고 동래성 앞에 당도한 일본 침략군 선봉대장 고니시 유키나(小西行長)는 군사의 손에 "싸우려면 싸우고(戰則戰矣) 싸우지 않으려면 길을 빌려달라(不戰則假道)"라는 편지를 들려보냈다. 부사 송상현도 군사 편으로 "싸워서 죽기는 쉬우나(戰死易) 길을 빌려주기는 어렵다(假道難)"는 답신을 보냈다.

편지 안 쓰는 지금 시대, 사고력 저하가 우려된다

편지는 산문이다. 즉 편지를 많이 쓰면 사고력과 문장력이 향상된다. 뿐만 아니다. 편지에는 상대가 있으므로 타인의 처지와 입장을 배려하는 훈련이 된다. 인성교육에 큰 도움이 된다는 말이다.

하지만 요즘은 손전화기로 단어나 지극히 짧은 문장을 주고받는 것이 습관이자 관습이 되었다. 깊이 생각하지 않고 살아가는 삶이 일반화된 것이다. "생각하는 백성이라야 산다"는 함석헌 선생의 가르침을 생각하면 우리 사회는 앞날이 어둡다.

국민연금공단이 65세 이상 '어르신'들께 보내는 편지도 참고할 만하다. 편지는 건강한 노후를 위해 세 가지 '즐길 것'이 있다고 안내한다. "일 주일에 3번 이상 걸으세요, 생선과 채소를 골고루 챙겨 드세요, 글을 부지런히 읽고 쓰세요"가 그것이다. 글쓰기와 책읽기가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뜻이다.
  
편지쓰기가 일상화되어야 한다. 본인에게도 좋고, 사회에도 좋은 일이다. 두루 좋은 일을 왜 하지 않는단 말인가?
 
 국민연금공단은 65세 이상 '어르신'들께 보내는 편지에 건강한 노후를 위해 '즐길 것' 세 가지를 '권'하고 있다. 첫째, "일 주일에 3번 이상 걸으세요"라며 꾸준하고 규칙적인 운동을 권한다. 둘째, "생선과 채소를 골고루 챙겨 드세요"라며 올바른 식사를 권한다. 셋째, "글을 부지런히 읽고 쓰세요"라며 일상적인 독서를 권한다. 셋째의 제목은 '독서'이지만 내용을 보면 글쓰기와 독서다.
 국민연금공단은 65세 이상 "어르신"들께 보내는 편지에 건강한 노후를 위해 "즐길 것" 세 가지를 "권"하고 있다. 첫째, "일 주일에 3번 이상 걸으세요"라며 꾸준하고 규칙적인 운동을 권한다. 둘째, "생선과 채소를 골고루 챙겨 드세요"라며 올바른 식사를 권한다. 셋째, "글을 부지런히 읽고 쓰세요"라며 일상적인 독서를 권한다. 셋째의 제목은 "독서"이지만 내용을 보면 글쓰기와 독서다.
ⓒ 국민연금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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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1) 네이버 지식백과 〈투르게네프〉 : 이 책(〈사냥꾼의 수기〉)이 미래의 황제인 알렉산드르 2세에게 강한 인상을 주어 농노제도의 폐지를 결심케 하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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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한인애국단><의열단><대한광복회><딸아, 울지 마라><백령도> 등과 역사기행서 <전국 임진왜란 유적 답사여행 총서(전 10권)>, <대구 독립운동유적 100곳 답사여행(2019 대구시 선정 '올해의 책')>, <삼국사기로 떠나는 경주여행>,<김유신과 떠나는 삼국여행> 등을 저술했고, 대구시 교육위원, 중고교 교사와 대학강사로 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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