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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 이후로 학교가 부분 혹은 전면 폐쇄하면서 학력격차가 심화된다는 보도가 참 많았다. 이는 팬데믹 이후 기초생활 일반수급자가 매달 2~3만 명 증가하는 등 계층 격차가 증가하는 것과 궤를 같이한다. 그럼 어떻게 해야 교육격차를 줄일 수 있는가? 몇 가지 대안을 정리해 보기로 한다.  

첫째, 가정의 인터넷 접근성과 더불어 학습의 질적 경험을 제고시켜야 한다.

원격교육 등 운영 주체의 역할과 관련하여 2020년 4월 22일 자 <월드뱅크>는 이렇게 전한다.
 
흔히 재난은 사회적 불평등 정도를 심화시키는 경향이 있다. 코로나19는 광범위하게 디지털 격차를 드러냈다. 이에 인터넷 관련 기술을 얼마나 교육적으로 의미 있게 조직하는가가 중요하다. 온라인 학습장비 뿐만 아니라 디지털 학습자료를 계열성있게 조직하고 학생들의 참여를 꾸준히 독려하는 적절한 모니터링, 멀티채널 메커니즘, 피드백과 지원체제를 갖춰야 한다. 무엇보다 학생들과 교사가 지속적으로 상호 소통해야 한다.

일례로 우루과이의 경우 위성수신 기반 케이블 TV로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해외의 학생들도 공부할 수 있도록 그 범위를 넓히고 있다. 이처럼 각 나라는 팬데믹 상황에서 교육도 유연한 전략이 필요하다. 유연성 이것은 현재의 뉴노멀(new normal)일 뿐만 아니라 미래의 도전적 상황에 대한 제도적 대응력을 높여줄 것이다.

기사제목 :  Successful examples of scaling up teaching and learning in response to COVID-19.
 
우리도 당국과 통신회사 등의 공조로 비대면 온라인 교육 플랫폼이 만들어지는 등 시설환경을 갖추는 데는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디지털 학습자료도 꾸준히 축적되어 가고 있다.

문제는 원격교육 장비를 지원해도 취약계층의 자녀들에 대해 한국어 교육이 병행되지 않고, 또 청각 혹은 시각장애 학생들에 대한 보조적 장치들까지 지원하지 않으면 이들의 출발점을 같게 할 수가 없다. 따라서 교육기회의 균등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서는 이들 계층에 대해 더 심화된 지원체제를 갖춰야 한다.

대면 및 비대면 수업을 병행할 경우에 수업, 자료개발, 학생관리 등에 있어서 어려움이 가중되기 때문에 교사들 간의 협업, 1과목 2교사제, 1교실 2담임제 등의 형태로 유연성 있는 전략의 변화가 필요하다. 이미 코로나 이전에도 교육선진국에서는 보조교사 심지어 보조원까지 투입하곤 했었다.

또 개별학습이 많아진 만큼 예전과 같이 동일한 교과서의 진도확보에 집중하기보다는 지역 및 전국단위로 수업주제를 공통으로 정하되 수업자료는 얼마든지 다양하게 활용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학생들이 관심사에 따라 주제를 정해 탐구학습이 가능하도록 하고 이를 교사가 돕는 형태가 바람직하다.

둘째, 온라인 수업을 돕는 부모에 대한 지원이 더 강화되어야 한다.
  
주지하다시피 초등학생일수록 어려움이 크다. 참고로 미국 워싱턴포스트지와 조지 메이슨 대학이 함께 한 전국 여론조사를 했다. 조사 기간은 2020년 7월 24일부터 7월 31일까지이며, 조사대상은 아이를 키우는 학부모 1185명, 맞벌이 부모 867명이다.
  
2020년 가을 신학기 때 온라인 수업을 할 경우 맞벌이 부모의 절반이 온라인 학습을 돕기가 어렵다거나 불가능하다고 답변했다. 그리고 조사대상의 절반은 효과가 없다고 했다.
  
온라인 수업에 어려움을 호소한 학부모의 비율을 학교별로 보면, 초등학교 1~2학년 66%,  초등학교 3학년에서 5학년 60%, 중학교 40%, 고등학교 26%로 나타났다. 그리고 나이가 좀 더 든 형제자매가 없는 초등학교 자녀를 둔 부모들은 71%에 달했다.
 

그리고 워싱턴포스트 자체로 기자가 알아본 결과 맞벌이 부모의 48%가 비대면-대면 수업을 원했으며 35%는 전면 온라인 수업을, 17%는 전면 대면수업을 원했다. 인터넷을 통한 상담업무를 하는 등 재택근무를 하는 부모의 경우 아이가 오전에만 학교에 있고 점심을 집에 와서 먹은 후 오후에 온라인 학습을 하는 등 하이브리드 접근을 기대하지만, 이 역시 직업수행에는 어려움을 어려움이 있다.

기사 제목: Working parents face tough decisions as schools reopen. 관련 설문지 : Washington Post-Schar School poll of parents.

그렇다면 우리의 경우도 어린 초등학생 및 장애학생을 둔 부모를 돕는 방법에 대해 더 고민해야 할 것이다. 즉 판데믹에 의한 수개월 이상의 휴직상태에 놓여있는 학부모라면 생계를 염려하지 않도록 재난지원금이 더 길게 지급되어야 한다. 또는 10명씩 2~3개의 소그룹으로 나눠 학교, 지역 주민자치센터의 문화공간을 활용하여 학습지도를 돕는 방식도 고려할 수 있다.

이때 관리하는 교사는 학급 담임 혹은 교과담당 교사이며 지도방식은 순회지도가 된다. 기존 교사들로 한계가 있기 때문에  교사자격증을 지닌 교사대 졸업생을 대상으로 보조교사, 보조원을 추가로 채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현재 당국에서 교원정원을 줄이려는 경향이 있는데 이러한 위기상황에는 정원을 동결하거나 오히려 늘여야 대응능력을 높일 수 있다.

셋째, 학습 단위를 다양하게 세분화하고 교양교육까지 함께 가르칠 필요가 있다.

지금 미국에서는 경제력을 갖춘 가정의 자녀들을 모아 전직 교사들이 가르치는 소그룹 과외(Pod school)가 전국적으로 퍼지고 있다. 2020년 7월 30일 뉴욕타임스는 아래와 같이 전한다.
팬데믹 하에서 팟 스쿨보다 더한 불평등 조장의 요인을 찾기 어렵게 되었다. 팟 스쿨 공동 창업자 중의 한 명인 한인 교포 여성  케이트 한(Cate Han)이 운영하는 허드슨 랩 팟 한 학기 학비가 1만 3천 달러 (한화 1540여만 원)가 넘는다.

2020년 가을학기에 미국의 5천만 공립학교 초중등 학생들 대다수는 부분적으로 혹은 학기 대부분 가정에서 보낼 수 있다. 학교가 제 기능을 못함으로써 지적 성장, 사회성 함양, 심리정서적 안정 및 이해력 향상, 운동기능 발달에 지대한 문제가 생기고 있다.

그리고 이 피해는 사회경제적 취약계층 자녀에게 더 타격을 가한다. 부유한 가정의 자녀들은 사립학교, 팟 스쿨 같은 그룹, 가정교사와 보모에 의해 교과공부도 하고 사회성도 익힐 수 있다. 그러나 중산층 이하 대다수의 학생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기사 제목: $25,000 Pod Schools: How Well-to-Do Children Will Weather the Pandemic. 

한국도 교과성적 상위권 학생들이 깊이있게 공부하도록 이참에 소그룹으로 반을 편성하여 심화과정을 개설할 필요가 있다. 소그룹 형태의 수업을 위한 공간은 역시 온라인, 학교나 지자체 어디도 좋다. 

캐나다, 미국을 중심으로 시행하고 있는 AP 즉 대학수준의 과목을 고교에 개설하고 이를 대입전형에서 가산점을 주는 방식 혹은 대학학점 선 이수제, 그리고 IB 즉 국제바칼로레아를 부분적으로 선택하는 방식도 좋다. 이는 평준화의 단점을 극복하는 효과적인 방안이기도 하다. 

2025년도부터 전면 시행 예정인 고교학점제가 이런 취지를 일부 흡수하겠지만 판데믹이 장기화되면 학점제의 시행이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  그렇다면 차후가 아니라 지금 이 학생들을 공적인 영역에서 제도적으로 격려할 수 있어야 한다. 미국에서 사적 영역에서 팟 스쿨이 등장한 것도 코로나사태가 워낙 걷잡을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겠지만 트럼프 행정부를 포함하여 공적인 영역에서 대응이 미흡한 것도 문제로 지적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학력에 대한 통념을 벗어나야 한다.

우리가 지금껏 묵시적으로 정의하고 있는 학력의 의미는 교과목 실력과 성적이었다. 그리고 성적이 곧 실력이요 능력이라고 전제하는 메리토크라시(meritocracy)의 지배하에 있었다. 그리고 판데믹에서는 이 교과목을 중심으로 하는 기초학력의 편차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절실한 상황이다. 하지만 판데믹이 장기화되면 어찌할 것인가? 아니 판데믹이 극복되었어도 문제의식은 여전히 필요하다. 왜냐하면 학력경쟁 일변도의 교육관행으로 인해 잃는 것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역대 독재정권 및 자본에 맹목적으로 봉사해온 인물들, 사이비 종교를 포함한 가짜교설을 생산 및 유포하는 사람들, 최근 전공의 및 의대생들의 편협한 이기주의 등으로 인해 공공의 건강과 안녕은 물론이거니와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하곤 하지 않았던가? 한국은 개인만 존재하고 사회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사회적 공공성을 뒷전으로 한 결과다.

학교가 입시기관으로 전락했다는 것은 개인의 성취만을 조장하고 격려하는 시험준비 교육기관이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 이들의 존재를 가능케 한 학력의 의미에 대해 본격적으로 의문을 제기할 때가 되었다. 또 팬데믹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에 교육적으로도 응답해야 한다. 그렇다면 학력의 의미를 교과공부와 성적제고에 한정해 온 우리의 오랜 교육적 습성을 벗어나야 한다.

결국 삶에서 모티브를 찾아 삶을 다루면서 삶을 준비하는 교육으로 전환을 하는 것이 단순 교과지식 교육과 소양교육의 격차를 극복하는 길이 될 것이다. 이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되 한국의 중등교육을 한층 고양시키지 않으면 안 될 한계상황에 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니체적 용어로 표현한다면 우리는 초인(Übermensch)이 되는 것 즉 교육이념의 자기초극(自己超克)의 시점에 와 있다고 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인터넷 매체 '민중의소리'에도 송고하였습니다.


태그:#코로나19, #교육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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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의소리'에 교육평론 45편 정도 기고했으며, 현재 인천교육청 공립 대안교육 자문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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