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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라이프플러스 에디터만 아는 시민기자의, 시민기자에 의한, 시민기자를 위한 뉴스를 알려드립니다. [편집자말]
한 곳에서 오래 일해서 그런지, 나와는 다른 일터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사는지 궁금했다.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쓴 '업 에세이'에 유독 관심이 가는 이유다.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떤 고민을 하는지, 일하면서 생기는 갈등은 무엇인지, 어떻게 해결하는지 등등 책 한 권을 집어들 때마다 새로운 만남에 대한 기대가 있었다. 

그런데 딴짓이라니. '딴짓'을 이토록 예찬하고 부추기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딴짓'에 대해 이토록 정성스럽게 쓰고 고찰한 글도 처음이었다. '딴짓'이 얼마나 좋으면 <딴짓 좀 하겠습니다>라는 책까지 썼을까. 작가 박초롱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딴짓 좀 하겠습니다' - 나를 잃지도 않고 하고 싶은 일도 하고.
 "딴짓 좀 하겠습니다" - 나를 잃지도 않고 하고 싶은 일도 하고.
ⓒ 바다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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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좋아하는 일은 모두 딴짓이다'라고 생각한다지만 어쩐지 '나 지금 딴짓하고 있는데'라고 말하기는 조심스러운 게 사실이다. '딴짓'이라는 말에 담긴 뉘앙스 때문이다. '딴짓' 예찬론자답게 작가는 '딴짓'에 대해 전혀 다르게 말한다. 내 안의 고정관념을 무참히 밟아주었다.

하나. '딴짓을 하면 자신에 대해 알 수 있다.' 딴짓을 하면서 여러 경험을 하다 보면 정말로 자기가 어떤 일을 좋아하고, 어떤 일을 하면 기뻐하는지 알 수 있게 된다는 말이다.

둘. '딴짓을 하는 순간은 오롯하게 자신의 것이다.' 밥벌이하느라 보면 정작 자신을 위한 활동을 하기 어려운데, 딴짓을 하게 되면 소소할지언정 분명하게 그 시간에 대한 의미를 준다는 거다.

뭐야. 이런 딴짓이라면 나도 이미 하는 거잖아. 퇴근 후 글을 쓰면서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게 글 쓰는 일이라는 걸 알게 됐다. 잠을 적게 자도 피곤하지 않았고, 일이 많아도 감당할 수 있었다. 전과 달리 아이들 모습을 지켜보는 게 시간 아깝다고 생각되지도 않았다.

내 시간이 없다고 안달복달하지 않았다. 다 소중한 시간이고, 의미 있는 순간이었다. 이리 보고 저리 생각하면 다 내 글의 소재가 되는 것이었다. 일상 속에서 딴짓이 주는 에너지가 분명 있었다. 딴짓이 이런 거라면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작가도 물론 처음부터 '딴짓'을 도모했던 것은 아니다.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일이 뭔지를 알아가는 과정에 '딴짓'이 있었다. '딴짓'을 재발견한 거였다.

작가가 일을 하는 이유, 일을 선택하는 기준, 일을 하면서 갖게 된 태도 등에서 자기만의 시선으로 살아가려고 애쓰는 모습이 빛났다. 남들이 뭐라고 생각하든, 생각하는 대로 사는 것이 얼마나 자신을 단단하게 만드는지, 수수하게 빛나는 아름다운 삶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작가는 말한다. '우리말에 딴짓이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모두가 딴짓을 하는 것이 너무 당연해서 그런 말이 필요없어졌으면 좋겠다'며. 그런 말이 오기 전까지 작가는 이렇게 말할 거란다.

"딴짓 좀 해."

시민기자는 모두 프로딴짓러

그러고 보면 시민기자들은 대부분은 '프로딴짓러'들이었다. 장사를 마친 후 소상공인들이 고단한 몸을 이끌고 하루를 정산하는 마음으로 글을 쓰고, 하루 종일 아이들과 시달린 선생님들은 늦은 밤 책상에 앉아 가르치는 일 대신 글을 쓴다. 주부들은 육퇴(육아퇴근) 후 혼맥 대신 키보드를 두드리며 바닥까지 드러낸 자신의 육아를 돌아보며 글을 쓴다. 더 나은 내가 되고 싶어 한 자라도 더 쓴다.

카드배달영업직 노동자도, 연구원도, 고등학생도, 학교 밖 학생들도, 방송작가도, 광고 회사 직원도, 학원 강사도, 프리랜서 업종 등 모든 시민들이 본업이 아닌 일로 딴짓을 하는 공간이 바로 <오마이뉴스>였다. 그러니 그들이 쓴 글의 첫 번째 독자가 되는 나도 외칠 수밖에, "제발 딴짓 좀 하시라(제발 기사를 쓰시라)"고.

<딴짓 좀 하겠습니다> 이 책에는 딴짓을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는지, 작가가 직접 체득한 노하우가 가득하다(물론 6년 가까이 잘 다니던 대기업을 그만두고 작은 사회적 기업에서 보고 듣고 배운 것들뿐만 아니라 딴짓을 테마로 한 여러 사업들을 펼치면서 알게 된 것들까지 다채롭다). 시민기자를 딴짓으로 삼고 있는 이들이라면 이런 대목에 귀가 솔깃할 듯.
 
- 직업은 정체성이 아니라, 상태가 아닐까. 지금 한 직장에 있다고 해서 그것이 나를 결정짓는 것은 아니다. 외려 나를 표현하는 것은 내가 삶의 무게 추를 어디에 두고 있느냐다.

- 좋아하는 일을 꼭 하나만 밀고 나가야 할 필요는 없다. 그건 분명 생존에 도움이 되는 전략이긴 하지만, 우리의 목표가 생존만은 아니니 말이다.

- 자신의 가치를 밖에서 판단하게 내버려 두면 삶이 괴로울 수밖에 없다. 우리는 타인의 무심한 평가에 흔들리지 않을 든든한 자존감이 필요하다.

- 딴짓을 지속하게 하는 원동력은 의외로 소소한 인정에 있다. 커다란 성과 하나를 이루는 것보다 작지만 여러 번의 성공 경험을 쌓는 것이 전체 행복의 총량을 늘리는 데 좋다고 한다.

- 인심도, 여유도 곳간에서 생긴다. 딴짓으로 돈벌기를 기대하는 사람은 많지 않지만, 수익이 생긴다면 그것을 지속할 힘은 훨씬 커진다... 딴짓을 오래 하려면 딴짓으로 생긴 소소한 수익을 얻으려 노력하는 게 좋다. 적어도 언젠가는 이것으로 돈을 벌리라는 희망을 가지는 것도 도움이 된다.

박초롱 작가는 '프로딴짓러의 일기'를 <오마이뉴스>에 연재했다. 작가에게 "<오마이뉴스>에 사는이야기를 쓰면서 배운 게 있다면 뭐였나요?"고 이메일을 보내 물었다. 그는 시민기자를 염두에 두면 이렇게 말하고 싶다고 했다.

"첫 번째는, 내 이야기도 사람들이 보고 싶어 하는 콘텐츠가 될 수 있구나를 알게 된 거예요. 두 번째는, 꾸준히 쓰겠다고 약속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글쓰기 훈련이 되었어요. 기사는 일기장과는 다르게 다른 사람들이 모두 볼 수 있는 곳에 글이 올라가잖아요. 미숙한 글을 통해 내 부족한 점을 알게 되고, 동시에 이런 나의 부족한 점을 인정하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글쓰기 훈련이 되었어요. 글을 잘 쓰는 사람이 꾸준히 쓰는 게 아니라, 자신의 부족함을 견딜 줄 아는 사람이 글을 쓰게 되는 것 같아요."

작가는 이메일 맨 마지막에 '딴짓을 하며 글쓰기로 돈도 벌어 좋아요'라고 썼다. 원고료를 많이 못 드리는 게 늘 시민기자들에게 죄송한 일이었는데, 이런 소소한 수익이라도 딴짓에 도움이 된다고 말해주시니 송구할 뿐이다(아, 좋은 글에는 독자들이 직접 자발적 원고료도 줍니다).

그런데 이 말, 이거 어디서 들어본 말인데... 생각해보니 '시민기자'라는 딴짓으로 '돌(아서면)밥' 하는 주부의 일상에 활력이 생겼다며 조영지 시민기자가 한 말이었다. 그저 내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을 썼을 뿐인데, 원고료도 받는다고. 꾸준히 열심히 써서 모은 원고료로 노트북을 사겠노라고 말이다. 아, 딴짓해 본 사람들은 이미 다 아는구나. '소소한 수익'은 '딴짓'을 오래 하게 만든다는 걸. 부디 두 분 모두 오래 시민기자로 남아주시길요.

딴짓 좀 하겠습니다 - 나를 잃지도 않고 하고 싶은 일도 하고

박초롱 (지은이), 바다출판사(2020)


태그:#에디터만 아는 TMI, #시민기자, #박초롱, #딴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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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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