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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해 모두 발언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일부 보수 단체의 개천절 집회와 관련해 "개천절 집회 미루길 두 손 모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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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를 미루고 이웃 국민과 함께 해주시기를 두 손 모아 부탁드린다."
 
국민의힘이 오는 10월 3일 광화문에서 열릴 보수 기독교 단체의 대규모 집회를 만류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공식적으로 단체 행동의 유보를 요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광복절 광화문 집회 이후 코로나19 확진이 급증하고, 이에 대한 비판 여론이 국민의힘에 쏠렸던 것을 의식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절제 있는 분노가 오히려 더 많은 호응 얻을 것"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오는 10월 3일 개천절에 또다시 대규모 거리집회가 열릴 예정이라고 한다"라며 "1919년 스페인 독감으로 13만 우리 동포가 사망하고 온 나라가 패닉에 빠진 와중에도 애국심 하나로 죽음을 각오하고 3.1 만세운동에 나섰던 선조들이 생각돼 가슴이 뭉클하다"라고 추켜세웠다. "정치에 몸 담는 사람으로 죄송스러움조차 느끼고 있다"라고도 덧붙였다.

그러나 "하지만 이것만은 꼭 말해야겠다"라며 "지금은 국민이 일치단결해 코로나19를 극복하느냐 아니면 무너져 내리고 마느냐를 가늠하는 그야말로 절체절명의 시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장의 내일을 알 수 없는 이 순간, 부디 여러분의 집회를 미루고 이웃 국민과 함께해주시기를 두 손 모아 부탁드린다"라는 호소였다.

김 위원장은 "온 국민의 뇌리에 깊숙이 각인된 정권의 반칙과 국정파탄의 기억은 지워도 지워도 지워질 리 없다"라며 "저는 여러분의 절제 있는 분노가 오히려 더 많은 호응과 지지를 받아, 국민 속에서 익어갈 것이라고 확신한다"라고 강조했다. "정권의 과오는 그리 쉽게 도망칠 수 없다"라며 "오는 추석 명절과 개천절에는 정부의 방역 준칙을 꼭 준수해주기 바란다"라는 당부였다.

광복절 집회 학습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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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과 주호영 원내대표를 비롯한 비대위원들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일부 보수 단체의 개천절 집회와 관련해 "개천절 집회 미루길 두 손 모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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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의 이 같은 입장은 앞서 광복절 광화문 집회 때와 자연스레 비교된다. 김 위원장 등이 선제적으로 개천절 집회를 반대하는 건, 광화문 집회 당시의 '학습 효과' 때문으로 보인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 등이 주도한 광화문 집회 당시, 김진태‧민경욱 등 전직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국회의원이자 현 지역당협위원장들이 참여했다. 전광훈 목사의 '정치적 데뷔 무대'를 사실상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가 마련했던 점까지 상기되며, 당시 미래통합당에는 광화문집회 책임론이 크게 대두됐다. 

당시 김종인 위원장은 "전광훈 목사와 통합당은 관계가 없다"라며 "(일부 인사들의) 개별 참석까지 막나"라고 이야기했다. 여권에서 광화문 집회를 제1야당과 엮으려고 할 때마다 "유치한 정치"라며 불쾌한 내색도 드러냈다.

당의 공식 메시지도 엇갈렸다. 광화문 집회에 모인 이들의 대정부 비판은 지지하면서도, 코로나19 국면에서의 집단 행동에 대해서는 비판하는 식이었다. 이에 대해 당내 일부 인사는 "의리가 없다"라고 반발하기도 했다. 결국 '정치적 거리두기'에 실패하며 지지율 하락까지 겪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