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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오랜만에 종이신문을 읽을 기회가 있었다. 남편이 퇴근길에 가져온 것을 "이야, 종이 신문 정말 오랜만이네!"라며 훑어보고 있는데, 여섯 살 난 딸아이가 내 옆에 앉아서 한참을 신기하게 보더니 묻는다. "엄마, 그런데 엄마는 이거 처음부터 안 보고 왜 뒤에서부터 봐?" 전혀 예상치 못한 질문이었다.

"음… 그냥. 뒷부분이 재미있어서."
"그래? 그럼 이 신문은 앞에는 다 재미없는 것만 있는 거야?"
"아니, 그건 아닌데……"


딸의 예상치 못한 질문 공세에 당황해버린 나는 그날 하루 종일 머릿속이 복잡했다. 한해 한해 지날수록 아이들의 질문은 점점 수준이 높아졌고, 나는 질문에 대답을 얼버무리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위기감을 느꼈다. '곧 아이들에게 내 무식이 탄로 나겠구나.' 더 늦기 전에 부지런히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재미없다'고 느껴 건너뛰기 일쑤인 신문의 앞부분에는 '정치', '경제', '사회', '국제' 부분의 뉴스들이 있다. 그나마 '사회' 부분은 관심 있게 보는 편이지만, 나머지는 아예 쳐다보지도 않고 넘겨버린다. 읽어 봐도 무슨 말인지 이해도 잘 안 되고, 관심도 없고, 그러니 당연히 재미도 없다. 아이들이 잠든 밤에 그냥 넘겨버렸던 신문의 앞부분을 차례차례 찬찬히 펼쳐봤다.

일단 넓은 범위에서 시작해 서서히 좁혀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그러니까 일단 '국제' 면부터. 미국과 중국 사이 무역과 관련한 기사에 눈길이 갔다. 최근 몇 년 사이, 인터넷 뉴스나 신간 목록 같은 곳에서도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이슈였다. 배경지식 없이 기사만 봐서는 뭐가 어디서부터 어떻게 된 건지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다. 우선 해당 이슈에 대해 개념과 역사를 쉽게 설명한 교양서를 읽어볼 필요가 있었다.
 
 <세계사를 바꾼 15번의 무역전쟁>, 자오타오, 류후이 지음, 박찬철 옮김, 위즈덤하우스(2020)
 <세계사를 바꾼 15번의 무역전쟁>, 자오타오, 류후이 지음, 박찬철 옮김, 위즈덤하우스(2020)
ⓒ 위즈덤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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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오타오와 류후이가 함께 쓴 <세계사를 바꾼 15번의 무역전쟁>은 '춘추전국시대부터 팍스 아메리카나까지' 굵직굵직한 세계 무역전쟁의 역사를 이해하는 데 좋은 입문서다.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춘추전국시대 한(漢) 나라 때 처음 시작된 '호시(互市) 무역'에서부터 시작해 '향료 무역', 네덜란드의 흥망성쇠, 승승장구하던 나폴레옹이 러시아에서 무너지기까지의 이야기, 미국의 '남북 전쟁'의 역사 그리고 현재의 '미, 중 무역전쟁'까지, 3000년간 이어진 15번의 무역전쟁을 다루고 있다.

저자는 세계사를 훑으며 주요 국가의 무역전쟁의 원인과 형식, 누가 무역전쟁을 일으켰고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 또 이러한 무역전쟁이 세계사의 판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쉽고 간략하게 소개하고 있다. '관세 전쟁', '덤핑 전쟁', '화폐 전쟁' 등 세계 곳곳에서 벌어진 진흙탕 싸움을 방불케 하는 무역전쟁에 대해 읽다 보면 "돈의 위력은 총칼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는 저자의 말에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저자의 '스토리텔링' 능력이 아닐까 싶다. 관심도 없고 잘 알지도 못하는 분야의 책을 끝까지, 그것도 재미있게 읽게 만드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닌데, 이 책은 그 어려운 일을 해냈다. '무역'의 'ㅁ'자도 모르는 나도 막히는 부분 없이 술술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국제 무역'과 '세계사'에 거의 문외한이었던 나는 이 책을 통해 무역으로 얽힌 세계사의 큰 틀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더불어 미국과 중국의 냉랭한 관계는 한국전쟁에서부터 시작되었다는 것도. 중국이 한국전쟁에 개입하면서부터 급격하게 냉랭해진 미국과 중국의 관계는 중국이 무서운 기세로 성장한 지금은 경제적 마찰이 더욱 격해져,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역사적으로 수많은 무역전쟁을 치른 미국이지만, 대개 잇속을 차리지 못했다. 그런데 왜 비슷한 일들이 계속 반복될까. 일단 무역전쟁은 어느 정도 미국 내부의 문제들에서 비롯된다. 예를 들어 경제 위기와 빈부격차가 심화해 민심이 동요하거나 특정 산업의 이익집단이 로비를 펼치는 상황 말이다. 이 외에 '패권 안정론'이라는 흥미로운 관점도 있다. 이 이론을 간단히 정리하면 이렇다. '미국이 세계 최고의 힘을 자랑할 때는 자연히 개방적인 무역 환경이 유지되길 희망할 것이고, 스스로 상당히 개방적인 무역정책을 취할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패권이 쇠퇴해 무역 환경이 자국의 무역정책과 부딪히면 점점 보호무역을 추구할 것이다." 실제로 미국이 근래 일으킨 무역전쟁들을 쭉 돌아보면, 패권이 약해진다고 느낀 탓에 유달리 공격적임을 알 수 있다. (221쪽)

책을 다 읽고 나서 신문의 '국제' 면과 인터넷에서 '무역 전쟁'을 검색해 관련 뉴스를 몇 개 읽어보았다. 확실히 전과 다르게 기사의 내용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이제 나도 '미, 중 관계'를 다룬 '국제' 면에 실린 기사를 관심 있게 읽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정도면 <세계사를 바꾼 15번의 무역전쟁>은 '무역전쟁'과 '세계사'를 다룬 입문서의 역할은 충분히 했다고 생각한다. 무역전쟁을 매개로 세계사를 정말 쉽고 재미있게 잘 풀어낸 책이다.

어느새 초조한 마음은 가라앉고 입가에 미소가 슬금슬금 번진다. 이게 얼마 만에 느껴보는 배움의 기쁨인가! 이래서 사람은 배워야 하는 것이다. 여유로운 표정으로 신문을 앞에서부터 차례차례 읽게 되는 그날까지 공부는 계속되어야 한다.

세계사를 바꾼 15번의 무역전쟁 - 춘추전국시대부터 팍스 아메리카나까지

자오타오, 류후이 (지은이), 박찬철 (옮긴이), 위즈덤하우스(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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