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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5일 오전 강원 춘천고등학교에서 고교 3학년 수험생들이 전국연합학력평가 응시를 준비하고 있다. 이번 시험은 대입 수능을 한달여 앞두고 마지막으로 치러지는 학력평가다.
 2019년 10월 15일 오전 강원 춘천고등학교에서 고교 3학년 수험생들이 전국연합학력평가 응시를 준비하고 있다. 이번 시험은 대입 수능을 한달여 앞두고 마지막으로 치러지는 학력평가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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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 말마따나, 교사 욕하는 게 온 국민의 '레저 스포츠'가 된 것일까. 교사가 연루된 범죄 기사는 말할 것도 없고, 언론에 가뭄에 콩 나듯 게재되는 호의적인 내용에도 댓글은 어김없이 교사에 대한 조롱으로 넘쳐난다. 인터넷만 보면 우리 사회에서 교사는 '공공의 적'이다.

지난 8일,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발표한 'OECD 교육지표 2020'조차 좋은 먹잇감이 됐다. 교육지표는 OECD가 OECD 회원국 38개국과 비회원국 8개국을 대상으로 학생·교원·재정·교육 참여 및 성과 등 교육 전반에 관한 사항을 조사해 발표하는 통계지표다. 

그러나 일부 보수언론은 코로나19 사태로 주목받는 교사 1인당 학생 수 및 학급당 학생 수가 OECD 평균과 거리가 있다는 사실보다 '연봉'에 더 관심을 보였다. 기다렸다는 듯 자극적인 제목을 뽑아 기사화했다. <국내 교사 연봉 OECD 평균보다 1188만 원 많은데...>라며 말끝을 교묘히 흐린 언론도 있었다.    
 
수업 안 하고 돈 많이 받는 교사가 됐다

    
 일부 보수 언론은 코로나19 사태로 주목받는 '교사 1인당 학생 수 및 학급당 학생 수가 OECD 평균과 거리가 있다'는 사실보다 연봉에 관심을 더 보였다.
 일부 보수 언론은 코로나19 사태로 주목받는 "교사 1인당 학생 수 및 학급당 학생 수가 OECD 평균과 거리가 있다"는 사실보다 연봉에 관심을 더 보였다.
ⓒ 포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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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의 내용은 더욱더 당황스럽다. 봉급은 많이 받는데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학생)'는 날로 늘어간다고 주장했다. 속된 말로, 교사들이 '밥값'도 못한다는 뜻이다. 코로나로 경제 위기에 직면한 상황에서 맞장구치는 댓글이 줄을 잇는 건 예정된 수순이었다.
  
사실 내용만 놓고 보면, 낡은 레코드판 같은 기사다.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언론마다 비슷한 내용이 실렸다. 예컨대 내 기억이 맞다면, 15년 차 교사 연봉이 OECD 평균보다 많다는 내용은 10여 년 전에도 이미 기사화되어 알려진 사실이다. 구체적인 내용을 외울 정도다.

그 이유가 제도의 차이에서 비롯됐다는 건 삼척동자도 알고 있다. 굳이 다시 언급하자면, 다른 나라의 경우 다수의 교사가 연봉 계약직이지만, 우리는 연차에 따라 급여가 늘어나는 호봉제이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나라는 최고 호봉을 받기까지 걸리는 기간이 OECD 회원국 평균 24년보다 훨씬 긴 37년이다. 평균만으로 단순 비교할 수 없는 지표라는 이야기다.

한 보수언론에서는 교사의 '순' 수업 시간이 OECD에 견줘 상대적으로 적다는 내용을 싣기도 했다. 교사 1인당 연간 '순' 수업 시간(초등 676, 중등 517, 고등 543)이 OECD 평균 보다 최대 100시간(초등 778, 중등 712, 고등 680)이 적다는 거다. 이 역시 특별할 것 없는 통계지만, 그들은 이마저 교사를 욕보이기 위한 소재로 이용하고 있다.

행정 업무가 분리된 다른 나라와는 달리, 우리나라 교사에겐 행정업무 처리 등 '잡무'는 수업 준비 못지않게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야 하는 일이다. 교사의 근무 여건을 '순' 수업 시간만으로 계량화하는 건 무리다. 주위엔 '잡무'를 덜 수 있다면 수업 시수가 늘어도 좋다는 교사가 적지 않다.

보수언론의 시각이 얼마나 경도되어 있는지는 다른 기사 제목에도 드러난다. <정부의 대학 투자 OECD 평균 미달>, <고교 교사 1인당 학생 수 2년 연속 OECD 이하> 등. 거칠게 말해서, 전자는 천문학적 적립금을 쌓아둔 사립대학에도 예산을 지원하라는 것이고, 후자는 교육 환경이 OECD보다 낫다는 착각이 들게 만든다. 교사들이 무능하다는 걸 에둘러 말하려는 것이다.

이쯤 되면 '악의적'이라고 해도 무방할 성싶다. 그들은 과연, 교사를 향한 비난 일색의 기사들이 교육 개혁에 보탬이 될 거라고 여기는 걸까. 교육 정책 수립과 연구를 위한 기초 자료인 'OECD 교육지표'조차 교사를 깎아내리는 근거로 활용하는 행태가 안쓰러울 따름이다.

보수언론들은 하나같이 외면하고 있지만, 'OECD 교육지표 2020'을 분석한 자료를 보면, 함께 고민해볼 만한 내용이 많다. 우선, 학급당 학생 수가 감소 추세지만 OECD에 견줘 여전히 높다는 것이 눈에 띈다. 이는 교사 수급을 조정하고 교육 재정을 축소하는 것이 능사가 아님을 보여준다.

곧, 학생 1인당 공교육비가 크게 증가한 걸 두고 호들갑을 떨 일이 아니라는 뜻이다. 이는 교육 재정이 늘어서가 아니라, 학령인구가 격감했기 때문이다. 교육 재정의 축소는 당장 농어촌 소규모 학교의 폐교와 통폐합으로 이어져, 도시와 농촌 간의 교육 격차를 심화시킬 수밖에 없다.

25세부터 34세에 이르는 청년층의 고등교육 이수율이 최상위권이라는 것도 간과할 수 없는 지표다. 69.8%로 OECD 평균보다 무려 25%p나 높은 수치다. 이는 온존한 학벌 구조와 함께, 청년층의 학력과 일자리의 불균형 문제가 시급히 해결되어야 할 문제라는 걸 일깨워준다.

GDP 대비 공교육비 중 정부 재원은 OECD 평균보다 낮은 데 견줘, 민간 재원은 평균보다 크게 높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는 사립대학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고, 대학마다 등록금에 의존한다는 의미다. 이는 학벌 구조가 고스란히 가계의 부담으로 전이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처럼 중요하게 다뤄야 할 사안들이 많음에도 보수 언론은 대안을 모색하기 위한 합리적 여론 조성에 노력하기보다 '연봉', '수포자' 등을 강조해 사회적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기사를 본 학생의 반응... 낙담하다
    
 교사란 교육자적 열정을 가슴에 품고 사는 사람들이다. 그 열정이 봇물 터지듯 발현될 수 있을 때라야 비로소 우리 교육이 살고, 공동체도 산다
 교사란 교육자적 열정을 가슴에 품고 사는 사람들이다. 그 열정이 봇물 터지듯 발현될 수 있을 때라야 비로소 우리 교육이 살고, 공동체도 산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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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라고 하면 '박봉에 시달린다'는 말이 뒤따라오기 마련인데, 이제부터는 바꿔야 할 것 같네요. 부자 나라의 선생님들보다 천만 원 넘게 더 번다는 기사를 읽고 깜짝 놀랐어요. OECD라면 세계에서 가장 잘 산다는 나라들이 모인 기구잖아요. 선생님은 참 좋으시겠어요."

내 이럴 줄 알았다. 인터넷에서 기사를 읽었다는 한 아이가 부럽다며 말을 건넸다. 앞뒤 맥락을 다 무시한 채 기사의 자극적인 제목만 보고하는 말이다. 특히 스크롤 몇 번도 귀찮아하며 장문의 기사는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는 요즘 아이들에게 제목이 곧 기사의 전부다.

고백하건대, 이 글을 쓴 이유가 있다. <국내 교사 연봉 OECD 평균보다 1188만 원 많은데>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작성한 기자와 데스크에 묻고 싶은 게 있어서다. 그들도 전업 기자이기 이전에 자녀를 둔 학부모일 텐데, 어설픈 통계를 끌어와 교사를 조롱하는 이유를 듣고 싶다.

그들이 교사를 욕보여서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말 궁금하다. 조회 수를 늘려서 돈 몇 푼 벌자는 비루한 심산일까. 여론이 교사 집단에 등 돌리면, 학부모인 그들에게 피해가 고스란히 갈 텐데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전국 50만 교사 중에 교육자로서 자질이 부족한 이들이 적지 않다는 걸 부인하진 않겠다. 교사 집단 내부의 자정작용이 절실하다는 것도 인정한다. 다만 분명한 건, 그들이 교사 집단을 대표할 수 없고, 교사를 향한 맹목적인 비난은 외려 다수의 선한 의지를 꺾게 된다는 점이다.

아무리 못마땅하다 해도 자녀가 듣는 앞에서 담임교사를 험담하는 학부모는 없다. 아이와 담임교사와의 기본적인 신뢰를 무너뜨리는 일이기 때문이다. 둘이 만났을 때는 설령 언성 높여 싸우더라도, 자녀 앞에서는 담임교사를 상찬하는 것이 교육적이며 학부모의 도리다.

해당 기자와 데스크에 간곡히 요청한다. 우리 교육을 걱정하고 교육 개혁의 취지에 공감한다면, 부디 교사를 향한 조롱과 맹목적인 비난을 멈추고 애정 어린 조언과 격려를 보내 달라. 교사란 교육자적 열정을 가슴에 품고 사는 사람들이다. 그 열정이 봇물 터지듯 발현될 수 있을 때라야 비로소 우리 교육이 살고, 공동체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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