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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쯤 청와대 등 집권세력은 '조국 카드'를 꺼내들었다. 회심의 카드를 마주한 민주당 386세대는 이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은 검찰 개혁을 위한 최후의 수단'이라고. 그들은 청년들이 마땅히 이러한 중대한 과제 앞에 반응할 것이라는 믿음을 품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상황은 그들의 예상과 다르게 흘러갔다. 곧, 딸과 관련된 부정 입학 의혹이 터졌다.

그들은 '개혁의 아이콘' 조국을 수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서교동 조국 수호 집회에 주최 측 추산 200만 명 시민이 몰렸다. 정반대의 일들도 벌어졌다. 서울대 학생들이 조국 전 장관 사퇴를 바라며 촛불 시위를 진행했고, 서울대-고려대-연세대인 'SKY' 시위로 확장되었다. 언론들은 이 시위를 두고 너나 할 것 없이 공정함을 최우선 과제로 삼는 청년들이 일제히 분노해서 일어났다고 썼다. 어느새 청년들의 대변자는 '명문대' 학생으로 자리매김하는 것만 같았다.

조국을 둘러싸고 벌어진 일들... '그들만의' 관심사
 
 신민주 후보의 달빛 행진 선거운동 (사진 제공 : 신민주 선거캠프)
 지난4월 은평구을 국회의원에 출마했던 신민주 후보 모습(자료사진).
ⓒ 신민주 선거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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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정말 그랬을까. 당시 26살이었던 나는 이 생경한 광경에 놀라 주변 친구들에게 조국 사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원래 돈 많은 사람은 다 그런 짓 하는 거 아냐? 별 관심 없는데?" 대부분의 친구들이 비슷한 답변을 했다. 그들은 조국이 사퇴하든 말든 관심이 없었다. 누군가 이 말을 들으면 해묵은 '20대 개새끼론'을 펼칠지도 모르겠다. 요즘 청년들은 이기적이라 정치에 관심이 없다고.

나에게도 조국 전 장관의 일이 마치 다른 행성에서 벌어지는 일 같이 현실감 없었다. 낯선 단어인 사모펀드를 이해하려 닥치는 대로 뉴스와 유튜브를 봤지만 결국 이해하는 데 실패했다. SKY 학생들 시위도 비슷했다.  그나마 가진 것이 있어 경쟁사회에서 살아남은 청년들만 '공정함'이라는 담론 속에서 분노했다. 경쟁사회 바깥으로 떨어져 나간 청년들은 그들의 분노에 쉽게 공감할 수 없었다. 서초동에도, 광화문에도 청년의 삶 따위는 없었다. 모두 그들만의 돈놀이, 그들만의 정치, 그들만의 논쟁이었다.

분노한 청년들을 마주한 공간은 다른 곳이었다. 2020년, 여성들을 협박해 성착취 동영상을 찍게 하고, 이를 텔레그램에서 유포한 혐의를 받는 조주빈 체포와 동시에 'n번방 사건'이 마침내 수면 위로 올라왔다. 피의자 조주빈의 신상 공개에 대한 국민 청원에 순식간에 100만 명 넘는 시민들이 동의했다. 조주빈이 경찰서를 나와 신상이 공개될 때, 분노한 여성 청년들이 경찰서 앞을 잔뜩 지키고 있었다. 그런데 소위 말하는 '기성세대'는 'n번방 사건'도, 디지털 성폭력도 관심이 없어 보였다.

'n번방이 뭐냐' 묻던 60대 남성 정치인

당시 국회의원 후보(기본소득당)로 출마한 나는 선거운동 전 기간 'n번방 사건'의 해결을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시민들에게 인사를 했다. 조주빈 신상공개 국민청원이 100만 명을 돌파한 날도 마찬가지였다. 그날, 상대 후보였던 분은 60이 넘은 남성이었는데 내가 들고 있는 피켓을 보고는 이렇게 물었다.

"그런데, n번방이 뭡니까?"

그랬다. 그는 국민청원 100만이 넘은 그 날에도 'n번방 사건'을 들어본 적 없었다는 얘기다. 애초에 디지털 성폭력이니, 페미니즘이니 하는 말들에 관해 관심이 없었다. 나와 그는 다른 행성에 살고 있었다. 물론 그건 단순한 '차이'로 설명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선거 출마때의 사진.
 선거 출마때의 사진.
ⓒ 신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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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묘한 일들은 기본소득당이 창당할 때도 일어났다. 마침내 당원 가입 링크가 온라인으로 열렸을 때, 처음 보는 청년들이 하루에 300명씩 가입했다. "기본소득 실현되려면 제가 뭘 해야 하나요? 제가 너무 필요해서요." 그런 전화가 걸려오기도 했다. "저도 기본소득을 받을 수 있나요?"와 같은. 그렇지만 "일하지 않는데 돈을 주다니! 그건 너무 불공정한 일입니다"와 같은 전화는 단 한 차례도 걸려오지 않았다. 공정함이 이 시대의 청년들을 설명하는 단어라고 많은 사람이 주장함에도 그랬다. 그렇게, 기본소득당은 평균 나이 27세의 정당이 되었다.

혹자는 '그런 청년'은 일부분이라고 주장할지도 모르겠다. 부정하지는 않겠다. 맞다. 기본소득당에 가입한 청년들도, 'n번방 사건'을 알리기 위해 해시태그 운동을 벌인 청년들도 일부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우리가 만일 세대별 총량을 파악할 수 있다면, 디지털 성폭력과 자유롭기 위한 동등한 경제적 토대, 플라스틱 제로 운동과 동물권, 홍콩 시위에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이 가장 많은 세대는 아마 '청년 세대'일 것이다. 이 모든 것은 대체로 지금의 정치판에서 '비주류 의제'로 분류되는 것들이다.

문제는 정치이지, 청년은 아니다. 자신들의 관심을 끌 만한 주제가 '비주류'로 분류되는 현실에서 청년들이 이만큼이라도 정치에 관심을 갖는 것이 기적이다.

정치의 방식도 지나치게 낡았다. 온종일 인터넷에 접속해 있는 사이보그 세대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필요한 것은 과감한 온라인 부분의 투자이지만, 그 결단을 내리는 당들은 별로 없다. 국회는 아직도 느리다. 청소년이나 청년들이 자주 사용하는 말은 종종 천박한 말로 치부되지만, 그렇다고 정치인들의 말이 딱히 고상하다는 생각은 안 든다. 청년의 눈으로 보기에 정치는 문제투성이이다.

정치권의 '청년정치'란 말, 공염불 되지 않으려면

대체 청년이 뭐고, 청년 정치가 무엇인지부터 고민해봐야 할 때다. 쉽게 '청년'이라는 말로 뭉뚱그려지지만, 청년 내부의 결은 잘 이야기되지 않는다. 젠더, 기후위기, 경제적 문제, 학벌, 지역에 따라 청년은 끊임없이 세분화된다. 그럴 때, "청년을 위한 정치를 하겠습니다"라는 선언이 무엇을 가리키는지 면밀히 살피지 않으면 결국 '청년 정치'는 공염불이 될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청년들끼리의 입장 차가 경합할 수조차 없는 정치 체계에 있다. 청년이 워낙 적으니 입장을 경합하기도 쉽지 않다. 입장을 경합해도 기성세대들은 '청년'만 보지, 경합하는 입장을 보진 않는다. 정당 내부에도, 국회에도 마찬가지이다.

총선 때 반짝 진행하는 인재 영입이나 청년 후보 출마가 아니라, 청년이 당의 방향키를 잡는 사람이 될 수 있는 길이 열려야 한다. 청년들의 정치세력화를 돕기 위해 당 내부 기구들을 만드는 것을 넘어, 청년이 실제 대표자가 될 수 있도록 전체 정당과 정치 체계에서 시스템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청년을 위한다'는 말이 진심이라면, 비교적 사회적 지위와 재력·인프라가 없는 청년이 대표자가 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각 당마다, 국가 차원으로 만들기를 바란다.

정치의 내용이 바뀌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이 세상이 흑과 백으로 나뉘어 있지 않은 것처럼, 민주와 반민주 구도로 설명할 수 없는 현상들은 늘어나고 있다. 민주주의는 내 편, 반민주주의는 네 편으로 구분하고 싶어도 구분할 수 없는 많은 것들이 탄생했다. 일단, 이제 1980년도에 멈춰 있는 '그들의 민주주의'은 너무 낡았다. 민주주의를 이야기하면서 '거짓미투'라는 말을 입에 올릴 수 있는 건, 그들의 민주주의가 몹시 낡아버렸다는 사실의 한 증거다.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텔레그램 n번방 방지법'(개정 성폭력처벌법) 규탄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디지털 성범죄 근절과 강력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3월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기본소득당)이 국회에 디지털 성범죄 근절과 강력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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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흑백만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만든 비극은 새 민주주의를 구성하는 데 걸림돌이 된다. 과연 그 피해는 누가 보고 있나. 한국 사회와 정치가 응답하지 않기에 여성 청년들은 십시일반 돈을 모아 뉴욕 타임스퀘어에 디지털 성폭력과 손정우 아웃을 외치는 광고를 걸었다. 그 비극적인 일에 대해 지금의 나이 든 정치인들이 조금이라도 미안해하길 바란다. 청년들이 정치에 반응하지 않는다고 비판하기 전에, 정치인을 지망하는 청년들이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귀 기울일 수 있으면 좋겠다.

덧붙여, 새로운 문법을 익히는 연습도 진행하길 바란다. 청년들이 어리석어서 정치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의 문법이 기성세대에게 맞춰져 있어서 청년들이 관심이 없는 것이다. 사이보그 세대로서 감히 주장하자면, 온라인에 맞는 문법과 방식을 시험적으로 시도하는 것은 늘 좋은 일이다.

어쨌든 기성 정치인들은 청년 정치인에게 기특하다고 이야기하기 전에 '청년 정치인이 기특한 세상'을 만들어버린 책임 또한 함께 지기를 바란다. 아 참, 그러나 이 모든 이야기가 버릇없게 들렸다면, 심히 유감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신민주씨는 서울 기본소득당 상임위원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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