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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당에서 실시한 2차 재난지원금 지급 설문조사.
 기본소득당에서 실시한 2차 재난지원금 지급 설문조사.
ⓒ 기본소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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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재난지원금 지급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질문을 던지자 대답이 쏟아졌다. 지난 3일 오후 10시 기준 찬성 96%(1016명), 반대 4%(41명). 기본소득당에서 진행한 간단한 페이스북 설문조사였다. 사유를 기입하는 공란에는 수많은 사연들이 쏟아졌다.

"1차 코로나 때 잃었던 직장을 또 잃었습니다."
"계속 코로나가 터지니깐 애들 둘 키우는데 너무 힘들어요."
"많이 힘듭니다. 월급쟁이인데 일도 못하고 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인원 감축하려고 눈치주고 구박하고 감시하고. 그래서 자진해서 나왔습니다."
"어깨 팔도 골절이 돼서 직장을 못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햇살론 대출을 받았습니다."


모든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해야한다는 주장이나 개인별로 지급해야한다는 주장도 적지 않았다.

"국민 모두에게 지급해야 합니다."
"선별지급은 절대 반대."
"이번에는 세대주만 말고 세대원들도 같이 받을 수 있게 도와주세요. 너무 힘이 듭니다."
"모두가 공평하게."
"가족이랑 같이 안 사는 '자취러들'도 받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엔 개개인이 받을 수 있게 해주셨으면 합니다. 그래야 개인의 꼭 필요한 부분에 쓰일 것이고."


 
기본소득당에서 올린 재난지원금 지급 찬/반 설문조사에서 나온 응답 중 일부.
 기본소득당에서 올린 재난지원금 지급 찬/반 설문조사에서 나온 응답 중 일부.
ⓒ 신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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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지원금 도입 찬성 입장을 쓴 사람들 중에 사유를 쓰지 않은 이들은 극히 드물었다. 종이 한 바닥을 다 덮을 정도로 구구 절절한 사연과 눈물 없이는 읽을 수 없는 사연들도 많았다. 대리운전 기사, 직장인, 알바, 아이를 키우는 엄마, 학생, 자영업자, 기초수급자, 장애인, 10대에서 60대까지 설문에 참여한 사람들은 다양했다. 그들은 다양한 이유로 재난지원금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코로나 이후 7개월, 우리는 다시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예상하지 못한 재난은 모두에게 한순간 쏟아졌고, 삶은 다각도로 무너지기 시작했다. 돌봄 센터가 문을 닫고 여성들은 직장이 아니라 집으로 돌아갔다. 자영업자들은 파산하기 시작했으며, 수많은 사람들이 직장을 잃었다.

코로나19는 '예외적'이라는 단어를 한순간 '하루아침에'로 바꾸었다. 요즘 사람들은 예외적으로 직장을 잃고, 예외적으로 가난해졌으며, 예외적으로 아프고, 예외적으로 파산하는 것이 아니라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고 하루아침에 가난해졌으며 하루아침에 아프고 하루아침에 파산했다. 그래서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위기는 '누구의 것'이 아닌 '모두의 것'이 되었다. 이 모든 사연들은 결코 경중을 따질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 원래 인간은 다섯 손가락을 깨물면 선별적으로 아픈 것이 아니라 모두 공평하게 아픈 법이다.

돌아오는 6일, 2차 재난지원금 도입에 관한 당정청 협의의 결과가 공개된다. 벌써부터 재난지원금이 선별적으로 지원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가 들려오고 있다. 여당 내부에서는 고용취약계층과 수해 피해자, 자영업자, 실직자 등을 우선 지원대상으로 검토 중이다. 이에 따라 이번에는 소득 기준이 아니라 '맞춤형 지급' 즉, 피해를 가장 많이 본 사람들에게 재난지원금이 지급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코로나19로 가장 피해를 본 국민을 선별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효과적이지도, 정의롭지도 않다. 이미 1차 재난지원금 지급 과정에서 선별 지급은 보편 지급보다 느리고, 명확한 기준을 세우기 어렵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피해의 정도를 고려한 재난지원금 선별 지급은 소득 기준을 근거로 재난지원금 선별 지급 방식보다 오히려 더 임의적일 수밖에 없다.

선별지급이 옳다는 주장의 이유로는 재정건전성의 위기가 올지도 모른다는 점과 선별 복지가 더욱 정의롭다는 점이 제시되었다. 그러나 바로 그 지점들이 반박되었기에 1차 재난지원금이 심사 없이 모든 가구에게 지급될 수 있었다. 재난지원금 도입 이후에도 우리나라는 재정건전성 순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8위에서 5위로 올랐고, 재정 수지 비율은 24위에서 2위로 올랐다. 이러한 수치는 타국에 비해 우리나라가 너무나 인색하게 코로나19 관련 재정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반영한다.

 
2020 OECD 경제 전망표 재구성. 한국은 경제 전망이 OECD 국가들 중 매우 높은 편이다.
 2020 OECD 경제 전망표 재구성. 한국은 경제 전망이 OECD 국가들 중 매우 높은 편이다.
ⓒ 기본소득당 정책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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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에서 함께 살아남기 위해서는 모두의 힘이 필요하다. 어떤 국민이 더 고통스러웠는지 나누고 선별하는 절차는 필연적으로 국민을 줄 세우고 분열하게 만든다. 전 국민이 힘을 모아 코로나19를 이겨내야 하는 시기, 정치가 국가의 도움을 받을 만한 국민을 판별하고자 시도한다면 대한민국은 결코 코로나와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

네 피해가 큰지, 내 피해가 큰지 경쟁하게 만드는 국가 속에서 함께 행복하기란 하늘에 떠 있는 별을 따는 것보다 어렵다. 경쟁의 정치가 아니라 상생의 정치만이 지금의 위기를 해결할 수 있다. 그 시작은 재난지원금은 선별하지 않고 모두에게 지급하는 일이 되어야 한다.

재난지원금 선별 지급에 대한 논의가 한참인 지금, 재난지원금 보편 지급을 주장하는 청원이 공개되었다. 이 글을 읽는 많은 분들의 동참을 기원한다.

재난지원금 보편 지급을 요구하는 국민 청원 하러 가기

덧붙이는 글 | 기사를 작성한 신민주는 기본소득당 대변인입니다.


태그:#기본소득당, #재난지원금, #선별복지, #보편복지, #기본소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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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여성 정치에 관한 책 <판을 까는 여자들>과 <집이 아니라 방에 삽니다>를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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